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을 왜 먹냐고요?”
지금은 새벽 1시.
어제 약을 먹은 직후 구토를 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약 없이 하루를 버텨보기로 했다.
결과는… 이렇게 잠들지 못한 채 글을 쓰고 있는 나였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혼자서는 잠들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수면유도제와 안정제를 끊어보려는 시도는 매번 실패로 끝났고,
어느 날은 3일 밤낮을 한숨도 자지 못해 결국 약을 다시 손에 쥐게 되었다.
그렇게 약과 함께한 시간이 이제 2년을 조금 넘겼다.
사실 나의 공황장애는 19살에 시작됐다.
하지만 나는 무려 10년을 약 없이 버텼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나이가 들면 나아지겠지.
그런 막연한 희망 속에서
나는 내 병과 ‘친해지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황은 악화되었다.
숨이 막혀 새벽에 벌떡 일어나는 일.
운전 중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방향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일.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더 무너졌다.
공황은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고,
스스로를 탓하게 만들었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못 살까.”
그 질문은 어느덧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칼날이 되어
내 마음을 매일같이 베었다.
상담 선생님은 말했다.
“약은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말과는 반대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에 병원을 찾아갔다.
운 좋게도 따뜻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남자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는 조용한 진심으로 나를 안심시켜 주었고,
나는 마침내 약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10년을 나를 괴롭혔던 공황발작이 점점 사라졌다.
내 마음도 차분해졌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조용해졌다’고 말했지만,
나는 처음으로 ‘마음의 평온’을 경험하고 있었다.
약 덕분에 나는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지하철, 버스, 터널…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하나둘 가능해졌고
그 변화는 나에게 다시 ‘삶의 자신감’을 주었다.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고,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야경을 보는 그 소소한 꿈들이
이제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그 약, 언제 끊을 거야?”
나는 대답한다.
“아직은 기약 없어요.”
약이 몸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약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 나도 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이 약 덕분에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걸.
약 없이 보낸 10년은
말 그대로 매일이 지옥 같았다는 걸.
그래서 나는 바란다.
마음이 너무 힘든 누군가가 있다면,
제발 나처럼 10년을 헤매지 않았으면.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을
약을 시작하는 것을
‘패배’로 여기지 않았으면.
물론, 약을 ‘의존’이 아닌 ‘도움’으로 삼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
하지만 죽고 싶은 하루를 겨우 버텨내는 그 사람에게
“약 없이 버텨야 해”라고만 말하는 건
그저 지옥길을 더 길게 걷게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처럼 아팠던 당신이
나보다 더 빨리, 더 가볍게 웃을 수 있기를 바라며.
약을 먹는 삶도, 약 없이 버티는 삶도
그 자체로 용기라는 걸, 함께 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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