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적인 시선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것이 영화에 중심이 된다. 훌륭한 작품일수록 다양한 시선 및 해석이 등장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영화 '기생충'을 욕심에 관한 작품으로 바라본다. '욕심'의 사전적 의미처럼 각 캐릭터마다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표출된다. 꼬리를 물고 연계되는 갈등과 사건은 걸림돌 없이 유려하다. 이를 '봉준호' 감독스럽게 풀어낸다. '봉테일'이란 별명처럼 이번 영화 '기생충'에도 그가 가진 고유의 섬세함이 묻어있다. 미장센과 그 의미부터 캐릭터의 관계, 그리고 영화의 주제의식까지 섬세한 연출로 표현된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가진 특유의 블랙코미디적인 유머도 상당하다. 그 유머는 영화의 서사와 더불어 영화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영화 '기생충'의 핵심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시선이다. '욕심'이란 소재를 가지고 신분 혹은 계급처럼 나눠진 현대 사회를 바라본다. 영화 내의 인물들과 그들의 관계는 현실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이다. 여기에 영화적인 설정을 부여하며 극적인 상황을 통해 신분 혹은 계급의 차이를 신랄하게 비춘다. 이번 영화 리뷰에서는 인간을, 그리고 사회를 탐구하는 '봉준호' 감독의 시선이 깃든 영화, '기생충'을 다뤄본다.
'기택(송강호)'의 가족은 처한 상황에 불평, 불만보다는 수긍으로 살아간다. 이에 장남 '기우'에게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고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며 가족의 환경과 함께 합리화한다.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 순응하듯 살다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통해 점진적으로 욕심을 표출하게 되는 과정을 '봉준호' 감독은 매우 섬세하고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화면 구도와 미장센의 배치, 캐릭터와 그 사이의 관계성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독이 드러내고자 했던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전해준다. 탐하고자 하는 마음도 욕심이요, 누리고자 하는 마음도 욕심이니 그 마음을 때로는 함께, 때로는 대조적으로 펼치며 영화를 구성한다. 또한, 선악의 명확한 구분이 없음도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가난한 '기태'네의 가족과 '박사장'네의 가족이 선과 악의 편에 서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서 욕심의 흐름대로 서사가 전개된다. 그래서 영화 내의 가해자, 피해자 같은 입장의 경계선이 없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시나리오의 구성과 그를 담아내는 '봉준호' 감독의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님의 상승과 하강이라는 평론이 기억에 남고 공감된다. 지속적으로 보이는 상승, 하강을 통해 캐릭터 간 차이를 발생시킨다. 빈부의 격차로 인한 암묵적인 계급, 신분의 차이를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보여준다. 특히 상승과 하강을 측면에서 비추는 화면의 구도는 미적으로 훌륭하다. 상승과 하강감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구도라고 생각한다. 공간의 수직적인 구조를 계급의 수직적인 형태에 비추어 감각적이고 시각적으로, 그리고 영화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영화 내의 주요 요소를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직설과 은유의 표현을 적절히 교차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 적절함의 결과로 영화는 매우 유려하게, 매끄럽게 그려진다. 그리고 감독 특유의 영화적으로 섬세한 미장센이 필자는 인상 깊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화면 내의 모든 요소들이 제 옷을 입었고 제위치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이요, 미장센의 모든 요소들이 맞물려 불필요한 장면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이며, 영화 자체적으로 세밀함을 입은 깔끔함을 지녔다. 모두 '봉준호' 감독의 철저한 의도와 디테일이 묻어 있는 부분이다.
배우들이 맡은 모든 배역이 제 옷을 입은 느낌이다. 감독이 구상한 캐릭터와 맡은 배우가 일맥상통한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가 독특하지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배우가 많은 고민과 고뇌를 거듭해서 탄생한 캐릭터라기보다는 비교적 여유롭고, 자유로우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생산된 캐릭터로 느껴졌다. 그 편안한 캐릭터의 분위기는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마도 이 부분이 영화 '기생충'의 대중성을 높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관객은 긴장감을 갖기보다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느끼며 더욱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또한, 캐릭터를 선악으로 단순하게 규정하지 않는다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각 인물의 입장과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영화의 주제의식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빈부 격차로 발생하는 암묵적인 계급에서 대표하는 인물(또는 가족)을 설정하고 계급 간의 관계에 집중하며, 영화 '기생충'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내포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너무 훌륭하며 '송강호' 배우를 중심으로 '최우식', '박소담', '이선균', '조여정' 배우 등의 열연이 돋보인다. 거기에 감초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이정은', '장혜진' 배우까지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며 영화적인 합을 이룬다.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지도 아래 여러 배우들이 춤을 추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시 이렇게 놀라운 한국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 '기생충'의 리뷰를 마친다.
* 평점 : 4.5 (강력 추천)
* 한 줄 평 : 인간 내면과 현 사회를 탐구하는 섬세한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