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이 사라진 자리에서, 여행이 가벍게 되려면
‘무한 할인’이 끝난다는 말은, 결국 우리가 더 똑똑해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제주에 갈 때마다 렌터카 가격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숙소보다 먼저, 맛집보다 먼저. 몇 번은 정말 커피 한 잔 값 같은 요금을 잡아 “역시 비수기!”라고 웃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은 차가 낡아 있거나, 인수 과정이 어수선하거나, 보험 설명이 유독 빠르게 지나갔다. 싸게 빌렸다는 기쁨은 짧았고, 여행은 종종 그 ‘짧은 기쁨’의 뒤통수를 친다.
2026년, 제주 렌터카 시장이 달라진다고들 한다. 할인율에(상한)이 생기면 초저가 상품은 줄어들고, 사람들은 이제 ‘가격’ 대신 ‘조건’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처음엔 그저 비싸진다는 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그동안 우리가 기대던 ‘요행’이 시장을 흔들어왔는지도 모른다. 결국 여행자는 싸게 빌렸다는 이유로 더 많은 불안까지 같이 샀던 셈이다.
그래서 나는 내 지갑을 지키는 방법을 ‘할인을 찾는 기술’이 아니라 ‘손해를 피하는 습관’으로 바꾸기로 했다. 첫째는 예약 타이밍이다. 연휴의 제주에서 임박 할인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항공권을 결제한 날, 무료 취소 가능한 렌터카를 함께 잡아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둘째는 총비용을 계산하는 시선이다. 대여료만 보고 휘발유 차를 골랐다가, 며칠 후 주유소에서 예상치 못한 합계를 받아들면 그때부터 여행의 표정이 달라진다. 일정이 길고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전기차가 오히려 ‘최종 비용’에서 이기는 날이 많다. 충전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바다를 보는 핑계가 될 수도 있다.
셋째는 보험이다. ‘완전 자차’라는 단어가 마음을 무장해제시키지만, 약관은 늘 말이 적다. 휠, 타이어, 키 분실 같은 항목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고, 그 틈은 여행지에서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제 차량 인수 순간에 하단 범퍼와 휠부터 영상으로 남긴다. 몇 초의 촬영이 몇십만 원의 분쟁을 막는다. 보험료는 차를 위한 비용이 아니라, 내 시간을 지키는 비용이라는 말을 그제야 이해했다.
결국 렌터카는 ‘차 한 대’가 아니라 여행의 리듬을 결정하는 선택이었다. 가격이 조금 올라가는 시대라면, 그만큼 우리는 더 정확하게 고르면 된다. 어디에서 아끼고, 어디에서는 든든하게 가져갈지. 할인은 사라질 수 있어도, 손해를 피하는 감각은 남는다. 2026년의 제주는 그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더 편안한 섬이 될 것이다.
렌터카 가격표 뒤에 숨은 조건들, 제가 놓치지 않으려 적어둔 기록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