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나의 의료쇼핑기
공황장애, 불안장애를 겪으면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는 '신체화 증상'이다. 나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카페에 가면 나와 같은 사람이 정말 많아 보여서 그게 좀 위로가 될 때가 많다)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벌렁벌렁하던지 쿵쾅쿵쾅 뛰던지 아니면 답답하던지 뇌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머리칼이 삐쭉 서는 일도 다반사다. 그뿐인가? 머리는 맨날 아파서 두통약을 끼니 챙기듯 챙겨 먹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다.
그런데 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K-직장인!
아프다고 매번 병원을 갈 시간이 없지!? 쏟아지는 일과 독촉하는 팀장님의 눈빛 그리고 초조한 나의 마음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나날들이다. 대충 요약하자면 (나의) 일반적인 사고 회로는 이러하다.
'어딘가가 아픈 것 같다 ▶ 잠시 후 아픈 것이 분명해진다 ▶ 병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병원을 찾는다 ▶ 괜찮은 병원은 왜 야간진료가 없을까? ▶ 야간 진료가 있는 병원을 찾는다 ▶ 퇴근하고 가면 접수도 간당간당한 게 어째서 야간 진료인가? ▶ 하지만 그것도 감지덕지다 ▶ 감사한 마음으로 예약한다'
그래도 요즘은 네이버에서 야간 진료가 있는 병원을 따로 검색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막상 병원에 가보면 같은 직장인의 마음이 되어 '그래 간호사 선생님도 퇴근하셔야지'라는 맘이 든다. (그 병원에서 뭔가 해결이 되면 나올 때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길 기도하고 나온다)
어쨌든,
그래서 지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나의 별명은 '종합병원'이다. 내가 다니는 병원만 합쳐도 지방 거점 유명 종합병원 정도는 거뜬하다. 의료비로 따지자면 장학재단 설립도 가능할 것만 같다. 먹는 약? 두 말 하면 헛소리다. 약국에 갈 때마다 '제가 이러이러한 약을 먹고 있는데 함께 먹어도 될까요?'가 나의 기본 멘트가 된다. 이제는 보험사 서류 접수도 너무나 능숙해져서 알아서 척척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이건만 어른이 된 후로는 아프면 챙겨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
긴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내 생각을 '죽음'으로 가게 하는 나의 증상들과 그로 인해 방문했던 병원들에 대한 썰을 풀어보려고 작정했다. 대충 생각나는 병원만 하더라도 정신과, 신경과, 내과, 심장내과, 정형외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치과, 한의원, 통증의학과, 안과, 피부과...... 또 동네 병원과 대학 병원도 골고루 다니는 게 인지상정!
그냥 오늘도 멀쩡하게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에 감사해야겠다. 어떤 것부터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