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나트랑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
낯선 도시로 떠나는 첫 여행은, 지도보다 마음의 준비가 더 오래 걸린다.
나트랑을 검색하던 밤이 있었다. 에메랄드빛 바다, 야자수, ‘가성비 리조트’ 같은 단어들이 화면에 줄지어 떠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설렘은 바로 오지 않았다. 처음 가는 곳은 늘 그렇다. 예쁜 풍경보다 먼저 ‘나는 여기서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나는 바다 사진을 넘기다가, 결국 비행시간과 날씨부터 읽기 시작했다.
나트랑은 생각보다 단순한 도시였다. 규모가 크지 않아 길을 잃을 일이 적고, 해변을 따라 하루의 표정이 바뀐다. 낮에는 햇볕이 모든 것을 평평하게 만들고, 밤이 오면 레스토랑과 작은 불빛들이 바다에 반사되어 도시가 조금 더 다정해진다. 그 다정함이 초보 여행자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여기서는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
하지만 휴양지는 ‘대충 가도 되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기초가 여행을 구하는 곳’이었다. 건기와 우기, 1월부터 4월의 쾌적함, 10월의 가성비 같은 정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여행의 결을 바꾸는 약속이었다. 비가 잦은 시기에 바다를 기대하면 실망이 커지고, 햇빛이 강한 계절에 준비물이 없으면 즐거움이 금세 피로로 바뀐다. 결국 여행은 날씨를 이기는 게 아니라, 날씨에 맞춰 나를 조율하는 일이었다.
짐을 쌀 때 나는 ‘휴양지니까 가볍게’라고 생각했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얇은 겉옷 한 벌, 강한 에어컨을 견딜 가디건,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위한 작은 우산. 그리고 무엇보다, 계산이 헷갈릴 만큼 0이 많은 베트남 동을 다루는 차분함. 환전은 손해를 줄이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낯선 돈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여행자는 비로소 그 나라에 발을 들인다.
교통도 마찬가지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첫 이동은 여행의 첫인상인데, 그때 불안이 생기면 이후의 모든 장면이 흐려지기 쉽다. 그래서 ‘그랩’ 같은 단어 하나를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해진다. 여행은 거창한 모험이 아니라, 작은 안전장치들을 모아 만든 평온이니까.
나트랑은 결국 바다의 도시지만, 진짜 매력은 ‘초보도 실패하지 않게 해주는 친절한 구조’에 있다. 테마파크의 환한 소음, 머드 온천의 장난스러운 진흙, 시장 골목의 습한 공기까지도—준비가 되어 있으면 모두 추억이 된다. 처음의 여행은 서툴 수밖에 없다. 다만 서툼이 두려움으로 바뀌지 않게, 기초를 챙기는 것. 나트랑에서는 그 한 가지가, 여행의 절반을 이미 완성해준다.
처음 떠나는 여행에서 ‘기초’가 왜 가장 다정한 준비인지, 더 적어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