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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Feb 24. 2022

선진 시민의 선거

선거 정보


요즘 정신 건강을 위해 뉴스를 안 본다는 사람이 많다.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신경 끄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뉴스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TV에서 방송하는 9시 뉴스가 한국 뉴스의 메카였고 가장 신빙성 있는 뉴스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9시 뉴스는 시청률도 높았으며 9시 뉴스의 앵커가 바뀌면 새 앵커에 대한 관심이 뉴스보다 더 집중될 정도였다.

채널이 많고 인터넷 뉴스도 워낙 많은 시대이다 보니 자기가 원하는 뉴스를 직접 선택해서 보는 사람이 많아 지상파 방송 뉴스가 인기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TV 뉴스가 외면당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방송사가 이미 권력의 하청 기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뉴스를 진행하면서 앵커가 "야당 얘기 많이 하면 시청률 떨어진다고 PD가 딴 얘기 하라고 하네요."라는 말도 했을 정도로 시청률을 의식하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맞추려는 노력을 방송 중에도 보였다.

정권이 바뀌자 공영 방송에서는 대 놓고 집권당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을 프로그램의 MC로 앉히고 눈에 보이는 편향적 방송이 주류를 이루다시피 했지만 여론의 뭇매 때문에 얼마 되지 않아 막을 내리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이런 현상은 군사정권 때부터 늘 존재하던 일이라 해도 오늘날 4차 산업 시대에 세계 경제 순위 1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선진 방송의 역할은 결코 아니다.

시대가 바뀔수록 국민의 의식 수준은 향상되고 여과 없는 보도와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방송을 시청자가 원하고 있지만 경제는 선진화되는데 반해 공영 방송의 기능은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시청률을 의식한다는 모순이 기존의 시청자마저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이며 유튜브 방송의 시청률만 올리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공정한 방송이란 여당과 야당의 출연자 방송 회수, 배분된 출연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이슈의 정확한 보도와 이미 일어난 사안에 대한 정치 진영의 입장과 객관적 사실만을 시청자가 원하는 것으로 앵커나 MC의 정치색 없는 중립적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한 방송을 말하는 것이다.

특히 토론 프로그램에서 야당의 입장을 출연자가 얘기할 때 진행자가 "시간 관계상 짧게 말해주십시오."라는 멘트를 가끔 듣게 되는데 이는 방송에서 자유로운 발언을 제한하는 행위이며 양측의 의견을 들어야 할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여당, 야당의 비정상적인 발언이 난무하더라도 방송사는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논란의 여지가 많은 민감한 주제는 가급적 편집하지 않은 내용을 방송해야 한다.

뉴스는 물론 토론 프로그램도 유튜브와 인터넷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로 TV를 보면 꼰대이고 유튜브를 보면 젊은 세대란 말도 요즘에는 맞지 않은 말이 되었다.

TV 뉴스 토론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게 되는 사실은 객관성이 결여된 집권당 감싸기가 두드러지고 권력의 방향에 따라 방송이 제작되는 현상을 누구나 느끼는 것으로 시청하는 뉴스의 채널에 따라 사람들의 정치관과 지지층을 알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공영 방송은 이미 공정의 기능을 잃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언어라 할 수 있는 정치인의 발언은 포장된 언어라 말할 수 있으나 방송이 전달하는 언어는 정치의 포장을 걷어낸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과 민의의 전달 기능이 우선이어야 하며 정치적 성향이 아닌 객관적인 방송의 독자적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대중에게 부족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방송과 언론의 기능이지만 대중에게 필요한 정보는 여과되지 않은 빠르고 정확한 정보이며 논설주간이나 국장급 앵커가 비중 있게 진행하는 해설 역시 사실을 이해하기 위한 명확한 설명 외에 불필요한 부연은 없어야 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언론과 방송이 권력과 긴밀하다는 것은 어리석은 대중을 만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는 민주주의의 역행이므로 어려운 시기, 혼란한 상황일수록 언론과 방송은 사회의 바로미터가 되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부터 '정보 왜곡 방지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미국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방송에 대한 소송이 그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에게 시민의식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시민권 교육(citizenship education)' 미국에서는 '시민권(civics)' 유럽에서는 '민주적 시민권을 위한 교(democratic citizenship education)'이라는 과목을 학생들에게 교육 과정으로 수업을 한다.

이 교육의 목적은 적극적인 시민의식을 배양하고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시민권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지식 및 실질적인 시민의 행동을 교육하는 수업이다.

선거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한 시민권에 대한 세밀한 교육은 'Informed Citizenship' 식견을 갖춘 시민 또는 정보에 입각한 시민으로 해석되는 개념과 연결된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젊은이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시민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투표에 대한 참여도가 높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정확도를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로 선진 시민으로서의 국가관이 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긍정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18세부터 선거권이 주어지는 우리 선거의 우려의 목소리와는 비교가 되는 교육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공약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뒷전이고 표밭 가꾸는 데만 급급한 정치권의 행태는 이제 소멸되어야 하며 국가적 재난과 경제 위기를 이용한 포퓰리즘의 유혹 또한 선진화된 국민 의식을 통해 막을 내려야 할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란 선진국의 시스템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사고로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으로 선과 악, 긍정과 부정의 명확한 구분과 그에 따르는 유권자의 선택이 국민 모두가 원하는 선진화된 시민의식이라 말할 수 있다.

잘도 참아온 모든 국민의 고통은 이번 선거를 통해 마감하고 새로운 방향을 위해 우리 모두가 매진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들은 양극화의 주역으로 분열되었고 진영의 갈등에 합류한 채 서로가 서로를 공격한 갈등은 수습할 길이 없었지만 양극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들이었고 우리의 손으로 선택한 정권의 희생양으로 살아야 했던 책임도 우리의 몫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더 이상 난무하는 공약과 넘쳐나는 정보의 사실 여부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

이번 정권에서 수도 없이 바꾼 법안과 그동안의 황당한 정책의 결과만으로 선거를 준비한다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우리의 손으로 바꾸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상식과 자유는 우리의 손으로 다시 찾아야 하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잘못된 법과 정책을 다시 바로잡는 데는 많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대책없이 빚을 낸 천문학적 액수의 국가 부채를 해결하려면 국민 모두의 엄청난 고충이 예상된다.

선진국 경제 전문가들이 현재 한국경제를 '초대형 복합위기 (Perfect Storm)'로 경고하고 있는 현실을 절대 도외시해서는 안 되며 현명한 선택으로 총체적 난국을 이번 선거를 통해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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