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
'연상호' 감독이 가진 장르적인 특색이 영화에 강하게 묻었으리라 생각했다. 예고편만 보더라도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영화를 휘감는다. 하지만, 영화 '얼굴'은 철저한 이야기 중심의 작품이다. 일련의 사건을 시작으로 시작되는 영화 '얼굴'은 그 사건의 시작과 끝을 쫓아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영화가 한편의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화려한 편집이나 장르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영화적인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영화다. 또한, 현 사회에 대해 '연상호' 감독이 가진 냉철한 시선을 경험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서 제기되는 영화의 주제의식이 사회적인 문제의식으로 이어져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영화 '얼굴'에서 너무도 인상적이었던 '박정민'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1인 2역의 연기를 통해 영화 자체에 다채로움을 더하고, 평면적으로 비칠 수 있는 영화에 입체성을 입힌다. 그 외에 '권해효', '신현빈' 배우 등의 연기가 튀지 않고 영화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르적인 재미가 부족한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서사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영화의 재미가 하향된 것은 아닐까 싶다. 이번 영화 '얼굴'은 3가지 포인트로 나눠 살펴본다. 첫째, 1인 2역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박정민 '배우, 그리고 둘째, 영화 '얼굴'의 뿌리인 '드라마(이야기)', 마지막으로 '연상호' 감독의 연출을 통해 영화 '얼굴'을 다룬다.
영화 '얼굴'에서 그의 연기력은 탁월하다. 배역에 따라 유연한 연기를 펼칠 줄 아는 배우며, 상황에 따라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약 1970년대에서 있을 법한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물에 대해 이해도가 상당하다고 느꼈다. 상황에 따른 어색한 미소나 사회적 조롱에도 순응하는 듯한 그의 모습은 현실적인 인물의 모습이다. 그가 선보이는 연기력과 극에 대한 분석, 인물에 대한 이해가 영화 '얼굴'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젊은 시절의 '임영규'를 표현한 부분에서 노년의 '임영규'를 맡은 '권해효' 배우의 연기와 상당히 흡사하게 교차하며 인물에 대한 일관성까지 더한다. 또한, 영화의 흐름에 따라 황당한 사건, 그리고 이야기를 듣게 되는 아들 '임동환' 역을 맡아서 그의 감정을 순차적으로 끌어올리며 표현한다. 이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시작으로 사건의 민낯을 맞이하게 될 때까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외면에서 호기심으로, 호기심에서 의심과 분노, 끝에는 체념과 순응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섬세하다는 것은 연기로써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눈으로 보이는 외형적인 것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의 '임영규'와 그의 아들인 '임동환'이 겪었을 혼란스러움과 고충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영화 '얼굴'의 가장 큰 힘은 역시 서사다. 1970년대를 다루며 그 시대에서 많은 이들이 경험했을 부분을 통해 현시대와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지녔다. 제목이 '얼굴'인 것을 통해 우리는 외모, 외형적인 부분이 이야기의 소재인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어서 외모로 인한 차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 시대의 시선이 함께 연상된다. 하지만, 영화 '얼굴'은 이에 그치지 않고 서사에 더 힘을 실어준다. '볼 수 없기에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작성한 필자의 이번 포스팅 제목처럼 실존에 대한 시각적인 판단이 불가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움으로써 서사의 드라마틱 함을 더한다. 영화 '얼굴'은 1970년대만이 아니라 모든 시대를 아울러 외모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가치 기준을 살핀다. '정영희'라는 인물에 대해 주변 인물들은 모두 '못생겼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얼굴을 볼 수 없던 '임영규'에게 '정영희'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확립되는 인물이다. 볼 수 없기에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던 '임영규'를 통해 '연상호' 감독은 군중 심리의 표상을 보여준다. 더욱이 '임영규'는 자신의 가치 판단, 이성적인 사고보다는 무의식적인 이끌림을 보인다. 이는 장애가 있는 인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과 현대인을 관통하며 성찰하는 '연상호'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인간이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가를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 '얼굴'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사회적인 질문을 던진다.
일정 부분 비슷한 모습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연상호' 감독의 개성을 상당히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이야기와 그 안에 담긴 의미에 집중한 느낌이다. 때문에 이야기를 통한 주제 의식이 관객에게 적절히 전달된다. 이야기의 흐름이 약간은 교차 편집으로 전개되지만, 헷갈리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방해가 되는 부분은 없다. 어느 정도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몇 개의 에피소드(인터뷰) 형식으로 구분한 영화 구조적 연출은 이야기의 전달에 있어서 힘을 더한다. 하지만, 깊고 여운이 짙을 이야기에 반해 장르적인 재미는 비교적 약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선택의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연상호' 감독은 영화 '얼굴'을 재미보다 서사 중심의 영화를 만들려고 한 듯싶다. 이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한 쪽에 치우침이 심한 것은 아쉽다. 이야기 자체에 긴장감이 뛰어나지만, 영화는 큰 긴장감을 지키지 못한다. '보다 자신의 개성을 더해서 영화의 재미와 깊은 이야기 모두 잡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힘이 워낙 강하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감동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박정민' 배우를 중심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 깊고 묵직한 이야기, 그리고 '연상호' 감독이 바라보는 현대인에 대한 시선이 적절히 녹아든 영화, '얼굴'의 리뷰를 마친다.
* 평점 : 3.0 (추천)
* 한 줄 평 : 볼 수 없기에 그저 믿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