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죽을뻔했다 13화. 내가 나의 편이 되어주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나를 감쌌다.

by 밍밍

나는 늘 미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안에 어떤 감정들이 살고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감정의 틈, 상처받은 흔적,
그리고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말들까지도.

생각보다 많은 순간, 나는 나를 몰아붙이며 살았구나.


‘왜 또 실패했어’,
‘넌 왜 늘 똑같아’
‘이래서 안 되는 거야’


그건 남의 목소리가 아니라, 바로 내 안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소가 내게 이런 말을 건넸다.


“이제는, 네가 너의 편이 되어주면 어때?”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 후로 나는 조심스레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나를 자책하는 순간을 자각했고,
그 자각의 틈에,
마치 내 옆에 또 다른 ‘나’가 있는 듯한 상상을 했다.


내가 상처받았을 때,
그 아이는 조용히 내 손을 잡고 말해주었다.
"괜찮아. 지금 이 정도면 정말 잘하고 있는 거야."


극적인 변화가 있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거나, 하루가 달라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게 있었다.

더 이상, 서러움에 무너지진 않았다.
눈물이 나올 듯 말 듯한 날에도,
‘적어도 내 편 한 명은 있으니까’라는 마음이 나를 붙들었다.


그 한 명이 바로 ‘나’라는 것이, 어쩐지 믿음직스러웠다.


계속 반복하다 보니,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탓이야’라고 말하는 습관은 줄어들었다.


나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된 거라고,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힘들었을 거라고,
내 안의 내가 내게 말해주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렇게 말하는 나조차
‘핑계만 대지 마’라며 쏘아붙였겠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그래, 그땐 정말 힘들었겠다."
"그 상황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었어."


나는 이제 그런 말을 나에게 건넬 줄 안다.


나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진 않는다.
하지만 예전처럼 미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 조금 안쓰럽고, 조금 기특하다.


엉망진창인 하루에도 또다시 일어나서 움직이고,
때론 울컥하면서도 결국 다 해내는
그 모습이, 꼭 가여운 아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아이에게 더 이상 상처 주고 싶지 않다.
완벽하진 않아도, 따뜻하게 대해주고 싶다.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응원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하면 정말 잘하고 있어.”

이제는 그런 말을 내가 내게 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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