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연재칼럼-14

by 오숙하


지난 달, 학생들에게 밸런타인데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면서 마침 가지고 있던 하트 모양이 사탕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호주에 온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학생들은 나의 갑작스러운 작은 선물에 의아해하면서도 다들 좋아했다. 선생님이 자기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했다. 쉬는 시간에 가끔 수다를 떨러 찾아오는 귀요미 남학생들이 '선생님은 누구한테 밸런타인 선물을 주나요?'라고 물어보길래 대답 대신 하트 사탕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사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 슬며시 말을 돌리고 싶었던 것도 있다. 왜 없냐고 물어보면 사춘기에 이제 접어든 아이들에겐 너무 깊은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을 꾸준히 해온 성인들에게도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것 같다. 꽤 오랜 시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하다가 밸런타인데이 때나 특별한 공휴일에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는 것을 해마다 아쉬워했었다. 올해도 아무 일도 없었구나. 혹시 내년에는? 헛된 기대를 하고 또 실망하고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누구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많이 사라졌음을 느끼고 있다. 원치 않은 대상, 좋지 않은 결말이 예상되는 사람으로부터의 관심이 얼마나 부담스럽고 스트레스인지를 경험해 봐서인 것 같다. 물론 좋은 사람에게서의 애정은 감사하겠지만, 그런 일은 흔치 않으니, 그렇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아무의 관심과 애정을 받지 않은 편이 자유롭고 편하다.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의 애정에 정도에 따라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타인의 애정이 전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우리 고양이 달빛이가 나의 발을 툭툭 건드린다. 살포시 안아 올려서 품 안에 꼭 껴안아 주었더니 그릉그릉 행복한 소리를 내며 내 어깨에 머리를 비빈다. 평소엔 무뚝뚝해서 곁을 잘 내주지 않는 이 작은 고양이도 사실은 사랑받고 싶고, 예쁨 받고 싶어 한다. 사랑이 필요한 귀여운 존재들을 사랑해 주는 것이, 더 이상 남의 사랑에 연연하지 않게 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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