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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합창 05화

귀가 얇은 사람, 유행에 민감한 사람

정보와 유행

by Paul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한국인만큼 유행에 민감한 사람은 없다.

할리우드 스타가 입은 옷이 전파를 타면 며칠 후 서울 거리에서 유행을 하고 이른바 핫하다는 트렌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한국에 익숙하지 않은 음식도 스타들이 좋아한다면 비싸도 잘 팔린다.

흔히 유행이란 패션 제품을 연상하게 되지만 현대는 유행하는 장르가 너무 다양한 세상이다.

패션은 말할 것도 없고 뮤직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영어 가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글로벌 시대의 음식 문화가 이제는 국경이 없다 보니 해외 전통 음식을 한국 식당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고 이미 한국인에게 익숙한 외국 메뉴도 많다.

특히 먹방과 음식 관련 방송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까닭에 맛있다는 음식이 방송에서 소개되면 인터넷을 통해 바로 식당을 검색하고 다음날 그 식당에서는 줄을 서야 한다.

그리고 몸에 좋다는 식자재를 의사나 식품영양학 교수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발표를 하면 발 빠른 엄마들은 시장으로 직행하고 쇼핑몰에서는 금세 품절이 된다.

이런 현상은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여서 유명 한의사가 광고하는 한약 제품은 빚을 내서라도 사 먹어야 아픈 데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도 유행이 있어 애플 힙을 만드는 운동은 이미 유행을 지나 생활 체육이 된 지도 오래됐으며 노화 방지를 위해 근력운동을 하는 노년층도 점차 늘고 있다.

이처럼 장르를 불문하고 유행이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원인은 매스미디어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문제는 개인의 취향도 유행 앞에서는 자리를 감추고 과학적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보조 식품도 남들이 좋다면 나도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릇된 심리가 방송과 매스컴에 의해 길들여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무엇이든 유행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기 마련이지만 유행을 주도하는 정보는 대부분 방송을 통해 전파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어떤 유행이든 정보의 허와 실을 가려야 될 필요는 반드시 있다.

특히 상업 광고에 의해 거래되는 상품은 무엇보다 기업의 매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과대광고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상품의 단점은 철저히 가리는 게 일반적인 마케팅이며 광고란 보는 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차별화된 광고 전략은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며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타깃이 되지만 문제는 불필요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으로 다들 사는데 나만 안사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심리가 작용을 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그냥 외면하자면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드는 불필요한 소비 심리 때문에 카드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현대 사회는 취향과 함께 브랜드 가치도 다양해지면서 기업의 감성 마케팅은 국경이 없고 귀가 얇고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상품의 가치를 가릴 새도 없이 대부분 상품을 구매한다.

즉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매스미디어와 결합할 때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는 것이며 그 유행의 수명이 길어지면 문화로 자리를 잡는 게 오늘날의 트렌드가 되었다.

다국적 기업들의 철저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의 취향을 통해 세대별 특성은 물론 지역과 나라의 소비성향을 분석한 후 시대에 어울리는 상품을 연구, 개발하고 고객들의 지갑을 노리는데 중요한 것은 새로운 트렌드가 화제가 되면 그 자체로 인지도가 형성이 되기 때문에 트렌드와 관련된 상품을 출시만 해도 매출은 증가한다.

거기에 가장 핫한 스타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면 기업의 이익은 곧바로 새로운 유행을 주도하는 것이고 소비자의 감성은 상품의 가치보다 브랜드 가치를 선호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어떤 품목이든 유명 회사의 로고가 붙은 상품이 출시되면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을 주축으로 시작된 구매욕은 세대와 취향을 초월한 두터운 고객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행을 주도하는 상품들은 획기적인 신상품이 아니라 이미 예전부터 생산된 제품이거나 과거 시대적 공감을 얻지 못했던 상품들도 대부분이다.

즉 예전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상품이나 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이 매스컴을 통해 기존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포장이 되면 기존의 제품이 새 옷을 입고 시대에 맞는 새 상품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 유행인 까닭에 패션 상품의 유행이야 언제나 변화무쌍하지만 유행에 따라 음식 매출이 증가하고 건강 보조식품이나 운동 기구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 원인은 매스미디어의 영향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신상품은 광고의 효과가 대중으로 전달되기 마련이지만 문제는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기 전에 광고를 보고 사람들은 '구매하기' 버튼을 누른다는 사실이다.

요즘 쇼핑의 장점이라면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쉽게 사게 되지만 고가의 상품이 아닌 경우 구입한 후 제품의 특징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냥 한번 써 보지, 뭐..." 하고 포장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불필요한 과소비가 늘어나고 기업의 매출만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찌 보면 이와 같은 현상은 기성세대가 시장에서 흔히 보던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TV와 인터넷으로 옮겨진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골라. 골라. 아줌마도 5,000원, 아저씨도 5,000원, 젊은 아가씨는 예뻐서 4,000원....."이라 외치며 옷을 팔던 시장 상인들은 1990년대까지 남대문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고 시골 장터에서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를 외치고 약을 팔았던 약장수도 이제는 보기 힘들지만 그 당시 시장 상인들에게 물건을 구입했던 사람들은 상품의 품질보다 상인의 말만 믿고 물건을 구매했다는 사실로 홈쇼핑의 쇼핑 호스트와 한약 광고를 하는 유명 한의사의 영업 행위는 동일한 맥락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시장과 홈쇼핑의 다른 점이라면 눈에 익숙한 방송인이 물건을 파는 것과 기업의 로고가 붙어있는 차이뿐이다.

어떤 경로를 통해 상품을 구입하던 사는 사람의 마음이지만 현대인의 쇼핑 문화가 아무리 달라졌다 해도 세일즈맨의 능력에 따라 상품을 구매하는 쇼핑은 과거나 현대나 동일한 것이며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우리의 말은 다름 아닌 감성 마케팅과 같은 의미이므로 구매욕을 자극하는 세일즈의 특징은 시대가 바뀌어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 세대의 감성은 핫한 것에 열광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기성세대의 취향도 유행을 따르게 되는 이유는 다변화된 문화와 생활수준의 향상과 관련이 깊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GNP 상승은 경제 수준과 함께 지식수준의 상승도 의미하는 것이고 삶의 질이 좋아지면 당연히 사람들의 취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과거에 소리, 소문으로 유행하던 보약 문화가 한의학의 발달로 이제는 과학적 입증이 가능하고 통계에 의해 보편화된 상식들도 과학적 사실이 증명되면서 많은 정보가 범람해도 정확한 정보를 가려내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사실은 지적 수준의 향상과 연결이 되는 것이다.

뉴스에서 노화 방지를 위해서 근력운동이 필수란 보도가 이어지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근력운동 기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헬스클럽을 찾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증가하는 이유도 올바른 정보를 소화하는 능력이 증가한 까닭이며 전통적인 민간요법을 대신해 동네 한의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또한 지식수준의 향상 때문이다.

상위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해외 탑 브랜드의 패션 상품이 면세점과 백화점 명품관을 벗어나 TV 홈쇼핑에서도 고가의 신상품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증가한 원인이지만 경제적 여유 외에 삶의 질이 높아지는 현상이 고가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까닭이며 공유하는 문화가 점차 고급화된다는 사실은 지식수준의 상승과 직결되는 함수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사회는 남이 좋다면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가 만연한 것은 사실이다.

개인의 취향도 유행의 물결에 수몰된다는 의미이고 이런 현상을 비단 한국인의 특성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게 되는 심리는 시대가 바뀌어도 혈연, 지연, 학연으로 연결된 공동체의 유대관계가 무엇보다 강한 한국 사회의 특징과 관련이 깊고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사회적 공감대가 문화의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개성이 아무리 존중되는 시대라 해도 대다수의 보편적 정서가 매스미디어를 통해 학습되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 시대의 현대 사회는 대중문화의 유행과 공감하는 정보의 확대가 소비문화를 주도한다는 사실로 공감하는 정보는 옳고 그름보다는 관심의 집중이 화제가 되는 것이고 대중문화의 주역인 대중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경제적 가치가 발생하는 법이다.

다수의 취향을 상품으로 만드는 곳이 기업이며 창출된 상품 가치가 매출을 올리고 기업의 이익이 장기화되는 현상이 다름 아닌 유행이고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귀가 얇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남의 말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지만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또한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에나 문화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하는 것이며 유행이란 대다수의 공통적인 취향의 기류이다.

그러나 다수의 취향이 모든 이의 감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유행의 트렌드는 언제나 다국적 기업의 마케팅의 결과이므로 소비자의 선택도 진화해야 할 것이다.

얇은 귀에 들리는 정보의 허와 실을 가리는 능력은 지식의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유행을 초월한 고상한 안목 또한 지적 성숙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키 크고 날씬한 쇼핑 호스트가 입은 옷이 모든 사람에게 어울릴 수는 없고 유명 한의사가 광고하는 보약도 젊음을 돌려주는 묘약은 결코 아니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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