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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pr 24. 2024

나이는 숫자가 아니다

나이가 듣다는 것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라는 말은 TV 광고에 등장한 후 오랫동안 유행한 말이다.
그러나 어찌 보면 나이 든 사람들의 합리화이며 100세 시대가 강조되면서 의미를 더한 문장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었고 이제는 환갑잔치라는 가족 행사도 지난 기성세대의 유물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우선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지각 능력도 떨어지며 젊은 사람들과 모든 면에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지만 시대가 바뀌고 삶의 질의 향상되면서 젊음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자신의 노력으로 건강관리와 지적 능력을 향상해 젊은이와 다름없는 삶은 사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사람이란 세월을 역행할 수 없거니와 건강과 활력 있는 생활을 한다 해도 다시 젊음을 되찾는 것은 아니다.
신이 창조한 자연은 순리가 있는 법이고 탄생과 성장, 노화와 소멸이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불변의 법칙이며 자연의 섭리이다.
이것은 영장물인 인간도 마찬가지여서 사람이란 나이에 맞는 외모와 행동이 있기 마련이고 성숙이라는 과정은 사고도 상향되는 특징이 있다.

젊음을 대변하는 감성이 자유와 개성이라면 나이가 들면 연륜과 함께 안목이 높아지고 논리적 사고와 책임이란 의무감도 형성된다.
그러나 자연의 순환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듯 인간의 삶도 일률적인 과정을 겪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천부적인 재능과 적성이 다르고 신체적 조건 또한 동일하지 않으며 타고난 지능도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드는 과정은 이렇게 서로 다른 차이로 성장하면서 개인별 특성에 따라 나이가 드는 것이고 성숙의 변화는 빨리 늙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이보다 젊은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젊다는 것은 외모만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젊은 능력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고생을 많이 하고 모진 세파를 보낸 사람은 당연히 노화가 빠르지만 비교적 윤택한 삶을 살며 장기간 노동과 자외선에 덜 노출된 사람은 환경에 의해 노화가 늦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현대 라이프 스타일의 향상은 자기 관리를 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건강과 외모는 가장 중요한 이 시대의 화두라 할 수 있다.
곧 좋은 섭생과 운동, 질 좋은 수면을 유지하는 생활이 젊게 늙는 비결이자 4차 산업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후성면역법칙(epigenetics)의 3대 조건이기도 하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나이가 들면 신체와 지각능력 외에 감성의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데 젊었을 때 감성에 의존하던 행동이 차츰 줄어들고 모든 면에서 이성이 감성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즉 감성적 취향이 이성적으로 바뀌면서 젊은이들의 문화와 차이가 나는 것이고 이런 현상을 대표적으로 세대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도 젊었을 때는 당시 젊은 감성과 정서를 공유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다만 세월의 변화와 함께 감성의 행로가 방향을 바꿨을 뿐이고 공감하는 가치가 변화되었을 따름이다.
젊을 때는 유행에 민감하고 또래들과 공유하는 문화는 새로운 것이 대부분이며 감성에 의해 행동하는 연유로 여행도 자주 가고 인기 음악과 영화, 유행하는 패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나이가 들면 옛 것이 편하고 변화를 싫어하며 적극적 활동이 줄어든다.
여행은 몇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이고 천만 관객 영화나 베스트셀러에도 관심이 없고 TV 뉴스를 통한 정보가 전부이다.  
홈쇼핑 명품 세일보다 안마의자 세일에 관심이 가며 돈 쓰고 해외여행 가느니 옛 친구들과 근사한 식당에서 술잔 기울이는 게 더 큰 낙이다.
모든 생활을 가족 위주로 하게 되며 와이프 말을 듣고 사는 게 오히려 편안한 상태 즉, 꼰대가 되는 것이다.
물론 중년들도 가끔은 가정과 직장에서 벗어나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금세 이성적 판단이 일장춘몽을 깨뜨린다.

누군가 중년의 나이에 빨간 옷이 입고 싶어지면 나이가 드는 것이라 했고 옷을 살 때 젊어 보이는  캐주얼 스타일을 고르는 상태가 노화가 시작되는 기라고  한다.

유행이란 공감하는  대다수의 감각이 형성될 때 일어나는 기류이지만 아무리 유행이라 해도 젊은 세대가 즐겨 입는 스타일은 선뜻 내키지 않는 게 꼰대들의 일반적인 취향이다.

결혼식 때나 가끔 매게 되는 빨간 넥타이가 문득 하고 싶은 감정은 어찌 보면 이미 익숙해진 일상의 스타일에서 벗어나고일탈적 발로와 관련이 있고 애써 부정하지는 않지만 젊은 시절의 감성과 정서가 그리운 무의식적 심리작용이 아닌가 싶다.

50대인 필자도 요즘 같은 화창한 봄에는 노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망설이다 그냥 옷장에 걸어두는 경우가 빈번하고 천만 관객 영화가 한창일 때는 극장에 가서 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주말이 되면 '기다리다  TV에서 보지 뭐... ' 하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어느 작가는 '젊을 때 소유하는 것은 청춘뿐이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청춘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갖는다.'라고 말했다.

2000년 전후에 본 구절이어서  그때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사실 이 시대는 다국적 기업의 젊은 CEO도 드물지 않고  젊은 정치인도활동하는 세상이다.

특히  나이와 감성에 제한이 없는 획기적 아이디어가 상품이 되는 시대에 '젊을 때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청춘뿐이다.'라는 작가의 표현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오히려 참신하고 신선한 젊은 감각에 가치를 매길 수 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세대에게는 어불성설일 수 있는 이다.

지난날 기성세대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중산층이 무너진 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자고 나면 바뀌는 첨단과학의 진화처럼 이제는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새로운 것이 다시 등장하는 시대이다.

이른바 능력주의의(meritocracy)의 거센 물결은 기존의 능력들을 수몰시켰고 어느새 퇴물이 되어 버린 중년의 자리는 젊은 두뇌로 대체되었다.

세계가 모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 기존의 가치는 무용지물이 되는 법이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는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이 쌓여 연륜을  형성하는 것이며 아무리 새로운 지식으로 연동되는 첨단 시스템이라 해도 인공지능이 놓치는 일을 사람이 찾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새로운 것은 옛 것으로부터 생명을 얻는 것이고 어떤 분야이든 노련한 체험보다 값진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년이 되면 가끔 지나간 과거를  회상할 때가 있다

그것은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 공유했던 추억이 아름다운 까닭이고 지금은 할 수 없는 젊은 날의 정서가 아직  남아있는 사유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바쁘게 사노라면 나이가 드는 것을 체감하기도 전에 중년이 된다.

빛바랜 명품 시계에 배터리를 갈 때면 어느덧  세련된 금시계가 단종이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 비로소 중년이 됐음을 실감한다.

나이가 다는 것은 세월 속에 함유된 수많은 만남과 사연들이 함께 무르익는 과정이므로 나이가 숫자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몸은 시들지만 영혼은 맑아지는 과정이 나이가 든다는 진정한 의미이다.


다만 중간까지 온 여정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는 없지만 남은 인생을 계속 진행형으로 사는 자신이 후회 없는 노년을 준비하는 게 아닐까 여겨진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젊어도 늙었고 어떤 사람은 늙어도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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