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낯선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마음이 환기되는 순간들이 있다.

by 하루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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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여행이라 하면 늘 해외를 먼저 떠올렸다. 다른 언어, 다른 풍경, 다른 기후. 새로운 자극이 많을수록 더 의미 있는 여행을 한 것 같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꼭 멀리 나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조용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어느 늦여름, 목적 없이 떠났던 국내 작은 도시였다. 단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이었지만, 처음 보는 하늘 색과 공기의 질감은 충분히 낯설었다. 익숙한 언어 속에서 낯선 풍경을 보니 묘하게 편안한 긴장이 느껴졌다. 짐은 가볍고, 속도는 느리고, 마음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풀렸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여행에서 원하는 건 ‘멀리 가는 경험’이 아니라 ‘가까워지는 감각’이었다는 걸. 일상에서 조금 떨어져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새로운 곳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태도, 잘 모르는 공간에서 나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 이 모든 건 해외가 아니어도 가능했다. 오히려 국내 여행에서는 복잡한 준비 없이 이런 순간들이 더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또 하나의 이유는 ‘돌아올 수 있는 여유’였다. 해외에서는 일정에 쫓기고 이동을 계산하느라 마음이 빽빽해지기 쉬웠다. 반면 국내 여행은 계획을 바꾸기 쉬웠고, 날씨가 흐리면 동네 카페에 오래 앉아 있어도 부담이 없었다. 이렇게 느슨한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이 내게는 더 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국내의 작은 풍경들도 충분히 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바다가 있는 도시의 아침, 산 너머로 넘어가는 오후의 그림자, 오래된 동네 식당에서 스며드는 온기. 이런 장면들은 해외의 화려한 스폿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멀리 있어야 특별한 건 아니었다. 가까이 있어도 충분히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걸 생활 속에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국내 여행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떠나는 데 과한 이유가 필요 없고, 돌아오는 길마저도 편안하다. 앞으로도 나는 ‘가까이에서 발견하는 낯섦’을 기록해보고 싶다. 익숙한 땅에서 발견하는 작은 감정들, 예상하지 못한 풍경들. 이런 여행의 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기에, 그 여정을 글로 남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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