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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ec 23. 2022

몹시도 추운 크리스마스

Blue Christmas

이제 곧 크리스마스이고 새해가 시작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이다.

예전에 비해 차분해진 연말은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거리마다 들리던 캐럴은 이제는 과거의 유물로 묻히려는 듯 시내 중심가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도 볼 수가 없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이 생활의 일부가 된 시대이다 보니 번화가의 백화점 세일 행사도 요란하지 않고 어쩌다 우연히 구세군 냄비를 보면 반갑기만 하다.

과거 도심의 크리스마스를 연상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대표적 매개체들이 한 해 한 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는 게 힘들면 추억도 낭만도 사그라지는 것은 당연한 까닭에 높은 물가 속에 사람들의 정서도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네 모습이다.

성탄절의 거룩한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들이 많은 탓은 아니겠지만 시끌벅적하던 과거의 먹고 마시는 연말 분위기가 사라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마음의 여유는 경제와 호흡을 같이 하는 연유로 감당하기 힘든 물가에 금리까지 인상된 현실은 싸늘한 기온만큼이나 인색해진 마음도 냉랭해진 것 같다.

산다는 게 고행이란 말이 너 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인생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좋은 일, 궂은일 예정 없이 지나는 것이 삶의 과정이다.

한 해가 가는 길목에 서면 누구나 아쉬움과 미련이 교차하고 언제나 변함없는 세월이 흐르는 것 같지만 세월 속에 과하지 않은 변화는 우리를 성장시킨다.

그런 변화는 자연의 순리처럼 세월이 흐른 뒤에나 체감하는 연륜과 같은 것이며 삶의 고락은 예정되지 않지만 피하고 싶은 고통의 이면에 감춰진 쓰라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삶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기에 원래 인생의 묘약이란 쓰디쓴 법이다.

때론 벗어버리고 싶은 삶의 무게가 우리를 짓눌러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상은 언제나 대가를 지급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치는 있다.

크거나 작거나 대가의 가치가 삶을 유지하고 소멸될 것 같아도 다시 생성되는 것이 다름 아닌 신께서 허락하신 세속의 가치이기에 살아 있다는 자체는 분명한 축복이지만 동행이란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며 기쁨과 슬픔의 오솔길을 홀로 가는 것이 정해진 우리의 행로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풍요로운 모든 것을 베풀지만 순리와 법칙 있고 자연의 섭리는 강요하지 않는 질서를 유지하며 인간에게 많은 것을 선사한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한계가 없고 사람들은 무한한 가치를 위해 바벨탑을 쌓는다.

순리를 역행하는 탐욕이란 만족을 모르는 여유이고 조금이라도 보다 많은 소유가 현시대가 추구하는 가치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모두 예속된 것이지만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사는 것이기에 수많은 갈등과 마찰을 피하지 못하는 것이며 한계 없는 정상에 오르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한계가 없다.

거기에는 선과 악의 구분도 없고 너도 없고 우리도 없는 탐욕만이 존재할 뿐이며 제어할 수단도 없는 욕망이 다름 아닌 오늘날 가치의 실체이다.

그러나 인간이 지향하는 가치는 내면의 성장과는 무관한 피상적인 것이므로 추수가 불가능한 형상을 위해 우리는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처럼 음과 양이 공존하는 시대에는 추구하는 가치의 기준 또한 모호하고 무엇을 하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해소할 방안은 없는 듯하다.

본성에 의해 길들여진 인간의 욕망은 많은 것을 창조하고 건설했지만 유형의 형상이 드러날 때마다 자취를 감추는 내면의 양식은 획일화된 세상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다 다른 환경에 살지만 획일화된 가치의 수량만을 늘리기 위해 오늘도 모두 바쁘기만 하다.

종교의 의미마저 퇴색된 교회는 화려한 성전을 위해 돈을 걷어들이지만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세상은 그날을 크리스마스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직도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사랑이고 사랑의 힘은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하지만 사랑이란 부모님의 내리사랑을 제외하면 이 시대는 사랑은 언제고 변할 수 있는 감성일 뿐이다.

삶의 무게가 우리라는 개념조차 사라지게 만들었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따뜻한 사랑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쟁의 여파로 유럽의 겨울은 매섭게 춥고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의 겨울도 엄청나게 춥다지만 올해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몹시도 춥다.


Merry Christmas for all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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