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아끼는 여행은, 마음을 더 쓰는 여행이었다
여행을 앞두고 가장 먼저 펼쳐보는 것은 지도가 아니라 가계부였다. 가족 여행은 언제나 설렘보다 계산이 먼저 따라온다.
아이 둘, 어른 둘. 네 명의 일정이 겹치는 순간, 비용은 눈에 띄게 불어난다. 항공권, 숙소, 식사, 교통, 입장권까지. ‘여행 한 번 다녀오면 한 달은 허리띠를 졸라매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더 화려하게가 아니라, 더 똑똑하게. 목표는 단순했다. 같은 여행을 하되, 100만 원을 덜 쓰는 것.
가장 먼저 손댄 건 숙소였다. 가족 여행이라고 무조건 넓고 비싼 곳이 정답은 아니었다. 호텔 대신 주방이 있는 숙소를 골랐다. 조식 포함 호텔을 포기한 대신,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봤다. 아침마다 아이들과 함께 토스트를 굽고, 컵라면에 계란을 풀어 넣었다. 그 시간은 의외로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비용은 줄었고, 기억은 늘었다.
항공권은 ‘언제 가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였다. 출발 요일을 하루만 바꿔도, 시간대를 조금만 양보해도 가격은 크게 달라졌다. 네 명이 한 번에 검색하는 대신, 둘씩 나눠서 검색해 가장 싼 조합을 맞췄다. 귀찮은 작업이었지만, 그 몇 번의 클릭이 여행 예산의 큰 덩어리를 덜어냈다.
식비는 여행에서 가장 쉽게 새는 돈이다. 우리는 하루 한 끼만 ‘여행다운 식사’를 하기로 정했다. 나머지는 현지 마트, 푸드코트, 숙소 식사로 채웠다. 아이들은 화려한 레스토랑보다, 편의점에서 고른 간식에 더 신나 했다. 결국 중요한 건 메뉴가 아니라, 함께 먹는 얼굴들이었다.
입장권과 체험 비용도 미리 준비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제하면 늘 비싸다. 미리 예약하고, 패키지 티켓을 활용하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일정 사이에 끼워 넣었다. 공원, 해변, 산책로 같은 공간은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여행의 호흡을 느끼게 해줬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처음 예상했던 예산보다 정확히 100만 원이 덜 나갔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덜 쓴 만큼 덜 즐긴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더 많이 웃었고,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들이 생겼다.
아끼는 여행은 포기하는 여행이 아니었다. 선택을 바꾸는 여행이었다. 돈을 쓰는 방식이 달라지자, 여행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졌다. 가족 여행 예산을 줄인다는 건, 결국 가족에게 더 집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다음 여행에서도 우리는 아마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았던 그 방식으로.
가족의 선택 우리가 돈 대신 선택한 것들,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풀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