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설원 위에서 고민한다는 것
겨울이 오면, 이상하게도 선택의 고민이 시작된다. 올해는 어디로 갈까. 눈은 어디가 가장 좋을까.
강원도의 스키장은 늘 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발을 디디면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어떤 곳은 산이 말을 걸고, 어떤 곳은 속도를 부추기며, 또 어떤 곳은 함께 온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스키 여행은 단순한 레저가 아니라, 그해 겨울의 성격을 고르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이원에서의 겨울은 높다. 시야도, 마음도. 정상에서 슬로프를 내려다보면 괜히 숨을 고르게 된다. 눈은 단단하기보다 부드럽고, 길게 이어진 코스는 서두르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초보든, 익숙한 사람이든 그 긴 활강 안에서 각자의 속도를 찾는다. 구름과 나란히 내려오는 그 느낌 때문에, 이곳의 겨울은 늘 ‘크다’는 말로 남는다.
웰리힐리는 조금 다르다. 이곳의 공기는 빠르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며 이미 다음 턴을 상상하게 된다. 슬로프는 짧고 굵게 몰입을 요구하고, 보드 위에서는 망설임보다 반응이 먼저 나온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스키를 타고, 누군가는 도전을 배운다. 하루를 꽉 채워 타고 나면 몸은 지치지만, 묘하게 웃음이 남는다.
휘닉스의 겨울은 가장 사람 곁에 있다. 숙소 문을 열면 바로 설원이 이어지고, 스키를 벗고 나서도 하루가 끝나지 않는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사진이 되고, 완만한 슬로프는 아이들의 기억이 된다. 이곳에서는 ‘얼마나 탔는지’보다 ‘누구와 함께였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매년 겨울, 나는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이번 겨울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조용히 설경을 내려오고 싶은지, 빠르게 미끄러지고 싶은지, 아니면 누군가의 옆에서 천천히 걷고 싶은지.
스키장은 결국 목적지가 아니라, 겨울을 보내는 방식이다. 올겨울 설원 위에서의 선택이, 내 계절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면서.
겨울의 선택 스키장을 고른다는 건, 그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묻는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