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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Feb 08. 2022

여자의 감성은 늙지 않는다

결혼의 상처


미국에서 연인 관계의 특징이라면 감정은 우선이지만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언제나 존재하고 상대의 생활과 개성은 무척이나 존중한다.

쉽게 만나 사랑에 빠지는 영화 스토리를 많이 보게 되는 이유로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라 오해하기 쉽지만 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명함을 주거나  연락처를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영화나 미드처럼 남녀관계가 문란한 사회는 결코 아니다.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 데이트 신청을 먼저 하는 순서는 남녀가 따로 없고 이상형을 보게 되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적극적인 반응은 비단 젊은 층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전철이나 식당에서 마음에 꼭 드는 이상형을 봐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생각만 하다 잊어버리는 한국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고 감정 보다 체면을 중시하는 동양문화와는 차이가 있는 미국 문화는 자유와 개성이 존중되는 이유로 의사 표현에도 적극적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대부분 친해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는 지나칠 정도로 깍듯하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영화처럼 쉽게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연인으로 발전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매너는 변하지 않는데 가까울수록 지켜야 할 선은 넘지 않는다는 존중의 의미이고 시간이 가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깊어지면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을 하는 경우는 많지만 동거의 개념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산다는 의미와 함께 상대의 민낯까지 볼 수 있는 기회로 결혼 전 간을 보는 사전 단계라 생각할 수 있으며 동거의 과정을 거치고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이 굉장히 많다.

여성의 경제 활동이 남성과 동등해지는 시대에 들어서면서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이혼하는 부부가 많고 연애는 자유로운 반면 이혼 절차는 법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재산권에 대한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기 때문에 이혼 전문 변호사의 일이 무척이나 많은 나라가 미국이며 배우자를 선택하는 조건과 결혼을 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신중한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

나이를 초월해 사랑이란 감정은 지속되지 않는 까닭에 연인 관계라면 빠른 진행, 부담 없는 정리가 가능하지만 결혼은 성사되기도 어렵거니와 지속하기도 힘든 것은 동서양이 동일하다.

남녀 사이의 뜨거운 사랑은 젊은 층에만 해당되지는 않는 이유로 내로남불이란 용어도 유행하고 불륜으로 인해 가정이 깨지는 경우는 심심찮게 주위에서 듣고 보는 일이라 요즘 시대에 이혼은 그다지 심각한 화제도 되지 못한다.

특히 한국도 황혼이혼이 점차 늘어나는 통계는 부부라는 개념이 옛날과 많이 다르다는 의미이고 노년기만이라도 구속이 없는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노년층이 증가하는 사실로 자식과 의무 때문에 산다는 흔한 푸념도 이제는 과거로 묻히는 시대의 변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사랑도 미움도 겪고 느끼는 것은 나이가 많다고 다를 바 없는 감정이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어느 때보다 성숙한 노년에 이혼을 감행한다는 것은 결코 감정에 의해 좌우되는 속단은 아니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It's complicated)는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메릴 스트립과 젊을 때나 늙을 때나 강인한 남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알렉 볼드윈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메릴 스트립의 새로운 남자, 건축가로 등장하는 스티븐 마틴 역시 수상 경력이 화려한 비중 있는 주연급 희극 배우이다.

20살이나 어린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난 제이크(알렉 볼드윈)와 이혼한지 10년이 된 제인(메릴 스트립) 은 유명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세 자녀를 둔 엄마로 이혼을 했다는 사유를 빼면 성공한 노년에 들어선 세련된 여성이고 젊은 여자 애그니스와 결혼을 했지만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아빠 제이크는 중년을 넘어 노년을 맞이한 이기적인 남자이다.

막내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인과 제이크는 각자 뉴욕으로 간다.

같은 호텔 바에서 우연히 만난 제인과 제이크는 몇 병의 와인을 비우면서 어색할 수 있었던 만남을 유쾌한 대화로 시간을 보내다 취중에 잠자리를 함께 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전 남편과 바람을 피우게 된다.

결코 나쁘지 않은 시간을 뉴욕에서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제인은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건축가 애덤을 만나고 젠틀한 매력이 있는 애덤도 이혼한 상처가 있는 공감대로 금세 가까워지지만 좋은 관계로 발전할 시기에 제이크가 제인에게 다시 다가오는데 뉴욕 호텔에서의 10년 만의 재회를 잊지 못하고 전처 제인의 옆을 맴도는 상황이 전개된다.

순조롭지 못했던 두 사람의 결혼은 당사자는 물론 세 자녀에게도 깊은 상처가 있는 과거이지만 제인은 현시대의 전형적인 성공한 여성이자 충실한 엄마인데 반해 내조 없는 젊은 아내를 감당해야 하는 노년의 남편 제이크는 에그니스의 어린 아들까지 돌봐야 하는 힘겨운 모습을 보인다.

제인과 건축가 애덤의 관계가 진행될 무렵 제이크는 기회를 노리며 제인과 재결합을 원하고 제인과 애덤의 사이를 방해하기 위한 유치한 공작도 서슴지 않는다

한편 파티에서 제이크가 제인을 바라보는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본 애그니스는 제이크의 마음을 읽게 되고 전처를 못 잊는 제이크의 고백으로 결혼 생활을 매듭짓는다.

세 자녀가 보는 가운데 제이크는 재결합을 요구하지만 제인은 10년 전 이미 딴 여자의 남편이 된 제이크를 다시 만나면서 옛날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우던 제이크의 과거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고 아내가 있는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자신을 발견한 후 제이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제이크의 유치하고 황당한 공작으로 인해 회복될 수 없는 관계가 돼버린 제인과 애덤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이제 막 성인이 된 자녀들도 아빠와 엄마의 재결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혼란을 겪는다.

결국 제인에게 거절당한 제이크는 떠나고 건축가 애덤과의 관계에 회복의 기미가 연출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배우 메릴 스트립이 실제 나이에 맞는 실감 나는 연기는 현시대 이혼한 엄마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이혼한 많은 가정의 동일한 갈등을 세밀하게 보여 주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결코 딴 세상에서 일어나는 동떨어진 가정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든 나이이지만 제이크와의 접촉을 통해 오랜 기간 잠자던 여성의 감성다시 느끼는 제인의 갈등과 노년의 나이에 포르쉐 스포츠카를 모는 바람둥이 제이크 역을 소화한 알렉 볼드윈의 노련한 연기에서 헤어졌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은 잠이 들면서 제이크의 손을 잡는 애그니스의 어린 아들과의 교감에서도 세밀하게 표현된다.

이혼을 해도 자식이라는 혈연으로 인해 절대 결별이 불가능한 사이는 엄마, 아빠라는 존재로 연결이 되고 이제는 남이지만 영원한 타인이 될 수 없는 부부의 관계를 조명하는 영화이다.

애덤의 차 안에서 라디오로 이혼의 상처는 용서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강의 내용을 제인과 애덤이 함께 듣는 장면에서 요즘 시대에 만연한 이혼 부부의 고뇌가 전개되고 이혼의 상처를 공유하는 많은 부부가 앞으로 다가올 노년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2010년 미국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오늘날 한국에도 만연한 이혼 가정의 아픔을 예고한 스토리로 받아들이기 충분하다.

'It's complicated' 영화의 제목처럼 복잡한 게 사랑이고 결혼은 결코 환상이 아니라는 내용이 그려지지만 나이가 들어도 여자일 수밖에 없는 엄마의 감성을 메릴 스트립의 연기로 전달되면서 영화의 결말에서 보듯 자식을 통해서도 결코 회복될 수 없는 부부의 상처는 이 시대 많은 가정이 감내해야 할 공통된 아픔이라는데 초점을 맞추는 현시대의 영화이다.

어찌 보면 결말은 있지만 완성은 없는 게 사랑이고 둘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시작인 결혼은 언제나 진행형이며 예상할 수 없는 변수는 존재하는 것이다.

아닌 것 같아도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가 부부이며 시간이 지나도 알 수 없는 사람이 배우자가 아닐까를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 본다.

조병화 시인은 결혼은 '같이 늙고 싶은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상처도 고통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고 고통을 감내하며 세상을 살기에는 우리네 인생은 너무나 짧다.

아무리 미화하려 노력해도 아픔은 사랑의 과정이 아니고 희생이 결코 사랑일 수 없는 연유는 사랑은 언제나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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