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서 처음으로 관람한 작품이다.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 '집으로'. 베니스 영화제 비경쟁 출품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서는 여행, 로드무비의 장르라고 전했다. 프로그램 노트를 통해 지극히 사실적인 다큐멘터리이지만, 처음과 엔딩 장면에는 넌지시 픽션의 흔적을 남겨놓았다고 전한다. 이는 '차이밍량' 감독의 의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약 66분의 러닝 타임 동안 대사는 거의 없다. 롱테이크 촬영 기법과 고정적이면서 정적인 화면 구도가 인상적이다.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차이밍량' 감독 특유의 여백의 미가 담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정 시간 동안 정적인 화면 구도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그 안에는 때로는 집, 건축물, 구조물 등을 보여주고 때로는 일상, 집의 내부, 시장 거리 등을 비춘다. '차이밍량' 감독은 GV를 통해 라이카 카메라로 농촌을 마음껏 촬영하며, 마음이 가는 데로 연출했다고 고백했다. 본인이 촬영할 당시 빈집, 수리 중인 집, 건축 중인 집, 폐가 등을 접했는데, 그를 통해 고향의 느낌을 전하고자 했으며, 제약이 없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빈집의 화면들을 보며 필자는 비어있음에도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앞서 정적인 화면 구도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저 정적인 것이 아닌 그 구도 안에서 소리(음향)의 활용이 인상적이다. 자연, 바람, 자동차, 오토바이의 음향을 지속적으로 삽입해 정적인 구도 안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힘을 느꼈다. 이것이 '차이밍량'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도가 아닐지라도 영화 '집으로'의 연출에는 상당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정적인 구조에 대한 질문에 '차이밍량' 감독은 시간의 흐름을 통해 진실된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이에 자신의 영화는 상당히 느린 속도감을 지녔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의외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 '집으로'는 대사가 거의 없다. 이는 어떠한 의도일까? 부산국제영화제 측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일부 원어의 대사가 포함되어 있으나 감독의 요청으로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질문에 '차이밍량' 감독은 그저 그냥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자신은 현재 영화계의 트렌드와 정반대의 지점을 지향한다고 말하며, 스토리나 이야기를 담고자 한 것이 아닌 느낌적인 느낌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전한다. 점점 빠르고 색다른 매력을 추구하는 현 영화계의 트렌드와 반대로 잔잔하고, 영화의 본질을 개인의 시선으로 탐구하려는 '차이밍량' 감독의 영화적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필자는 영화 '집으로'를 통해 영화가 그저 재미만을 쫓을 이유는 없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이를 통한 감동도 영화의 매력이 될 수 있음을 경험한다. 영화를 본 후 필자가 느낀 점 중 하나는 집을 은은하게 비추며 때로는 평면적으로, 때로는 비교적 입체적으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차이가 충분히 있을 듯하다. 어떤 관객은 구분과 분절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차이밍량' 감독은 음향을 통해 자연스러운 연결을 기대했고 연출을 의도했다고 전했다. 필자도 영화 '집으로'는 일정 부분 이상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있다고 생각한다. 빈집부터 폐가까지 정적인 모습을 비추다가 시간이 흘러서는 자연스레 사람이 등장하고, 모이며 활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들의 일상을 조금씩 비추며 '일상은 곧 집이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그들의 삶을 함께 공유하는 느낌이다.
마지막 장면은 정적인 여백의 극을 보여준다.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앞선 장면들과 다른 분위기를 엔딩을 통해 보여주는데, 이는 영화 '집으로'의 깨끗한 결말로 느껴진다. 아마 이번 영화에서 유일하게 픽션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앞의 흐름과 반대되는 엔딩으로 '차이밍량' 감독은 나름의 반전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본인의 현재의 삶을 과거의 삶과 대조한 것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그 잔잔함은 개인적으로도 짙은 여운을 선사했다. 빠른 속도와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의외에 안정감과 평온, 고요함을 선사하며 영화의 매력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한 작품이다. '차이밍량' 감독이 준비한 영화 '집으로'는 그저 보이는 것을 카메라에 담고, 정적인 여백의 미, 그 안에서 펼쳐지는 미세한 떨림, 그리고 집을 통해 고향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영화 '집으로'와 '차이밍량'의 시선은 영화인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만하다.
평점 : 4.0 (강력 추천)
한 줄 평 : 정적인 여백, 미세한 움직임, 그리고 보여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