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홍콩 마카오 여행옷차림, 옷으로 남긴 기억

겨울과 봄 사이, 여행의 옷을 고른다는 것

by 하루담음

여행을 앞두고 옷장을 여는 순간, 우리는 늘 계절보다 먼저 마음의 온도를 재본다.


2월의 홍콩과 마카오는 묘한 시기를 건너고 있었다. 겨울의 끝자락이면서도, 봄이 슬쩍 얼굴을 내미는 시간. 아침 공기는 살짝 차갑고, 낮의 햇살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이 도시들에서는 옷이 단순히 체온을 지키는 도구가 아니라,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 된다.


처음엔 무엇을 입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성였다. 두꺼운 코트는 과해 보였고, 얇은 옷차림은 어딘가 불안했다. 그래서 선택한 건 겹쳐 입기였다. 가벼운 이너 위에 니트 하나, 그리고 얇은 아우터. 필요하면 벗고, 다시 입을 수 있는 옷들. 여행지에서의 옷은 계획보다 즉흥에 가까워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홍콩의 빽빽한 거리에서는 스트리트 감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았다. 편안한 팬츠와 오래 걸어도 괜찮은 신발, 그리고 사진 속에서 튀지 않는 색감. 마카오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오래된 건물과 골목에서는 차분한 색의 옷이 오히려 도시를 더 잘 담아냈다. 옷이 배경을 이기지 않고, 풍경에 스며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여행 코디를 고민하며 깨달은 건 하나였다. 잘 입는다는 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날의 나에게 가장 편안한 상태를 허락하는 일이라는 것. 날씨와 장소, 그리고 나의 리듬에 맞춰 옷을 고르면 여행은 훨씬 부드러워진다.


돌아와 옷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그때 입었던 옷들은 유행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바람이 불던 저녁, 따뜻했던 낮, 오래 걸었던 골목의 감촉까지. 여행의 옷은 결국 사진보다 오래 남는 감정이 된다. 그래서 다음 여행에서도 나는 또 계절과 도시 사이에서, 나에게 가장 솔직한 옷을 고를 것이다.




2월 홍콩과 마카오의 공기를 그대로 담은 여행 코디


keyword
작가의 이전글2월 스페인 여행 떠나기전 좋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