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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an 12. 2023

매너 있는 대화

대화의 예절

살다 보면 가끔 상대와의 대화에서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있다.

별일이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이 오해를 사는 경우나 습관적인 말버릇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화란 언제나 상대적이기 때문에 상대의 말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의도와는 다른 뜻이 억양 때문에 잘못 전달되기도 한다.

공식적인 자리라면 말을 할 때 신중을 기하고 하고 싶은 말이라도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전에 준비를 하게 되므로 가급적 논쟁의 여지가 있는 발언일수록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말이란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은연중에 한 말이라도 말에는 크든 작든 마음속 의도가 전달되는 것이다.

직장에서 사무적인 대화도 예의를 지키야 하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지만 말실수를 하게 되는 흔한 상황은 친한 사이에 빈번하게 나타난다.

사람의 심리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경계를 풀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가까울수록 지켜야 할 선은 반드시 있고 아무리 친해도 가급적 상대가 싫어하는 말은 삼가해야 한다.

사람의 감정은 일률적이지 않고 상대가 기분이 나쁜 상태라면 사소한 농담에도 기분이 상할 수 있다.

가령 대출금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에게 새 차를 샀다고 자랑을 하거나 적금 붓기 힘들다는 말은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는 언사이며 건강상의 이유로 식이요법을 하는 동료에게 삼겹살에 소주나 한 잔 하자는 말도 상대를 놀리는 말이 된다.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 앞에서 직접적으로 신장을 언급하는 경우나 얼굴이 커서 고민하는 여성 앞에서 미인의 조건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도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는 친한 사이에 그냥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사소한 말이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상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되지만 특히 대화 중에 연결되는 내용에 중하다 보면 맞장구를 치거나 의견을 공감하는 뜻에서 삼가해야 될 말도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경우는 흔한 사례이다.

대화의 흐름상 꼭 필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말이라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분이 상한 것은 듣는 사람의 몫이고 자격지심일 수 있지만 말이란 항상 예의와 배려가 없다면 원만한 대화는 불가능한 법이다.

대화를 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며 선천적 성향이 아니라도 직업의식이 표출되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된다.

사석에서는 의식적으로 습관이 된 말버릇을 자제하려고 노력해도 말이 많아지면 습관이 된 직업의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선생님이라면 몸에 밴 강의 스타일의 어조가 나타나고 목사나 사제는 설교 스타일의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변호사나 형사는 구체적인 표현과 문제에 대한 질문이 대화의 흐름을 이룬다.

물론 공식 석상에서의 대화가 아니라면 상대의 반응을 생각하면서 말을 가려서 하는 것도 불편한 일이지만 편하게 거침없이 하는 대화가 때로는 상대를 자극하거나 분위기를 망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말을 한다는 것은 의사 전달의 기능이므로 짧은 말이라도 매너가 필요하고 특히 모르는 사람에게는 간단한 예의라도 갖추는 것이 성숙한 인격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인사 없이 본론만 무턱대고 말하는 것은 무례한 인격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이 없고 직장에서도 호칭이나 직책을 생략하고 할 말만 던지는 것은 몰상식한 언사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은 상대적인 반응을 일컫는 말이고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 또한 말을 하기 전 매너를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요즘은 인터넷 소통이 대중화되고 업무가 아니어도 통화를 대신하는 편리한 소통의 수단이다.

비대면 소통의 특성상 간단한 예의를 소홀히 하는 것이 다반사이고 쇼핑몰에서 고객에게 보내는 메일을 제외하면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상의 습관이라 본론만 짧게 전송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간단한 인사가 매너를 나타내는 습관이 되면 보는 사람도 상대적 반응으로 인사를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다.

흔히 인터넷 소통은 업무와 관련이 있거나 상사가 보내는 문자나 메일은 보는 즉시 답변을 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나 메일은 나중에 해야지 하다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바쁠 때는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저녁에 하려고 했다가 지쳐서 곯아떨어지는 경우도 흔한 상황이며 요즘 세상에 문자나 메일 하루 정도 늦는다고 크게 실례는 안 되지만 보낸 사람을 생각한다면 상대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특히 윗사람에게 답변을 늦게 하는 것은 상대가 불손한 태도로 오해를 사게 되는 행동이다.

그리고 선물을 받고도 감사 인사를 늦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명백한 상대의 정성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특히 어르신들은 기다려도 감사하다는 연락이 오지 않으면 택배가 잘못 배송된 것은 아닌지 전화를 하고 확인하는 일도 있다.

예의 이전에 상식 밖의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직접 나누는 대화이든 인터넷 소통이든 반드시 지켜야 될 예의는 있고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 매너일지라도 인사는 내용을 위한 시작과 마무리이고 매너를 지키는 습관은 인격을 상승시키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격식이다.

예로부터 한국은 인정이 많고 예의를 미덕으로 삼는 나라이지만 그런 정서는 근대 소설에나 등장하는 배경일뿐 현대는 예의가 실종된 시대에 살고 있다.

예의가 없다는 것은 남을 위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고 배려가 실종된 사회는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세태가 도래했다는 사실이다.

정서도 유행이 있는 까닭에 물가가 오르면 정서도 가뭄이 들고 예의도 윤리도 자취를 감춘다.

사소한 예의가 사라지는 것은 질서와 규범이 무너지는 전조증상이며 곧바로 공동체의식의 부재와 연결이 된다.

대화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습관은 인격 함양의 기초이고 긍정의 사회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지만 각박해진 오늘의 현실은 거름이 양분이 안 되는 사회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세상 모든 일은 사소한 것이 모여 일반적인 것이 되고 일반적인 것이 전체가 된다.

특히 그릇된 것은 화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쉽게 확대되며 그릇된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 옳고 그름의 판단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현상은 젊은 세대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알지 못하는 단어들이 언어를 이루고 인터넷 공간을 채색하는 현상이며 채색된 공간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장벽을 세운다.

두껍고 견고한 장벽은 다른 문화의 유입을 봉쇄하고 자유와 개성이라는 미명 아래 새로운 터전을 만든다.

그러나 이색적인 공간은 옛것은 소각하고 기존의 문화를 퇴물로 만든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자리엔 언제나 새로운 유행이 물결을 이루고 전통과 기존의 가치를 수몰시키려 한다.

물론 새로운 것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고 어찌 보면 기존의 모든 것들도 새로울 때가 있었다.

21세기에 새로운 물결을 거부해야 할 사유는 없지만 어떤 문화이든 조화가 있고 공존해야 할 사유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새로운 것의 유입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경계가 없는 그릇된 현상이며 그릇된 유행과 문화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그릇된 문화는 기존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도덕과 윤리가 실종되는 사회를 만든다.

새로운 것이든 옛것이든 가치가 있다면 받아들여여야 하지만 반드시 여과해야 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여과 기능은 정보 외에 지적 자산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지적 자산은 언제나 옳고 그름의 판단이 명확하고 여과된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본 예의가 실종되는 세태는 그릇된 것의 유입이 도래한 것이며 대화의 매너가 없다는 현실은 윤리와 질서가 문란한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개성과 자유라는 명분으로 이해 못 할 문화를 차단해야 할 의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체험한 기성세대의 몫이라 판단한다.

우리가 외면할수록 그릇된 문화는 틈새를 노린다.


세상에는 긍정과 부정만 있을 뿐이고 긍정은 언제나 선을 추구하지만 그릇된 것은 부정이요. 악이다.

그릇된 문화는 언어를 오염시키고 오염된 언어는 사회를 오염시킨다.


매너 있는 대화는 올바른 문화를 확대하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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