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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이호이 Jan 05. 2022

우울의 시작

차근차근 찾아가는 과정

군대를 전역하고 본가에 돌아온 첫날이었다. 보통 예상하는 왠지 모를 해방감이 아니라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날 밤, 방에 홀로 누워 잠드는 게 불안하고 외로워서 핸드폰만 잡고 있던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거실로 나와보니 어머니께서 금방이라도 뚝 떨어질 것처럼 눈물이 맺힌 눈을 하시고는 앉아 계셨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아닐까.

어머니는 내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직장에서 누군가의 이유 없는 모함을 당하셨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으셨다.

잠시 기대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큰 나무가 필요했던 나는 그날부터 땡볕에서 목적지도 잃어버린 채 하염없이 방황해야 했다.

모두가 각자 다른 속도로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나에게도 더디고 힘들었지만 시간은 흘러서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진로를 정해 새 발을 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잔인하게도 우울은 한 번 깊게 빠지고 나면 후유증을 평생 남겨서 늘 관심을 주고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남긴다. 하루는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다음 날은 불안과 공포에 몸을 떤다. 하지만 이제는 천천히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음을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버티는 것 또한 큰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있다.

지금부터 써 내려갈 글은 나의 공포와 불안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과정이자 힘들 때 한번씩 들쳐보며 위로받을 수 있는 큰 나무를 심는 행동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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