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꾸준하게 해왔을까.
부지런하지도 않고 끈기도 없는 나에게 꾸준함이 있기나 할까?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남은 육아휴직을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삶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음을...
심신이 지치고 엉망진창이 된 회사 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이석증까지 재발되면서 휴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건
나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였다.
나 자신을 향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과 평가가 끊임없이 이어졌었다.
계획에 없던 휴직은 나의 마지막 휴직이었다.
승진도 생각하고, 아이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세워두었던
모든 계획은 틀어져버렸다.
그리고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이 처참히 무너졌었다.
나의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
아무 길도 보이지 않을 때 운동을 시작해 보라는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고, 어떤 운동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휴직 중이니, 우선 돈 드는 걸 섣부르게 시작하지 말자, 끈기가 없으면 몇 번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될 거야. 다른 사람들하고 하는 건 나의 수줍은 성격에 지속하기 힘들 거 같고.."
이런저런 궁리 끝에 러닝을 시작했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아파트 헬스장에 있는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러닝을 시작하고 가장 좋았던 점은
나의 심장이 뛰는 것과 그걸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와 야외활동을 하면서 가끔 달리기를 할 때가 있었다.
아이는 열심히 달린 만큼 심장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로 쿵쾅거리는데
내 심장은 헐떡거리는 나의 숨소리와 다르게 너무 차분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숨을 쉬고 살아 있으니 심장은 멎지 않은 거겠지만
그 순간 나는 나의 뛰는 심장을 느끼고 싶었다.
처음 달리기를 한 날, 1분 30초도 한 번에 뛰지를 못해 40초 넘어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정말 이런 체력으로 살아왔던 것인가, 형편없었다.
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다.
인터벌 러닝을 일주일에 3번 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바닥난 나의 체력은 하루 러닝하고 다음날은 꼭 쉬어야 했다.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나 자신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받은 온갖 상처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운동에 대한 열의도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다.
러닝을 가기 전에 오늘은 몇 킬로를 달려야지
그리고 그걸 완벽하게 해 낸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을 할수록 현관문 밖을 나서기 어려웠다.
나의 귀찮음은 이렇게 꾸준함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나의 모든 일상이 러닝 스케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법.
아이와 관련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엄마가 부탁한 일이 생기도 하고,
계획한 요일, 시간에 맞게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러닝을 못하면 못내 기분이 나빠지고
그냥 하기 싫은 마음뿐이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완벽한' 러닝만 있었던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운동할 시간을 옮기면 되고 꼭 정해진 시간에만
시작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시작하기가 참 힘들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휴직이 끝나면 이 시간이 너무 아쉬울 거란 생각과
이 짧으면 짧고 길면 긴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꾸준히 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복직을 하게 되면 회사 생활도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채우지 않으면 똑같은 엉망진창이 반복되리라는..
"그래, 어떻게든 목표로 정한 걸 끌고 가야 한다.
중간에 흐지부지 되면 나 자신에게 더 실망만 할 것이고,
자존감은 금이 난 벽처럼 서서히 무너질 거야'
나만의 꾸준함을 유지하자.
그럼 나만의 꾸준함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방법이 필요했다.
세상에 모든 건 나를 위해 세팅되어 있지 않았다.
불편한 것들이 널브러져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정리한 후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결코 시작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냥 있는 그 자리에서 오늘 내가 해야 할 운동을 위해 발걸음을 옮겨야 함을 알게 되었다.
또한 모든 과정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꾸준함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는 나의 성격에 맞게 '느슨하게 이어지는' 꾸준함을 추구하기로 했다.
귀찮음과 싸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나의 휴직 1년 6개월 동안 러닝을 해왔다.
처음에는 40초도 뛰지 못했지만 이제는 5킬로미터를 걷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남들과 비교해 보면 터무니없는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러닝을 시작한 날의 나 자신과 비교해 보면 일취월장이라 생각한다.
올해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휴직 기간 동안 나 자신을 위해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왔고
그 꾸준함으로 나의 체력이 나를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은 생겼다.
남들이 감탄할만한 '완벽함'이라면 좋겠지만 또한 그렇지 않으면 어떠리.
나만의 스타일을 찾았고 어쨌든 나는 지금도 러닝을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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