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
이 책을 읽고 드는 의문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과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옳은 주장일까? 반박하고 싶은 내용이 많다.
1.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제목은 옳은가?
그렇다면 살아남지 못해 멸종한 모든 종들은 다정하지 못했을까? 책에서 말하는 ‘다정함’이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정의한다. 멸종한 모든 종들은 협력도, 타인에게 긍정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일까? 적자생존처럼 더 적자가 생존한다고 이야기했다면 수긍했을 것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고 보니 다정한 기질을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옳다고 생각한다.
만약 네안데르탈인이 모종의 이유로 우리보다 다수 종이 되었다면 어떨까? 그럼 네안데르탈인은 본인들의 종의 기원을 서술하기에 ‘큰 뇌를 가진 것이 살아남았다’ 혹은 ‘큰 덩치를 가진 것이 살아남았다’라고 썼을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우리랑 모든 기질이 일치하지만 날개만 추가로 달린 호모 윙스가 있었다면 어떠할까? 날개가 달려 날 수 있는 윙스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와 생존경쟁을 하며 보다 많은 개체수를 가진 다수 종이 되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날개 달린 것이 살아남는다.’는 책을 썼을 것이다. 즉 살아남고 보니 구분되는 특징이 협력적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는 점이지 협력적 의사소통이 가능해서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논리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논리일 수 있다.
2. 보노보 VS 침팬지의 예시는 틀렸다. 폭력적인 것이 되려 살아남는다.
책에서는 보노보가 더 자기 가축화된 모습으로 묘사되며, 현대사회의 도덕적 관념에서 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수컷은 암컷에게 함부로 하지 않고, 암수 구분 없이 친화적인 모습에서 엿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살아남는다’를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 살아남는다는 것이 앞선 호모 사피엔스의 우세에서 언급되었듯 더 많은 개체수와 영토의 확장을 이야기한다면, 보노보의 예시는 틀렸다.
보노보가 더 긴 번식기와 더 잦은 번식 기회를 갖는 것은 맞으나 전 세계 개체수는 침팬지가 약 17만, 보노보는 약 3만으로 추정된다. 또한 침팬지는 아프리카 군데군데 서식하지만 보노보는 콩고강 남부지역에서만 서식한다. 만약 ‘살아남는다’는 것이 더 많은 개체수와 더 큰 서식지를 이야기한다면 본 예시는 잘못되었다. 특히나 더 무서운 사실은 고릴라에게 나타난다. 수컷이 가장 포악하고, 우두머리 수컷이 모든 암컷을 탐하는 고릴라는 전 세계 31만의 개체수가 살아간다. 인간과 비슷한 보노보, 침팬지, 고릴라 이 세 개의 종만 보아서는 덜 친화적일수록, 수컷이 호전적으로 위계질서를 세울 때 더 잘 살아남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나 침팬지나 고릴라의 경우 책에서 실험하는 협력적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과연 친화적인 것이 더 많은 생존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맞을까?
3. 폭력을 거듭해온 인간의 역사
우리는 숫하게 폭력을 제거하기 위한 폭력을 행사해왔다. 사회가 무질서로부터 위협받을 때면 우린 그 원인으로 선택된 혹은 지목된 사람을 집단에서 추방한다. 선거나 사형제도가 그러하다. 더 큰 범주에서는 전쟁도 그렇다. 실제 명분이 어떻든 간에 우린 폭력을 막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그 이후 일시적으로 평화가 다시 찾아온다. 실제로 세계대전을 포함한 모든 전쟁 역사에도 세계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폭력과 평화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번영해갔다. 과연 친절함과 협력적 의사소통이 우리가 살아남은 근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무관할 수 있다.
미국의 예는 어떠한가? 미국은 상당히 무질서한 나라에 가깝다. 반대로 중국은 매우 통제된 나라고 질서 정연하다. 국가의 통치 아래 천편일률적으로 일들이 진행된다. 아파트 출입을 위해 주민 모두가 페이스 아이디로 본인의 아파트 호수를 찾아가기도 한다. 모든 주민들의 데이터가 보관되고, 보안에 활용된다. 미국의 할렘가에선 여전히 상대 갱단의 문신이 보이면 무참히 총을 쏴댄다. 어느 쪽이 더 폭력적인가? 어느 쪽이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가? 어느 쪽이 더 자유로운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과연 옳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