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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ug 15. 2022

자폐증과 서번트 증후군

장애인에 대한 편견

1989년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영화 레인맨(Rain man)은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자폐인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와 헤어져 살던 그의 동생 찰리(톰 크루스)가 만나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스토리이다. 자동차 중개상 찰리(톰 크루즈)는 빚에 쪼들리다 아버지가 형에게 엄청난 유산을 상속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

정신병원에 있는 형 레이먼드는 자폐증 환자였고 아버지와의 불화로 일찍 집을 나와 생활했던 동생 찰리는 자신의 유산을 받기 위해 형의 보호자로 자청하고 형을 정신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집으로 가려고 비행기를 타려 하지만 형 레이먼드는 고소공포증이 심한 데다 비행기 사고가 몇 년도에 어디서, 어떻게 나고 몇 명이 사고로 죽었는지를 낱낱이 기억한다.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자동차로 여행을 하게 되는데 찰리의 집으로 가는 여행 도중 형 레이먼드에게 비상한 암산과 숫자 개념이 있는 것을 알게 되고 형의 천재적 숫자 개념을 이용해 동생 찰리는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큰돈을 번다.

긴 자동차 여행에서 동생 찰리는 어릴 적 형과의 기억을 떠 올리면서 어릴 때 형이 자신에게 잘해주었던 추억을 더듬게 되고 자신이 어릴 때 레이먼드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형을 그냥 '레인 맨'으로 부르던 것을 기억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조건으로 성장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형제의 우애를 확인하고 느끼게 되는 영화의 스토리로 신에 들린듯한 연기로 자폐증 역할의 주인공을 훌륭히 소화해낸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를 본 관객은 그 영화를 평생 잊지 못할 정도이다.

영화 레인맨은 그 해 아카데미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역사에 기록되는 명화 중의 명화이며 흥행에서도 성공을 했다.

자폐증은 유아기 3세 이전에 발생하여 평생을 지속하는 질환으로 언어와 소통에 심한 장애를 나타내고 계속 반복적인 몸짓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상동증(stereotipy이 있다.

유아기에 당연한 엄마에 대한 애착이 없고 사람들과의 접촉에 관심이 없으며 놀이에 대한 관심과 표현 능력이 매우 저조한 증상이 일반적인 특징으로 인지능력에 장애를 보이는 발달의 장애로 대부분 발달장애로 알려져 있다.

자폐 아동은 발달, 전체의 장애를 나타내며 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정신지체, 언어장애, 학습장애와 뇌전증 외에 다른 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자폐증은 생후 6개월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2세나 3세가 되어 진단이 가능한 질환이며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부모는 청력에 이상이 있는 줄 알았다가 말을 시작하는 3세가 되어서 자폐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신경 발달적 장애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꾸준히 지속적이며 성인이 된 후에도 동일한 증세는 계속된다.

자폐증을 갖는 아동과 성인은 사회적 상호작용 장애(social interation impairment). 의사소통장애(communication impairment), 반복적 행동(repoetitve behavior)의 세 가지 증상이 특징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손짓과 몸짓을 반복하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거나 매우 늦고 어휘와 문장을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반복해서 따라 하는 반향언어(echolalia)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엄마, 아빠가 했던 말을 시도 때도 없이 그대로 반복해서 따라 하기도 한다.

자폐증의 발병 원인을 과거에는 후천적 발병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었으나 현대에는 모든 전문가가 선천적인 질환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뇌 구조의 이상과 유전적 결함, 신경전달 물질 이상의 세 가지를 자폐증의 원인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음주를 좋아하는 임신 상태의 산모에게 영향이 있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도 자폐증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태아 때 뇌손상과 뇌염, 생리적 대사작용 장애와 임신 시 감염에 의한 풍진, 매독, 헤르메스, 페닐케톤뇨증 등이 원인이 된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자폐증(autism)이란 용어는 1919년 블루엘러(Bluleler)가 처음으로 명명하고 사용했으며 그 이전까지 자폐증을 소아 정신 분열과 지체장애로 진단했던 증상이었다. 1943년 아동 정신과 의사인 캐너(Kanner)가 감각 지각 능력과 감각 통합 능력에 장애를 보이는 극심한 고독 속에 있는 아동을 자폐증이라 정의하면서 캐너 증후군(Kanner syndrome)이라 명명했으며 자폐 아동을 아동기 정신분열과 분리시켰다.

고기능 지적장애 HGA(high functioning autism)를 제외한 대부분의 저기능 지적장애를 캐너 증후군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자폐증은 시대에 따라 개념이 변하면서 현대에는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란 용어로 통합하고 자폐증을 넓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으며 행동 특성을 중시하여 차별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대부분 언어장애가 있으며 유별난 의사소통 형태를 반복하고 환경의 동일성에 매우 강한 강박적 집착이 있어 변화를 무척 싫어하지만 변칙적으로 고립된 장소에서는 일반인과 비슷한 자신만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혼자만의 장소에서 나타나는 잠재력은 자폐 아동이 집착하는 단순한 놀이나 물건을 다루는데서 나타나고 그 수준은 고기능 자폐증 수준이거나 일반인에게 근접한 정도이지만 혼자서는 잘 하던 것도 유치원이나 학교의 일률적 교육에는 적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고기능 자폐증(Hjgh Function Autism)은 지적 장애를 동반하지 않는 자폐성 장애를 말하고 증상은 저기능 자폐증과 유사하지만 이해력이 저기능 자폐증보다는 높아 부모와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고 시키는 단순한 일은 할 수 있는 정도이다.

IQ가 80 이상이면 고기능 자폐증이라 하고 IQ가 70이하이면 통상적으로 저 기능 자폐증으로 지적 장애에 해당한다.

예전에는 고기능 자폐증과 아스퍼거 장애를 동일하게 보았지만 아스퍼거 장애는 사회생활에서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고 관심과 행동, 활동 영역이 한정되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특징이 있는 정신질환으로 증상은 고기능 자폐증과 비슷하지만 자폐증과는 달리 언어 발달지연이 유아기에만 두드러지지 않는다. 언어 발달지연이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화가 정상적이지 않고 특이한 화법을 쓰거나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일반적인 대화가 매우 어렵다. 의사소통을 하면서도 표정과 몸짓이 거의 없으며 매우 소심하고 마음이 심약한 특징이 있다.

요즘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가 변호사로 활약하는 드라마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어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뇌 손상을 입은 사람 중 매우 극소수가 일반인 보다 매우 뛰어난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증상으로 자폐성 장애, 발달장애, 지적 장애등 신경 발달적 장애가 있거나 사고나 후천적 질병으로 뇌에 손상이 있는 사람에게 매우 희박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발생 확률은 100만 분의 1 정도로 로또 당첨 확률만큼이나 매우 희박하며 세계 전체 인구 중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다 합쳐도 100명이 안 된다.

애석하지만 통계적으로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가끔 서번트 증후군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고 자폐증이나 다운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출연해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 지적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혹시 천재적 특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는 것은 부모로서는 당연한 일이고 지적 장애를 겪는 사람은 인지적 장애만 나타낼 뿐 다른 부분의 천재적 재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낙관적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그런 바람은 희망일 뿐 사실과는 다른 오산이다.

자폐증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출한 재능은 1차적 지식, 즉 암산이나 계산능력, 기억력과 미술과 음악 연주에 국한되는 사례가 밝혀진 사실로는 전부이기 때문에 드라마처럼 의사소통을 하고 고차원적인 사고능력이 필요한 의사나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학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실제로 영화 '레인맨'의 실존 모델이었던 킴 팩이라는 사람은 자폐증이 아닌 FG 증후군이라는 희귀한 유전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자폐증 치료는 행동 교정을 위해 다양한 행동요법이 현재 실행되고 있지만 실행되는 행동 교정 요법들은 자폐증을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학습과 훈련을 통해 생활방식을 학습시켜 혼자 또는 최소한의 도움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목표이다.

통계적으로 특수 교육을 받은 자폐아와 받지 않은 자폐아는 행동 양식의 차이가 매우 크고 행동교정을 통해서 일반인들과 적절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도 자폐증 환자들의 삶의 질은 매우 크게 향상되었다.

과학과 의학이 계속 발전하면서 미래에는 자폐증 증상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러한 약물이 없는 현재는 시행하고 있는 행동요법이 최선의 치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 일종의 반복 훈련이며 자폐증 환자는 치료를 통해 학습된 행동의 의미도 모르고 단순히 기계적으로 반복할 뿐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고 치료 방식 중 행동 수정 요법이 지나친 훈련이며 인권침해라는 의견도 있다.

자폐 권리 운동가들은 '타인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는 문제시할 필요가 없는데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폐적 행동들에 대한 지나친 수정 요구를 치료로 지속하는 것이 차별이자 사회적 억압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치료이든 교육이든 훈련이라 해도 정상적인 범주에 도달하기 위한 시술이나 요법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 프로그램이 힘겹다 해도 본인의 의지로 선택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가족과 보호자가 원하는 치료는 환자의 재활을 위해 계속해야 한다.

장애인을 편하게만 도와주는 것을 가장 인도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연구와 발전을 통해 최선의 치료라 인정하는 의료 프로그램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1989년 영화 '레인 맨'이 히트를 치자 자폐증애 대한 관심이 한동안 뜨거웠던 적이 있었고 알지도 못했던 서번트 증후군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요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자폐증에 대한 관심도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유행이나 화제의 대상이 아닌 편견 없는 일반인의 시선이며 장애인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닌 함께 사는 가까운 이웃이란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프고 모자란 비정상인이 아니라 우리와 꼭 같은 사람이지만 단지 생각과 행동이 불편한 이웃이라 생각하는 개념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자기들 아파트 놀이터에 임대 아파트 어린이들 들어오지 못하게 철조망을 치고 동네 집값 떨어진다고 장애인 시설 입주를 못하게 데모하는 집단 이기주의가 사라진다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사라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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