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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제웅 Apr 22. 2022

MBTI에 과몰입하지 말아요

성격이 MBTI가 아니기에

 반쯤 재미로 반쯤은 진지하게 MBTI를 검사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해 알고 싶은 심정이겠지. 나 또한 그렇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나조차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걸 유형화해서 '나는 어떤 사람이야' 단정 지어준다면 인스턴트식 해결책이 될게 분명하다.


그래, 나를 설명해준다는 거지? 


 분명 모든 이들은 알고 있다. 성격은 겨우 16가지로 나눠지지 않는다는 걸. 그럼에도 분류되는 성격에 흥미를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MBTI 검사가 큰 신뢰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근거는 매우 많다. '검사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아니다. 그것이 '성격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신뢰성'을 말하는 것이다. 구글에 'MBTI 오류'에 관해 검색하면 방구석에서 글을 쓰는 나보다 훨씬 정제된 말로 조목조목 근거를 설명한 글을 볼 수 있다. 


 이중 근거를 하나 제시하자면 사람 성격은 너무나 연속적이라서 경계를 나누기가 불분명하다는 것. 디지털 값이 아니다. 아날로그 값이기 때문에 성격의 개수는 무한대일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의 기질을 네 가지의 무언가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노벨 심리학상을 넘어서 인류 철학의 근간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MBTI는 내 성격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MBTI 검사의 신뢰성에 관한 게 아니다. 전 세계 국가도 200개에 달하는데 당연히 성격이 16가지밖에 되지 않을 리 없다. 결과를 보고 성격을 역추적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자고 말하고 싶다.


공 선별기,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Wa8rOUozJPA

  앞서 말했듯이 MBTI는 성격을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검사 결과 INTJ의 결과가 나온다. 나라는 사람의 성격을 공으로 만들어서 선별기에 넣고 굳이! 16픽셀짜리 좌표 중 어딘가 분류된 위치를 적으라면 INTJ 인 것이다.


 여기서 MBTI를 바탕으로 성격을 역추적하는 것에 오류를 눈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떨어진 공의 좌표가 INTJ라고 해서 나라는 공의 위치가 어디서 시작됐는진 알 수 없다. INTJ라는 좌표로 내 성격을 추적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냥 그렇게 분류된 것이다. 내 성격이 굳이! 그 위치에 분류된 것이지, 분류된 것이 내 성격이 아니다. 선후관계가 잘못되었단 얘기다.


 시각적으로 예시를 하나 더 들고 싶다. 사람의 성격은 앞서 말했듯이 무한하다. 나는 성격을 역추적하는 노력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다음 그림이 무슨 그림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16픽셀


 그림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이미지를 16픽셀로 임의로 줄인 후, 다시 강제로 해상도를 늘린 사진이다. 그나마 보정을 조금 줘서 뭐가 흐릿하게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이 그림을 보고 <별이 빛나는 밤>을 설명할 수 있을까?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FHD


 실제 성격은 FHD 해상도 픽셀 개수처럼 200만 개가 넘는다. 무한하기 때문이다. 위 그림을 굳이 16픽셀로 분류하자면 앞선 16픽셀짜리 이미지처럼 분류된다.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이 아니더라도 16픽셀 이미지처럼 거뭇거뭇한 이미지로 분류되는 경우는 수 없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 그림들이 고흐의 그림은 아니다.


 하다못해 이미지뿐인가? <별이 빛나는 밤>을 굳이! 분류하자면 '탈인상주의' 사조에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그림이다. 이것들 마저도 사람이 임의로 분류한 기준이다. 공 분류기에 떨어진 공 같은 것이다. 같은 사조와 같은 캔버스에 그렸다는 사실은 <별이 빛나는 밤>이 될 수 없다.


 'MBTI가 이래서 내가 이래요'라는 말은 다른 생각이 아니고 틀린 생각이다. 동양의 운명론 일부인 사주팔자를 보는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내 성격이 우선이다. MBTI는 분류의 결과물일 뿐이다. 철학자 아들러의 이야기처럼 성격은 마음만 먹으면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그 역시 성격을 수없이 쪼개서 유형화하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개성을 가로막는 수준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개성 이외의 것들만 분류된 것이다. 아들러의 관점에서는 더더욱 MBTI는 단순 재미거리일 것이다. 나의 성격을 이해하고 설명하려 한다면 단순히 '검사지 결과'를 보아서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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