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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Feb 07. 2023

돈의 동선

돈의 생리

서점에 가면 맨 앞에 전시된 책들은 성공에 대한 노하우를 쓴 책이나 처세술에 대한 책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보게 된다.

'경쟁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지혜'라는 부제가 항상 있는 책들이다.

1990년대 후반에 손자병법이 미국 베스트셀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미국, 한국 다름없이 직장 생활을 하는 현대인에게 사람을 상대하는 처세술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사람을 대하는 처세의 기술은 어떤 경우에는 능력 보다 더 좋은 기회를 주고 남들보다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조건도 제공한다.

그렇다면 승진과 성공이라는 목표가 있는 사람은 특출한 능력 외에 처세의 기술은 필연적이고 성공이란 돈과 명예를 갖기 위한 최상의 가치이기 때문에 성공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최종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워런 버핏과 점심 한 끼 하기 위해 거금을 내고 1년 전부터 예약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가 하면 슈퍼리치가 쓴 책은 베스트셀러이며 한국에서도 돈 버는 방법을 강의하는 유명 강사는 큰돈을 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과의 접촉을 해야만 하고 특히 싫은 사람과 함께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이고 상사의 비인격적 언행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처세의 기술을 연마하거나 심리학 관련 서적을 여러 권 마스터한다 해서 배울 수 있는 테크닉이 아니며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책을 수 십 권 독파한다고 돈은 버는 방법을 터득하지는 못한다.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는 좋은 사람도 많지만 일만 아니라면 상종 조차 하기 싫은 사람도 많다.

사람은 타고난 성향과 여러 가지 후천적, 환경적 특징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분류할 수 있고 대부분 좋은 사람이란 성격이 원만하고 모가 나지 않은 사람을 말하는 반면 나쁜 사람은 여러 가지 이유로 피하고 싶은 부류를 말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해타산이 존재하는 한 세상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안타까가운 사실이지만 피해 보지 않고 살려면 명심해야 할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사람의 성격과 스타일은 동일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평소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는 사람도 눈앞의 이익을 보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이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돈 때문에 구속이 되는 사례는 뉴스에서 자주 보는 사건이다.

원래 좋은 사람이란 천성적으로 심성이 곱고 매사에 행동이 올바른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천성은 월식과 같아서 잠시 가릴 수 있지만 드러나기 마련이고 드러나는 천성은 바뀌지 못하는 DNA로 구분되는 형질이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은 오랫동안 친분을 가진 사이라 해도 자신의 속내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고 몇 년 동안 믿음이 가는 절친한 사이라 해도 돈 앞에서 사람의 마음은 한순간에 변할 수 있으며 안면몰수도 서슴지 않는 것이 다름 아닌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이 언젠가는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상황은 남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절대 아니며 믿음이란 언제나 배신이 전제된 계약과 같은 것이다.

언제나 사람을 유혹하는 강력한 매력은 '돈'이란 존재이고 돈의 액수가 크면 클수록 양심도 윤리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세속이 형성한 질서이자 현시대가 창조한 순리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4차 산업 시대의 '산업'은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이므로 인류가 지향하는 시대적 사명 또한 방향만 바뀌었을 뿐 돈이란 가치로 귀결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큰 가치는 돈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돈은 모든 편익을 누릴 수 있는 혜택과 모든 시스템을 제공하고 최상의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한다.

시한부 환자의 생명도 살릴 수 있고 의학으로 젊음도 돌릴 수 있는 마력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주무르는 것이 돈이고 천하의 미색도 자기의 소유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돈이며 돈은 쓰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누릴 수 있는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돈의 유혹은 상상을 초월하고 탐욕에는 한계가 없으며 탐욕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큰돈을 눈앞에 두고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성경에 등장하는 성인, 성녀와 마하트마 간디와 같은 박애주의자 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성인, 성녀와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박애주의자는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하다.

물가가 오르면 국민들의 한숨이 늘고 지갑을 여는 횟수는 당연히 줄어드는 반면 소주 판매량은 증가한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물가이고 현실적으로 가정 살림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장바구니 물가이므로 물가가 오르면 가장인 아빠들은 답답한 심정을 싼 소주로라도 달랠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물가가 올라도 생활에 큰 변화는 느끼지 않겠지만 매달 받는 월급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사는 서민들은 비상이 걸린다.

특히 어린 자녀가 먹는 우유나 계란을 살 때도 망설여진다는 엄마들의 하소연을 뉴스로 듣게 되면 누구나 속이 상하는 것은 당연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 보일러를 맘 놓고 틀지 못하고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에어컨도 틀지 못하는 것은 모두 '돈'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가끔 돈은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고 너무 적어도 문제가 된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어느 정도 여유 이상의 돈은 과욕이며 탐욕이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항상 돈이 모자라면 우선 생활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모든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으며 과욕이든 탐욕이든 그것은 가진 자의 개인적인 문제이지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다.

혹자는 무형의 자산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이 유형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 말을 하지만 그것은 없는 자의 합리화일 뿐 돈의 가치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타인을 향한 비판일 뿐이다.

가령 돈이 없어 수술비를 걱정하는 사람이나 월세가 올라 엄동설한에 좁은 반지하로 이사 가는 사람들, 대학에 합격한 자식의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부모들에게는 씨도 안 먹히는 어불성설이고 싸구려 개똥철학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 같이 쓰라."는 옛말이 있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격언도 있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 개처럼 벌어도 벌어도 큰돈을 벌 수는 없지만 설사 모진 고생을 하며 노년에 아파트 한 채 값을 벌었다 해도 그렇게 고생하며 번 돈을 고귀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리고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는지 모르지만 교육이 부재된 환경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러나 대학 강의나 수많은 책을 통해 지식과 학문으로 배울 수 있는 돈을 버는 방법은 이론뿐이다.

1960년대 시작된 산업화와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시초로 전국적인 개발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실시된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과 함께 전 국토에 개발의 붐이 일어났을 때에는 논, 밭 팔아서 벼락부자가 된 사람도 많고 빚내서라도 개발 지역에 땅을 매입하고 부동산 부자가 된 투기꾼도 많았다.

특히 서울 강남이 개발되면서 엄청난 졸부들이 양산됐고 그로 인해 사치 문화, 퇴폐적인 향락 산업이 번창했으며 지나친 소비문화의 확산이 IMF 금융위기의 원인에 한몫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때부터 대를 이은 사치 문화의 범람으로 오늘날 너도 나도 명품, 명품 하는 시대가 된 까닭도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돈의 가치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세상이지만 돈을 버는 방법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소유의 개념이 점차 바뀌고 기성세대의 희망과 목표는 현실적인 사회 상을 반영하며 삶의 목적도 달라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현실은 주체의식의 소멸을 나타내고 있다.

즉 열심히 일한 만큼 획득할 수 있다는 주인의식이 사라진다는 것으로 사회적 위화감이 증가한 까닭과 함께 돈에 대한 개념의 변화는 1+1=2가 아니라 1+1 이 4가 되고 40 이 되는 경제가 가능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희망이 차단된 세대는 대여 문화를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무소유를 합리화하는 유행이 증가하고 실종된 주체의식은 돈을 버는 방법도 봉급 외에 재테크가 노년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소수의 부자가 많은 이윤을 가져가는 시대라 해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세상의 진리는 변하지 않았고 예나 지금이나 노력의 결실이 부를 형성하는 순리는 변할 수 없다.

자본주의 다면경제의 시대는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시대적 특성과 문화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돈을 버는 일은 남의 잔치일 뿐이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면 번 돈도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돈이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천사의 역할과 악마의 역할을 한다

돈은 쓰이기에 따라 나눔과 공유의 선의 역할을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돈은 탐욕이고 죄악이다.

부의 진정한 가치는 나눔에 있고 공유에 있는 것이며 주는 것의 기쁨을 모르는 사람은 부를 소유할 자격이 없는 것이고 나눔과 공유의 가치는 자본주의의 구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아직 자본주의의 명확한 정의는 없다 해도 이윤의 추구에 법적인 제한이 없는 것이 자본주의이고 획득한 부는 다시 이익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며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회가 발전하는 구조는 결국 사회의 구성원들과 이윤을 나누게 되는 공유의 개념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자본은 자본주의가 형성한 본래의 질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소수 자본가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이윤은 독식과 탐욕을 위해 재투자되지만 사회를 위한 공유와 환원은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부가 명예롭고 공정하다는 의미는 나눔과 공유, 환원을 뜻한다.

그러나 나눠주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은 희박하고 진정한 나눔이란 잉여 자산이 있는 사람들만 베푸는 것은 결코 아니며 여유가 없는 사람이 자신보다 힘든 사람에게 베푸는 행위가 진정한 나눔이자 가치 있는 배려이다.

혹자는 과시로 자선을 베푸는 행위를 위선이라 하지만 과시든 위선이든 남에게 돌아가는 몫이 있다면 나눔이 되고 공유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고귀한 부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정한 공유의 가치는 작지만 소소한 나눔의 행복이 커지고 확대될 때 진정한 공유가 이루어진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작지만 나눔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 부자가 될 자격이 있는 것이고 명예로운 부자이다.

돈은 생명이 있고 주체가 이끄는 곳으로 향하는 속성이 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해도 돈은 결코 거짓을 말하는 법이 없다.

일한 만큼 나오는 것이 돈이며 뿌린 만큼 거두는 게 돈이다.

정직한 투자는 결실을 주지만 결실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돈은 언제나 변덕이 없다.

돈은 생명이 있어 스스로 꿈틀거리며 이자를 번식하지만 돈의 생리는 다산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옛말이 있듯 큰돈의 행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돈이란 성실한 사람을 항상 동행하는 성격이 있어 부지런한 사람을 그림자처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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