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은 그 뜻을 온전히 담은 번역어가 없는 단어다. 영어인 'Rice cake'는 익숙한 단어를 조합해 만든 최소한의 소통용 표현일 뿐이다. 일본에 '모찌'가 있지만 한국의 떡에 비하면 하위개념이며, 이를 포괄하는 상위 단어는 없다. 베트남의 '반 가오' 역시 맥락에 따라 쌀떡이나 과자 등 다른 음식을 지칭한다. 중국 또한 지역마다 이름이 제각각이다. '니엔 가오'로 번역되곤 하지만, 우리 눈엔 떡으로 보이는 수많은 음식이 서로 다른 개념 체계 속에 흩어져 있다. 음식을 묶는 관점 자체가 다른 것이다.
떡은 다른 음식에 비해 사투리가 거의 없다. 한국 음식 중 사투리가 없는 것은 밥, 국, 죽, 술, 장 정도인데, 이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 중요성이 새삼스럽다. 이는 생활에 밀접한 지 아주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약속된 언어'로서의 성격마저 지닌다는 뜻이다. 이런 면은 역사적, 고고학적 근거로도 충분히 뒷받침된다.
떡시루는 가장 오래된 밥 짓는 솥보다도 앞선 시대의 유적에서 발견된다. 도정 기술이 없을 때 곡식을 가루 내어 쪄 먹은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법 중 하나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잡곡을 쓰다가 쌀을 쓰면서 시루떡이나 설기 비슷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천 년 이상 지나 곡식을 부수지 않고 왕겨만 벗기는 기술을 알게 된 이후에나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현미를 백미로 도정하는 섬세한 기술을 완성하는 데 또 천 년 정도가 걸렸다.
한반도에서 찹쌀은 재배가 까다로워 귀했고, 밥보다는 술을 빚기 위한 목적으로 따로 재배한 쌀이었다. 찹쌀은 찰기 덕분에 별다른 공정 없이 찌기만 해도 떡이 되므로 자주는 못 해 먹어도 필요하면 손쉽게 별미로 즐길 수 있었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오히려 술보다 음식이 주된 사용인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멥쌀을 굳이 떡으로 만들어 먹는 문화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한국에서는 어느 시점부터인가 멥쌀을 이용한 떡이 주류가 되었다. 찰기 없는 멥쌀로 떡을 만드는 것은 고된 노동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찹쌀이 너무 귀해서였는지 멥쌀떡을 좋아해서였는지 우리 선조들은 굳이 멥쌀로 떡을 만들기 시작했다.
찹쌀은 밥째로 쳐도 떡이 되지만, 멥쌀은 찰기를 조금이라도 더하기 위해 우선 곱게 가루를 내야 한다. 맷돌로 쌀을 가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이렇게 얻은 고운 햅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야만 겨우 뭉쳐져 떡이 된다. 가을에는 술 빚을 귀한 찹쌀을 조금 덜어 인절미를 만들고, 멥쌀을 갈아내는 공을 들여 송편을 빚으며 추석을 준비했던 것이다.
익반죽에서 그치지 않고, 찐 멥쌀가루를 찹쌀보다 훨씬 큰 힘으로 수없이 내리치는 고생을 거쳐야만 비로소 치밀하고 쫀득한 떡 반죽이 탄생한다. 이런 떡을 만드는 일은 잉여 노동력이 있는 겨울철, 날을 잡아 마을 사람들이 모여 치르는 행사였다. 조선 후기 풍속화에는 장정들이 떡메를 치는 역동적인 모습이 남아있다.
가래떡은 이제야 등장한다. 처음에는 그저 '흰떡'이라 부르다가, 원통형으로 길게 만든 모양이 농기구 '가래'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떡국에 넣으려면 미리 말려서 썰어두어야 했기에 설날보다 일주일 전쯤 떡 만드는 날을 정했다. 가래떡은 이 지난한 역사와 과정을 거쳐 순수하고 이상적인 형태에 도달한 쌀 문화의 기술적 완성이었다. 몸과 마음을 정결히 하고, 새 옷을 꺼내 입고, 덕담을 주고받는 바로 그날 하루를 완성시키는, 그런 음식이었다. 그렇게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린 가래떡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떡국을 먹는 전통은 더 오래된 것 같지만, 가래떡 이전에 무엇을 넣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익반죽해 빚은 생떡이나 메밀 수제비 같은 것을 넣었을 수도 있다. 찹쌀떡은 너무 귀한 데다 국물에 넣으면 쉽게 퍼지니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반죽이지만 다른 모양도 있었다. 제사상에는 글자를 새겨 높이 쌓을 수 있는 절편이 제격이었고, 송편처럼 속을 채운 바람떡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한국 음식에서 가래떡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떡은 없다.
쌀이 흔해지고 기계가 생겨나며 가래떡은 더 이상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가래떡은 떡 중에서도 제일 싼 떡이다. 분모자와 라면사리 사이에서 비교되고, 밀떡에도 자리를 빼앗기며 전에 없던 쌀떡이란 새 이름까지 생겼다. 떡이 귀할 때 만두를 넣어 먹던 관습은, 이제 양을 불리려 값싼 떡을 넣었다는 오해마저 산다. 내가 가래떡이라면 조금 서럽고 억울할 것 같다.
하지만 뜨거운 국물이나 소스 속에서도 형태와 식감이 오래 유지되는 것은 가래떡만의 강력한 장점이다. 너무 매끈하지 않게, 약간 거칠게 뽑아내면 어떨까? 소스가 훨씬 잘 묻을 것이다. 쌀의 품종을 다양하게 써 보면 어떨까? 밥은 이미 품종 프리미엄 시대다. 집에서 구워 먹으면 그렇게 맛있는데 식당에서는 왜 내주지 않을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 네모나게 뽑으면 굽기에 더 좋을 것이다. 중국 푸젠성에는 가래떡과 매우 비슷한 음식이 있는데 활용법은 우리와 전혀 달라 참고할 만하다.
외국인은 떡의 식감을 싫어해서 애써봐야 안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20년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비슷한 식감의 버블티가 최근에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덜 익은 고기를 질색하던 우리가 어느 순간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를 즐기게 된 것처럼, 그들 또한 낯선 이 식감을 이해하고 즐기는 과정에 들어와 있다.
떡을 좋아하는 사람은 떡의 중독성을 안다. 왠지 가래떡은 잘 공부하고 다듬어보면 좋은 결과가 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재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