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필수 코스, 계절 따라 걷는 하루

범어사에서 유채꽃까지, 부산의 계절을 걷다

by 하루담음

도시는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부산에서 산다는 건 바다를 곁에 둔 삶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지칠수록 발걸음은 산으로, 강으로 향한다. 어느 주말엔 금정산 자락의 범어사로, 또 어느 날엔 낙동강 옆 대저 생태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관광지를 찾기보다는 계절을 확인하러 가는 기분이었다.


범어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진다. 도심에서 몇 분 떨어지지 않았을 뿐인데, 숲은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 가을이면 단풍이 기와 위에 내려앉고, 겨울엔 사람의 말소리보다 바람 소리가 더 또렷하다. 계곡 옆 돌에 앉아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해결되지 않던 생각들도 잠시 제자리를 잃는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 자체로 충분한 장소였다.


계절이 바뀌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낙동강 쪽으로 향한다. 대저 생태공원에 들어서면 시야가 한 번에 트인다. 봄이면 유채꽃이 노랗게 번지고, 벚꽃은 강 위에 그림자를 남긴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탄다. 그 풍경 속에서 나는 늘 잠시 멈춰 선다. 계절은 이렇게 성실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는데, 나는 너무 서두르며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부산의 나들이 장소들은 특별한 이벤트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걷게 하고, 오래 머물게 한다. 범어사의 숲도, 대저의 꽃밭도 모두 말이 없다. 다만 그 안에 서 있는 사람의 속도를 낮출 뿐이다. 그래서 이 도시의 자연은 관광지가 아니라 쉼에 가깝다.


어쩌면 우리가 주말마다 찾는 건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잠시 다른 리듬으로 살아보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부산에는 그 리듬을 바꿔주는 장소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가도 괜찮은 이유다.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숲과 꽃은 매번 다른 얼굴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한 번 다녀오면 다시 가고 싶은 계절마다 생각나는 곳들, 정리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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