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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제웅 Mar 28. 2022

마시멜로 이야기와 주식투자

그렇기에 기다리는 사람

 흔히 인내심을 실험한 것으로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있다. 아이에게 마시멜로 1개를 주고 15분을 참으면 마시멜로 2개를 준다는 내용이다. 알려진 바로는, 후에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추적하니 마시멜로 먹기를 인내한 아이들은 그러지 않은 아이들보다 SAT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실험의 이견들


 이 실험에는 이견이 많다. 애초에 이들을 추적할 목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도 아니며, 추적한 아이들의 표본도 몇 되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숫자가 아니다. 인내심이 아닌 환경이 그들이 마시멜로를 먹는지 여부를 결정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노력이 학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4%에 불과하다. 잭 햄브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이다. 학술 영역에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노력 이외 환경, 선천적 재능 등이 96%를 차지했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인내심으로 대표되는 노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마시멜로 실험 결과를 선척적 재능에 좌우되지 않는 것에 대입하면 어떨까? 학업 성취도는 이견이 많으니까. 인내심이 높은 영향을 끼치는 영역을 이야기하고 싶다. 대표적으로 생각한 것이 주식 투자이다. 투자의 영역이라면 마시멜로 이야기를 좀 더 잘 대입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투자의 영역에서 재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나는 주식투자의 결과 대부분이 인내란 사실을 안다.


인내의 결과가 주요 팩터인 것


 켄 피셔 저서의 '투자의 배신' 앞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로널드 리드씨의 이야기이다. 그는 주유소에서 25년간 일했고, 은퇴 후에는 17년간 소매 판매점에서 잡부일을 했다. 생애 높은 급여를 받지 않았다. 로또에 당첨된 적도 없다. 그렇지만 그는 죽음 후에 80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00억에 가까운 돈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중 일부를 기부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재산 대부분은 5인치 두께의 주식 증서였다. 실물 주식 증서 말이다.

그는 박봉의 급여로 주식을 구입하고 평생을 보유했다.


 책 중간에서도 언급되듯이 주식투자의 가장 중요한 팩터는 투자기간이다. 즉 '시간'이 가장 중요한 팩터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고 내려간다던지,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다던지, 전쟁이 난다던지, 미중 갈등이 불거진다던지 하는 이슈보다 중요한 팩터는 '시간'이다. 이를 통계화했으니 책을 읽어봐도 좋다.


인내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은 주식차트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차트에 줄을 긋고, 차트봉마다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나라 주식 차트는 가격이 결정된 것에 따라 OHLC 데이터 즉, 시초가 / 고가 / 저가 / 종가 4가지 값을 바탕으로 차트를 그린다. 특정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지면 그 찰나의 순간에 증권사의 시스템은 차트를 그려낸다. 거래가 일어난 후 차트가 그려지는 것이다. 그뿐이다. 지난 시간 동안 시스템 트레이딩을 연구하며 이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렇지만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짧게 하겠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매수/매도 전략을 만들어 과거 데이터를 검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조지표를 조합하여 만든 매수/매도 전략을 과거 데이터에 적용하다 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경우가 많다. 트레이딩을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거의 통계가 미래를 보장하진 못한다. 또한 이러한 전략이 Buy & Hold 전략보다 나은 수익률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트레이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거래에 앞서 전략을 과거 데이터로 검증해보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단 백배 낫다.


 이과정에서 간과하는 것은 '시간'의 영역인 X축 도메인이다. 주식을 트레이딩 하고자 하는 사람의 전략에는 주식을 5년 보유하는 전략은 없다. 10년, 20년 보유하는 전략은 더더욱 없다. 기다림의 영역이 아닌 매일매일의 승률과 손익비, Sharp Ratio로 표시되는 Profit & Loss 영역이다. 이를 포기한지도 2년이 되었다. 


도파민은 성취의 반대말


 대부분 즉각 성과가 나타나고 머리에 도파민이 도는 것들은 큰 성취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부를 할 때도 머리가 평안하고 그날 하루가 괴롭지 않았다면 헛공부를 한 경우가 많았다. 퇴근 후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은 날은 일을 하지 않은 날이었다. 땀 흘리지 않을 만큼만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괴롭지 않은 것들은 성과가 좋지 않았다.


 투자의 영역이라고 다를까. 주식 투자가 너무 재밌고 머리에 도파민이 도는 것이 느껴진다면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대개 괴롭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고통스러우면 그날 하루를 잘 보낸 것이다. 오히려 만족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만약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것이 지루하고 괴롭다면,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다. '돈의 속성' 김승호 회장님의 말씀처럼 천천히 부자가 되길 기도하면 된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길은 늘 도파민을 만들고 괴로움의 반대에 서있었다. 성취를 이루는 것들은 대부분 지루하고 괴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기다려야 한다. 재능과 별개의 문제이다. 실험의 아이들처럼 딴청을 피워도 좋고 낮잠을 자도 좋다. 시간의 영역은 내 노력과 별개이다. 나는 그 시간을 힘을 들여 제어할 필요 없다. 기다림은 괴롭지만 반대로 특별한 노력이 들지 않는 편안의 영역이다.


 만약 마시멜로 실험이 타당한 실험이었다면, 긴 기다림의 주식투자 결과는 마시멜로 2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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