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노년 어르신이 불안정한 걸음으로 전철을 타면 젊은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지만 재빨리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중년의 엄마, 아빠들이다.
출근 시간에 바쁘게 가다 누구와 부딪쳐도 '죄송합니다' 한마디 없이 제 갈 길만 간다.
식당에서 계산을 하고 나갈 때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는 사람은 식당 사장님뿐이고 직원들은 손님이 나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경우 동행한 사람에게 푸념이라도 하면 흔히 듣는 말이 "요즘 다 그래요."란 말이다.
직역하자면 이 시대의 보편적인 모습이란 뜻이고 대체로 부정적인 현상을 볼 때 쉽게 쓰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예전엔 안 그랬던 일들을 지금은 흔하게 보고 겪는다는 말이지만 '요즘에 다 그렇다'라는 의미는 결코 세대 차이의 관점으로만 볼 수 없는 사회의 단면에 대한 탄식이자 모순일지라도 일반화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체념의 목소리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은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고 세상이 변하면 시대에 따라 사람도 변하는 것은 인지상정인지 모른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다고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역사적으로 혼돈의 시대에는 옳고 그름의 구분이 모호하고 도덕과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사실이고 지금 한국 사회가 여러 난제로 인해 어렵고 혼란한 상황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의 세상이 도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정서가 예전에 비해 각박해진 현상은 누구나 체감하는 현실이고 정상적이지 않은 일들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원래 경제가 불안하고 사는 게 힘들면 누구나 먹고사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고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다 보면 예전에 안 그랬던 사람도 이기적으로 변하기 쉽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면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 또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각박한 현상은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팬데믹은 세상을 마비시켰고 이런 상황에서 긍정의 밝은 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지만 사실 예의와 배려가 사라지는 원인은 비단 경제 상황과 직결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란 급한 상황에서 본성이 드러나기 쉽고 속내가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천성적으로 악하고 못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고 자신의 처지가 열약하다 해서 인격까지 마비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배려까지는 아니라 해도 인간의 기본적 소양이 퇴색되는 현시대 이기주의의 가장 큰 요인은 인성 교육의 부재와 자본주의가 만든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오늘날 4차 산업시대가 가중시키는 능력주의가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극찬했던 한국의 교육열은 사실 청소년 시기부터 치열한 경쟁의식이 배양되는 시스템이며 입시교육에 치중한 교육현장은 인성 교육의 의미마저 사라지고 있는데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로 진출하면 약육강식의 생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은 피해를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이기적 사고를 당연한 경쟁 과정으로 치부해 버리기 쉽다는 것이다.
연륜과 경험을 밀어낸 능력주의(meritocracy)는 능력 있는 사람만 돈을 벌고 인정받는 현상을 성공이라 평가하고 있으며 능력 위주의 인사 제도는 중산층을 무너트리고 정년과 안정적 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게 만들었다.
서구 선진국의 시스템은 이미 한국에 건너왔고 노련한 경험보다는 새로운 시스템과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은 두뇌를 선호하는 사회가 양산된다는 사실은 대기업의 인사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년 후반의 SKY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대기업 중역들의 나이가 갈수록 젊어지고 IV 리그 및 해외 명문대 출신의 중역들이 계속 증가하는 현실을 예로 들 수 있으며 사회 전분야의 수장들이 갈수록 젊은 사람들로 교체되는 현상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현실이 대표적인 능력주의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성장이 있으면 쇠퇴하고 소멸되는 계층도 증가하기 마련인데 시대가 변하면서 성장하는 계층과 분야는 소수에 한정되는 반면 쇠퇴하는 분야와 인력은 계속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의 인재들은 갈 곳을 잃게 되고 가속되는 첨단 시스템에 밀려나는 예전의 기능들이 퇴물로 전락하는 구조가 한국에도 도래한 것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경제가 이미 이러한 단계로 진입하면 문화는 자연스럽게 경제와 맥박을 맞추기 때문에 보편적인 문화 역시 색채를 달리한다.
대다수가 즐기던 문화가 계층 별로 차별화되면서 소수 상류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호화로운 문화가 능력 있는 새로운 젊은 층으로 옮겨지고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며 일한 만큼 누려야 한다는 사고가 우후죽순 고개를 들더니 언제부터인지 사치스러운 일탈이 당연한 보상이 되었고 경제에 의한 계층 간의 간극은 그대로 문화의 괴리로 나타났다.
번 만큼 써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고소득층뿐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그릇된 상황을 시대적 변화의 당연한 현상으로 합리화하는 이색적인 문화 또한 고개를 든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가 새로 나타나고 내일을 위한 노력 보다 만족할 수 있는 현실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미래지향적 사고가 점차 줄어드는 현상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현상이 증가할수록 인간성은 피폐하기 쉽고 성인이 된 후에도 인격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릇된 문화가 유행하는 원인에는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젊은 세대의 희망을 차단하는 데서 기인하지만 비교에서 오는 갈등이 기존 일반적 가치의 기준을 무너트리면서 현실 위주의 즐기자는 문화가 확산된다는 사실이며 감성마케팅에 노출된 심리는 사회적 위화감을 무분별한 소비문화로 대체하려는 현상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새로운 유행은 여러 부분에서 젊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민감한 감성을 자극하는 정보는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젊은 세대가 견물생심에 의한 '나도 한번....;이라는 심리는 '다들 그러는데 나는 왜 못해.'로 변하게 되고 그릇된 현상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인지적 오류가 형성되면 내면의 가치는 물론 정상적인 인격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특히 같은 세대에서 공감하는 문화는 급속하게 확산되지만 옳고 그름은 관계없는 유행이 확대될수록 부정적 영향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오늘과 같은 인터넷 세상은 잘못된 일이라 해도 핫하다면 파급 효과는 매우 강하기 때문에 편향적인 문화가 퍼지기 시작하면 고유한 정서 역시 변할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해 파생되는 그릇된 가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예의도 쉽게 무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새로운 유행이나 문화가 모두 부정적인 것은 결코 아니고 대다수의 젊은 층의 생활방식은 건전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사회는 돌아가지만 소수의 편견이 신세대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정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 합리적이고 긍정적이라 해도 새로운 것은 옛 것으로부터 발생한 것이고 현대의 합리적 시스템도 기존의 구조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려해야 할 현상은 새로운 물결에 의해 일반적인 상식과 개념이 수몰될 때마다 정당하게 포장되는 편의적 합리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며 기본적 소양이 무너지는 과정은 특별한 계기나 사유가 아니라 사소한 예의를 등한시하는 행동이 반복되고 확대될 때 쉽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은 좋거나 나쁘거나 작고 사소한 일이 확대되는 경우가 매우 많고 습관이 생활이 되고 생활은 인격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인격의 함양은 내면의 성장이 없으면 기대할 수 없다.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명백한 진실은 세상이 아무리 변모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은 긍정과 부정의 구분이며 시대의 특성이 아무리 강해도 긍정의 역사가 오늘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 힘겨운 경제 상황이라 해도 기본적 예의가 없어지는 현상은 명백한 개인의 인격 문제이다.
이기주의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심리에서 비롯되지만 남을 의식하지 않는 부정적 사고는 미성숙한 개인의 인격이 가장 큰 원인이며 잘못된 인격은 불우한 성장 과정, 교육의 부재, 열약한 환경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남들과 같은 교육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예의에 어긋난 행동은 어떤 경우라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정상적인 인격은 누구의 탓도 아니며 외부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자신의 결함일 뿐이다.
"요즘 다 그래요."라는 흔한 말은 사실 부정적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잘못된 세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릇된 현상이 어쩔 수 없는 사회의 한 부분으로 인정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며 개성과 자유도 도덕과 상식을 벗아나는 행위는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동체의 일원들이 모여 형성한 사회이며 기본예절과 배려하는 문화는 사회가 만든 관습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갖춰야 하는 인간의 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