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찾아가는 과정
군대를 전역하고 본가에 돌아온 첫날이었다. 보통 예상하는 왠지 모를 해방감이 아니라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날 밤, 방에 홀로 누워 잠드는 게 불안하고 외로워서 핸드폰만 잡고 있던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거실로 나와보니 어머니께서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처럼 눈물이 맺힌 눈을 하시고는 앉아 계셨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아닐까.
어머니는 내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직장에서 누군가의 이유 없는 모함을 당하셨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으셨다.
잠시 기대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큰 나무가 필요했던 나는 그날부터 땡볕에서 목적지도 잃어버린 채 하염없이 방황해야 했다.
모두가 각자 다른 속도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나에게도 더디고 힘들었지만 시간은 흘러서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진로를 정해 새 발을 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잔인하게도 우울은 한 번 깊게 빠지고 나면 후유증을 평생 남겨서 늘 관심을 주고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남긴다. 하루는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다음 날은 불안과 공포에 몸을 떤다. 하지만 이제는 천천히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음을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버티는 것 또한 큰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있다.
지금부터 써 내려갈 글은 나의 공포와 불안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과정이자 힘들 때 한번씩 들쳐보며 위로받을 수 있는 큰 나무를 심는 행동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