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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ec 17. 2021

자극적인 탈출

평범한 것은 싫다

노예는 주인이 제공하는 의식주가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어떤 상황이든 인간은 익숙한 삶에 장기간 적응이 되면 변화가 두려워진다.

비록 노예와 같은 삶일지라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현대문명은 인류에게 수많은 편익을 제공한다.

무한의 한계로 발전하는 첨단과학은 앞으로 인류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예측할 수 없으며 신의 영역으로만 생각했던 우주의 신비를 과학으로 밝히고 사람의 발길은 과학과 함께 거칠 것 없는 행로를 계속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상상을 초월한 분야로 도전이 이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과학의 혜택과 함께 피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종식은 인류의 문화 또한 컴퓨터 인터넷 영역의 범위 안에서 진화하게 만들었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생활 속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주목해야 할 문제는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인간의 정서와 감성이 점차 획일화되어 가는 현상이며 갈수록 증가하는 인간성 상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세상을 산다는 것이다.

각계각층의 이기주의는 한계를 넘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으며 순수해야 할 어린이의 감성마저 세뇌되고 있다.

모든 사회의 기본이 되어야 할 인간 중심의 윤리의식이 자리를 잃고 있는 오늘날, 사회적 교감은 이해관계로 바뀌었고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컴퓨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정보의 범람으로 원하지 않는 접촉은 아예 차단하고 모르는 전화는 받지 말아야 안전한 세상이며 중요한 메시지도 기분에 따라 보고 싶으면 보는 습관은 무엇보다 자신이 우선이라는 그릇된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가 소유의 양으로 평가되면서 남들보다 빠르고 앞서기 위한 교육이 청소년에게 주입되고 있으며 승자의 독식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류 속에 문화는 장르를 불문하고 자극적이어야 인기가 있고 주목을 받는다.

메마른 정서를 달래줄 대상이 희박하다 보니 영화를 통해 보여 주는 폭력의 실감 나는 장면은 이미 식상한 묘사일 뿐 잔인하고 살벌해야 관심을 갖고 인기를 끈다. 상상을 초월한 작가의 관점이나 아이디어가 어필을 하고 문화상품의 가치는 윤리와 도덕, 자연의 순리를 초월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을수록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야 하며 일상의 가치를 무너트리는 소재가 흥미를 끈다.

일탈과 자극적 내용이 화려하게 채색이 되면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 정서에 폭력과 범죄를 배양하는 결과를 낳지만 예술로 포장된 자극적인 콘텐츠는 인기와 함께 성공한 분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산업을 초월한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서 드러나고 요즘은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2020년에 개봉한 영화 윌 위닉 감독의 'Follow me'에서는 인기 유튜버 '콜'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신의 유튜브 방송 1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억만장자에게 특별한 제안을 받고 친구들과 함께 러시아로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방 탈출 게임을 하게 되고 모든 상황은 실시간으로 방송이 되는데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던 게임이 위험의 수위가 점점 심해지면서 목숨을 위협받는 극한 상황이 실제로 진행되고 통제가 불가능한 단계에서 인간의 민낯까지 보여주는 실황이 그대로 방송이 된다.

사실 모든 게임은 계획된 연출이었지만 게임에서 여자 친구 애린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주인공 콜은 이성을 잃는다.

게임이 끝나고 모든 출연자가 모여 몰래카메라를 자축하려 모인 장소에서 친구 알렉세이가 모든 것을 밝히려는 순간 콜은 흥분한 상태에서 알렉세이에게 무차별한 폭력을 가하고 실제로 친구를 죽이게 된다. 물론 모든 상황은 방송이 되며 엄청난 조회수가 기록되는 장면이 영화의 결말로 장식된다.

SNS 시대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자극적이고 핫한 콘텐츠가 주목받고 인기가 있는 이유를 윌 위닉 감독의 연출로 전달되는 영화이지만 유명한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는 않는다.

자극적이란 평범하지 않은 것이고 감각에 급속한 변화를 일으키는 신경전달에 의해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분비되는 상태이다.

놀랍고 화끈한 감성을 원하는 세대에 부합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상업적으로 성공함에 따라 비슷한 장르의 소재가 계속해서 제작되고 시리즈처럼 문화를 형성하고 갈수록 강도 높은 자극적인 장면이 방송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젊은 시절을 대표하는 열정과는 구분되는 현상으로 SNS 세대를 통칭한다 하지만 결코 젊은 층의 감성으로만 대변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다.

바쁘고 획일적인 생활을 보내다 보면 때로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은 들기 마련이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인터넷과 생활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정보와 문화를 접하는 창구가 다양해진 현대 사회는 여과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다.

특히 한국은 유행에 무척이나 민감한 나라이지만 정상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소재가 대중의 관심을 넘어 방송으로 제작되고 문화의 장르로 자리를 잡는 현상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해외 토픽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먹방이 처음으로 전파를 탔을 때 사람들이 놀라고 신기해서 보게 된 방송은 급속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 한국의 방송은 먹방 천국이 되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심의위원들이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의, 지도하는 방송심의위원회가 존재해도 시청률과 상업적 효과를 노린 비슷한 소재의 먹방 프로그램이 채널마다 넘쳐난다.

얼마 전까지 한국의 오락 프로그램을 foodporn(음식 포르노)이라 비난하며 부정적 시각으로 보던 해외의 언론들이 많았으나 지금 해외 유튜브 방송은 한국보다 높은 수위의 먹방으로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려해야 할 유해성 논란은 여과 없이 방송되는 유튜브 채널의 갈수록 심각해지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이며 인터넷 방송의 특징은 부적절한 방송이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면 광고 효과를 일으켜 더욱 화제가 된다는 사실이다.

자극적이고 부적절한 방송은 처음에는 역효과와 반감을 유발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쉽게 뇌리에 각인이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되고 방송에서 자주 접하다 보면 곧 익숙해지며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도 무덤덤해지게 되는 것이다.

조회수가 떨어지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연출되지 않은 생방송 프로그램이 새롭게 제작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인기를 얻을 것이고  앞으로 상상을 초월한 충격적인 장면들이 우리의 자녀들의 뇌리에 어떻게 각인될지 예상할 수 없다.

사람의 감각은 자극적인 것에 노출이 되면 금방 적응이 되고 좀 더 강렬한 자극을 원하게 되며 자극적인 것은 원래 중독성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시대에나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은 공존하는 법이고 기성세대의 시각이 신세대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대는 없었으며 지금의 신세대가 기성세대가 될 쯤에는 세대 간의 갈등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모든 분야의 변화는 자본의 기류에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될 것이며 문화 또한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예견할 수 없다.

시대를 불문하고 문화는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가로막는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코로나 팬데믹이 이 시대의 가장 큰 변수이자 재앙이듯 미래의 변수를 예측할 방법은 없다. 경제를 예견할 수 있다면 미래의 문화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역사를 통해 경제를 예견한 석학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주의는 많은 분야에서 질주본능을 유발하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긴장된 상태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일상의 소박한 즐거움은 잊은 지 오래됐고 로맨스란 식상한 드라마의 소재로 들릴 뿐이다.

희망이 없는 현실은 하루하루 반복이 되지만 언제나 함께 하는 것은 컴퓨터 모니터가 전부이다.

일을 할 때도 키보드를 누르지만 친구를 만날 때도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찌 보면 산다는 것 차체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기도 하며 때로는 일탈을 상상하기도 한다.

단 몇 분이라도 모니터 안의 충격적인 장면을 경험하고 나면 달라진 기분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현대인이라면 컴퓨터가 무엇보다 친근하고 컴퓨터에 의인화를 주는 착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컴퓨터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도구이며 편익을 주는 기계일 뿐 더 이상의 가치도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플라스틱이다.

시대가 변해도 삶의 진면목은 결코 변하지 않는 법이며 세상이 변한 것은 환경만 달라졌을 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변한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시각이고 각도를 달리할 수 없는 우리들의 관념이 시대라는 기준에 맞춰 너무 강하게 고착되었기 때문이다.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기 마련이고 생활의 패턴을 바꾸는 일은 특별한 동기가 없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형화된  생활 속의 초라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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