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팬텀 스레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확고한 디자이너 '레이놀즈'. 우연히 만난 여성 '알마'에게 사랑에 빠지는 듯 보이지만 그 사랑 또한 '레이놀즈'의 일부일 뿐이다. 디자이너로서 드레스를 표현할 때, '레이놀즈'에게 '알마'는 그저 페르소나일 뿐이다. 그런 관계에서 서로를 밀고 당기는 과정이 영화에 담겨있다. 한 쪽에서는 벽을 세우고, 한 쪽은 그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자 한다. '폴 토마슨 앤더슨' 감독은 그런 부분을 때로는 서정적으로, 때로는 역동적으로 그린다. 여기서 역동적이란 단어는 영화의 감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용된다. 두 인물을 연기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빅키 크리엡스'가 펼치는 섬세하고 격정적인 연기도 영화 '팬텀 스레드'의 한 축이다. 특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매 영화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 능력이 발휘된다. 그저 인물 '레이놀즈'로 보이는 그의 연기력은 감탄을 유발한다. 그리고 필자에게 낯선 '빅키 크리엡스 배우의 연기력도 인상적이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는 대배우의 상대역으로 나서 감정적인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그녀의 연기력이 영화 '팬텀 스레드'에 적절히 녹아들었다는 증거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개인과 서로'라는 영화의 주제 의식과 두 배우의 연기, 그리고 거장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연출을 다뤄보며 영화 '팬텀 스레드'를 살펴본다.
필자는 영화 팬텀 스레드를 보고 과거를 돌아봤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개인의 방식만을 고집하며 살지 않았는가에 대한 고찰이었다. 필자는 자신보다 상대를 배려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배려, 어떤 이에게는 부담인 경우가 있다. 후자일 때 상대의 부담을 수용하지 않고 필자의 배려를 고집했던 순간이 있었다. 이 작품을 보고 상대를 진심으로 맞추며 배려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영화 '팬텀 스레드'의 '레이놀즈'와 '알마'는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레이놀즈'에게는 사랑 또한 개인의 작은 일부분이다. 사랑이 삶과 커리어를 흔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고집한다. 반면 '알마'는 그런 '레이놀즈'를 바라보며 그의 약한 부분을 꼬집고 수그러지기를 원하며 그로 인해 자신을 수용하길 바란다. 영화 내 두 캐릭터의 교묘하고 밀고 당기는 관계가 우리 삶과 닮은 부분이 있음에 감탄했다. 이는 영화 '팬텀 스레드'의 서사와 주제의식이 적절히 맞닿아 영화 내에서 상호작용을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고집은 개인적인 것, 수용은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두 감정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인간(人間)의 감정으로써 작용한다. 개인과 서로에 관한 고집과 수용의 관계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며 극의 철학적인 화두를 관객에게 던지고,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우리에게는 링컨으로 유명한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의 은퇴작으로 알려진 이 작품에서 그는 날카롭고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는 레이놀즈 캐릭터를 '외로움과 꼬장함(?)을 지닌 고집쟁이'로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 배역을 맡아 눈빛으로부터 이 캐릭터의 역사를 표현한다. 자신이 걸어온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캐릭터의 눈빛에는 강인함을 담았고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연약한 양과 같은 눈빛을 보여준다. 눈빛과 캐릭터가 뿜는 분위기로 화면을 압도하고 있음을 경험했다. 그 외에도 겉으로 보이는 표정과 몸짓, 들리는 발음과 어투로 한 캐릭터를 표현했음을 느꼈다. 마치 드레스가 겉으로 보이는 작품인 것처럼. 그리고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알마' 역의 배우 '엠마 크리엡스'는 흔들림 없는 연기력으로 대응한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는 대배우 앞에서 오히려 그를 압도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연기적인 앙상블을 이룬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뜨겁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같은 연기로 시작한다면 '엠마 크리엡스'는 수용적인 물 같은 느낌으로 그의 연기를 받아준다. 이런 두 배우의 연기적인 조화가 영화 내에서 차분하고 잔잔하게 펼쳐져 영화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어울린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전작들을 보자면 비교적 난해함을 마주하게 된다. 이와 다르게 '팬텀 스레드'에서는 난해함을 찾을 수 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사가 진행되고 원인과 결과, 행동과 반응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영화를 이해하며 볼 수 있다. 마치, 드레스 한 벌을 삐져나온 실밥 하나 없이 매끄럽고 유려하게 만든 것처럼 영화 '팬텀 스레드'를 창조한다. 게다가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배우들의 분위기까지 우아하고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폴 토마슨 앤더슨' 감독이 촬영까지 맡았다고 알려진 영화 '팬텀 스레드'다. 그의 성향이 연출에 고스란히 묻은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웨딩드레스의 미는 어떤 드레스를 보더라도 아름답게 느끼지만 정작 만드는 이는 고뇌를 거듭하며 만들게 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고뇌와 고민을 거듭 반복하며 관객들에게 영화적 아름다움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그 결과 그의 영화 중 밀도가 높고, 한편으로는 가장 대중적으로도 비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 평점 : 4.5 (강력 추천)
* 한 줄 평 : 개인과 서로에 관한 고집과 수용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