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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Dec 21. 2022

재미로 사람을 저주한다

저주하는 장난감

참으로 기가 막히다 못해 개탄할 노릇이다.

12월 19일 조선일보 '핫코너'의 기사를 보면 사람을 저주하기 위한 일명 '저주 인형'이 제작 판매되어 젊은 층 사이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목적으로 인기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본 저주 인형은 사극 드라마 장희빈에서 소품으로 사용하던 모양의 볏짚으로 만들었고 쇠못이 박힌 인형이며 미운 사람을 저주하기 위한 용도이다.

1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가 늘고 있다지만 이제 인터넷과 신문에서 보도된 이상 핫한 상품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사는 게 각박하다지만 이런 상품을 출시한 사람의 발상도 해괴하기만 하고 돈을 벌기 위한 아이디어로 치부한다 해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남을 저주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상식을 초월한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더군다나 용하다는 무당의 자문을 얻어 제작하였고 부적과 주술용 구슬도 세트 상품으로 함께 판매 중이라는데 층간 소음을 낸 윗집 이웃, 직장 상사를 저주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운 사람을 생각하며 마음껏 인형을 괴롭히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기사를 보며 글을 쓰면서도 말문이 막혀 다음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이런 모양새의 기이한 현상은 이색적이라고도 할 수 없는 말종들의 짓거리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상대적이고 나름대로의 사유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이 이 같은 기구를 사용해 사람을 저주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행위는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납득이 불가능하다.

남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악플도 이제는 처벌을 받는 시대이고 지금 한국은 정치적으로 양극화로 대립된 사회이지만 사람이 사람을 증오하기 위해 도구까지 구매해 저주를 하는 해괴망측한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몇 달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 길에 오르자 대통령이 탑승한 비행기를 추락시켜 달라고 합성 사진과 함께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가톨릭 사제와 그와 비슷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신부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종교인의 신분으로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해괴한 짓을 하자 성공회 소속 사제는 파문을 당했지만 가톨릭 신자라면 모두 아는 정의를 부르짖는 단체에 소속된 신부는 파직을 당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 사건 이후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후회스럽다는 어떤 신자의 글이 인터넷에 올랐고 이어 신부들의 행위를 비판하는 글이 인터넷을 가득 채운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주 인형'이 상품으로 출시되었다.

아마도 저주 인형을 제작 판매한 사람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었던 대통령의 합성 사진과 밑에 적힌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글귀를 보고 아이디어를 착안해 노이즈 마케팅 상품을 만든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로 대립된 상황이고 '금수저, 흑수저' '내로남불' 이란 부정적 용어가 유행한지는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양분된 사회의 대립은 대중적 이슈뿐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부정적 현상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비판을 위한 비판들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종교인마저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상황은 상업적 아이디어 상품까지 해괴한 것이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시각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이런 현상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도 부정적 세태가 만연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를 감출 수 없다.

개성과 자유는 젊음을 대변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성과 자유는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에서 가능한 것이며 아무리 핫한 유행도 질서와 상식에 위배된다면 사라져야 마땅한 것이다.

문제는 인류를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게 만든 인터넷의 등장 이래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 세태가 만연하는 현상이며 인터넷의 특성상 부정적일수록 더욱 파급 효과가 강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 넘쳐 나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요즘에는 이른바 '핫'하다는 것이 등장하면 곧바로 화제가 되고 인터넷과 대형 신문사의 기사로 보도되면 아무리 그릇된 일이어도 유행이 되는 시대이며 이어 상업 마케팅이 성공하면 혐오스러운 상품도 유행을 한다.

이미 신문에 저주 인형의 기사가 실렸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매출을 올렸다고 볼 수 있으며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것인데 다시 생각해도 재미로 사람을 저주하고 주술적 행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젊은 직장인들의 말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범죄를 대신해 대리만족을 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고 옳고 그름의 판단마저 소멸된 현시대의 단면을 나타내는 것이며 폭력이 난무하는 컴퓨터 게임에 식상한 일부 젊은 층에게 기이한 행동이 파급된 현실이라 판단한다.

할리우드 개봉작 액션 영화도 이제는 치고받는 액션은 재미가 없고 갈수록 잔인하고 살벌한 장면이 많아야 흥행에 성공하는 시대이지만 밝고 건전해야 할 우리의 젊은 세대의 정서가 아무리 소수라 해도 상식을 초월한 부정적 행동이 파급된다는 사실은 앞으로 어떤 기이한 유행도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는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은 부정적인 것이 드러나면 화제가 되고 화제가 된 부정적 현상은 금세 전염될 위험이 있다.

인간이 재미로 즐기던 놀이는 시대에 맞게 변화하였고 폭력은 스포츠로 섹스는 예술로 오랜 역사를 통해 변모하며 오늘날 예술의 장르로 발전했다.

사람이 사람을 저주하는 행동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재미라는 기사를 보고 과연 인간의 취향은 어디까지가 한계일까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고 아무리 소수의 행태라 해도 이와 같은 행위를 하는 물건이 직장을 다니는 젊은 사람들에게 장난감으로 팔린다는 사실에 눈과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세상은 설마 하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인류는 첨단 과학으로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었고 다가온 기상이변에는 대책이 없으며 21세기에 전쟁도 발발했다.

컴퓨터로 움직이는 세상은 5G에 이어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앞으로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예상할 수 없다.

오늘과 같이 부정적인 것들이 난무하고 음과 양이 공생하는 시대에는 다양성이라는 사유와 명분으로 문화의 괴리를 공략하는 이색 문화가 어떤 형태로 젊은 세대를 유혹할지 모른다.

어쩌면 긍정과 부정의 구분마저 모호한 시대는 기이한 현상도 유행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화를 맞이하게 될 것은 아닌지 위험한 상상을 하게 된다.


물가는 오르고 이제는 금리까지 오른 어려운 시국이지만 아무리 혼란한 세상이 도래한다 해도 상식과 질서는 정립된 사회만큼은 계속 존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 세대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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