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비로소 닿은 풍경들
누군가의 일정표가 아닌, 내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떠난 여행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그래서 더 깊었다.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난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캐리어 하나를 끌고 역 플랫폼에 서 있으면서도 몇 번이나 돌아갈까 고민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걷고, 혼자 잠드는 시간이 과연 괜찮을까. 그런데 막상 기차가 출발하자, 마음속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잔잔한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이제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강릉의 바다는 혼자에게 유난히 친절했다. 안목해변의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파도를 바라보던 시간,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충만했다. 바다는 말을 걸지 않았고, 대신 기다려주었다. 경포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 보니, ‘여행을 잘 보내고 있다’는 생각보다 ‘잘 쉬고 있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혼자 떠난 여행은 자연스럽게 나를 자연 쪽으로 데려갔다. 단양에서는 산의 기울기를 따라 숨이 차오를 때마다 생각이 비워졌다. 이름 붙일 필요 없는 감정들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남해의 길에서는 발걸음이 느려질수록 마음도 느려졌다.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이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도시에서는 또 다른 위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주의 골목에서는 오래된 기와 위로 떨어지는 햇살을 한참 올려다보았고, 군산의 철길 앞에서는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내가 겹쳐 보였다. 통영의 항구에서는 혼자 먹는 충무김밥이 이상하게도 더 따뜻했다. 혼자라는 이유로 부족해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감각은 더 또렷해졌다.
숙소에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는 밤이 좋았다. 낯선 방에서 적어 내려간 몇 줄의 기록은 그날의 풍경보다 오래 남았다. 사진 속의 나는 혼자였지만, 그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충만해 보였다. 혼자 여행하며 깨달은 건 단순했다. 외로움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잠시 들여다봐도 괜찮은 상태라는 것.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분주해진다. 하지만 혼자 걷던 길, 혼자 바라보던 바다, 혼자 마시던 커피의 온도는 오래 남는다. 나만의 속도로 떠났던 그 시간 덕분에, 다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힘을 얻는다. 혼자 떠난 여행은 결국 나를 더 잘 알게 만드는 가장 조용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또, 아무 예고 없이 떠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도,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여행 혼자 떠난 여행에서 알게 된 진짜 쉼의 얼굴을 기록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