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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Mar 29. 2022

윌 스미스가 귀싸대기를 날렸다

때와 장소를 가리는 말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가 오스카 시상식 도중 무대로 올라가 코미디언 배우 크리스 록의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이 생중계로 세계의 전파를 탔다.

행사장에 있었던 관객이나 TV 시청자들은 처음에 연출된 장면인 줄 알았지만 잠시 후 객석으로 돌아간 윌 스미스의 격양된 욕설과 흥분한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실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사고는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을 위해 출연한 코미디언 배우 크리스 록의 농담 때문이었다.

크리스 록은 무대 위에서 삭발을 한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를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G.I. Jane 2, can't wait to see it, all right?" 영화 G. I. Jane 2를 보고 싶어 참을 수 없다라는 농담을 했고 이에 격분한 윌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가 크리스 록의 빰을 가격한 것인데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핀캣 스미스는 2018년 자가면역 질환으로 탈모 진단을 받은 실제 탈모증 환자로 그녀의 삭발은 개성이나 멋을 강조한 헤어 스타일이 결코 아니었다.

객석으로 돌아간 윌 스미스는 흥분을 억누르지 못한 채 "Keep my wife's name out your fucking mouth!" 내 아내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라고 욕설을 섞어 내뱉었고 연출되었던 쇼인 줄 알고 웃고 박수를 치던 관객들도 윌 스미스의 욕설을 듣고 실제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영화 G.I. Jane은 1997년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가 삭발을 하고 주연을 해 화제가 되었던 영화였지만 흥행에 실패하고 영화의 평가마저 냉랭한 영화였다.

세계 최고 배우의 아내로서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위치에서 여성으로의 탈모는 크나큰 상처가 아닐 수 없지만 스스로 탈모 환자임을 공개하고 민머리를 자신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사는 아내를 향한 조소는 아무리 유머라 해도 남편 입장에서는 참기 어려운 일이고 크리스 록의 농담이 지나쳤다는 반응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이 날 윌 스미스는 영화 '킹 리처드'로 생애 최초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사건에 대한 사과는 했지만 미국 아카데미 윤리강령을 위반한 윌 스미스는 수상한 남우주연상이 반려될 수 있다는 기사가 뉴욕 포스트에서 보도되었고 실제 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한 크리스 록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유가 어쨌든 공식 석상에서 폭력을 휘두른 윌 스미스에 대한 비판 역시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 대형 쇼에서 방송 사고는 잊을만하면 발생해 화제가 되곤 한다.

2004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출연한 마이클 잭슨의 동생 자넷 잭슨의 공연 도중 상의가 벗겨지며 가슴이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으나 연출된 장면이 아니었냐는 논란이 많았고 2009년 MTV 시상식에서는 진행자 브르노가 날개 달린 옷을 입고 공중을 나르는 쇼를 하다 케이블에 거꾸로 매달려 엉덩이가 노출된 상태로 관중석에 앉아있던 가수 에미넴에게 떨어져 브르노의 노출된 엉덩이가 에미넴의 얼굴과 마주치는 장면이 그대로 생방송으로 화면을 채운다.

에미넴은 화를 내며 행사장을 나갔지만 사실 이 장면은 연출된 상황이었다.

실제 사고이든 연출된 장면이든 세계의 시청자가 주목하는 대형 프로그램에서 사고가 나면 시청률은 급상승하며 시청률과 함께 이윤을 내는 광고와 연관된 상업적 관계자들에게는 뜻밖의 횡재가 따르지만 웃고 넘길 상황이 아니라면 그에 따르는 법적인 책임과 민사상의 엄청난 손해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 방송 사고이다.

뉴스의 화제로 넘겨 버릴 수 있는 94회 오스카 시상식의 사고도 짚어 보자면 코미디 배우가 웃자고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의 상처를 자극해 일어난 사건이었다.

특히나 유명인의 발언은 쉽게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악의는 없었다 해도 듣는 입장에서는 찬반이 갈리기 마련이므로 어떤 경우라도 말이란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법이다.

정치인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사직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경우도 잊을만하면 보게 되고 방송인이 좋은 의도로 정직하게 개인적인 의견을 말했다 정치적 발언으로 평가돼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는 사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말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흥분한 상태에서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라도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이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화는 사소하거나 중요하거나 말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대화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므로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말은 소통이 불가능한 법이며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없는 말은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언제나 사람들은 말 한마디 잘못해서 고민을 하고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인관계나 비즈니스에서 후회 없는 말을 하는 화법을 정리해 본다면


1.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말을 한다.

2. 중요한 얘기를 먼저 하되 메시지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3. 상대의 말을 끊지 않는다.

4.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경우 유머는 쓰지 않는다.

5. 남의 말은 좋은 얘기가 아니면 절대 하지 말고 남에 대해 물어보면 그냥 모른다고 자른다.

6. 논의할 주제가 있을 때 말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한 후 천천히 말한다.

   논의는 천천히 말해도 예의에 벗어나지 않는다.

7. 모르는 것은 그냥 모른다고 말한다.

8. 친한 척 말을 하지 않는다.

- 너한테만 하는 말이야

- 우리끼리니까~

- 비밀인데 말이야

- 솔직히 말하면~

- 처음 하는 말인데~

9. 상대의 말이 거슬리더라도 일단 끝까지 듣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의사를 천천히 전달한다.
10. 대화가 기분이 상하더라도 헤어질 때 정중히 인사를 한다.     

그러나 말이란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대화의 방향이 쉽게 바뀔 수 있고 말은 감정의 지배하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면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본인도 예상할 수 없다.

어찌 보면 말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고 공감이란 겸손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것이므로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상대의 말을 들을 수도 없거니와 자신의 입으로 진심이 나오지도 않는 법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때와 장소에 적합한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고 대인관계에서 올바른 대화를 이끌어 내는 기술은 자신의 위치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하지만 말을 잘한다는 것은 결코 지식의 습득이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인격의 함양이 내재되어야 가능한 것인데 인격 함양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숙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 말을 잘하는 방법에 근사치 모범답안은 있겠지만 말이란 언제나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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