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Apr 30. 2024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마감을 준비할 때

성공한 스타들이 방송을 장악하는 시대이다.
가수, 배우, 개그맨에서 유명 강사까지 인기인이라면 토크쇼 및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보는 얼굴들이 계속해서 출연한다.
인기와 거액의 출연료,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한 스타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딴 세상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럴 듯 인기란 지속될 수 없고 돈, 명예도 수명은 있는 법이다.
한 순간의 실수 때문에 모든 것을 잃거나 과욕으로 인한 소속사와 법적 분쟁에서 패소해 인기와 재산, 공인으로서의 명성도 날리는 스타의 뉴스는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정상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상상 못 할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최상의  위치를 지키기 위한 철저한 관리가 다면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연예인뿐 아니라 사업도 정치도 마찬가지이며 정상을 향한 과정은 험난한 고난의 길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지당한 진리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고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던 길의 윤곽이 드러난다.
어떤 분야이든 발을 들인 다음에는 열정을 쏟아야 하며 특히 자신이 선택한 일에 애착을 가지면 추진력에 의해 힘든 일도 어렵지 않게 매진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이란 노력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온종일 변함없는 일과를 수 십 년 동안 계속해도 박봉에 시달리듯 남들과 꼭 같은 노력으로는 결코 정상에 접근 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안 되는 일에 집착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이고 타고난 재능과 노력, 지식 및 필수적인 조건이 모두 구비되어야 그나마 남들과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성공이라는 정상의 궤도에 오르려면 재능과 노력, 학력을 모두 갖췄다 해도 불가능하기만 하고 최상의 자리는 언제나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세상에 눈먼 돈은 없고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으며 정치에 입문하고 뜻한 바 온갖  노력을 해도 공천도 못 받는 당원들이 부지기수이다.
스타 지망생은 분야 별로 몇 천분의 1의 경쟁률을 통과해야 방송 한번 출연하기 어렵고 대학에서 해당 학과를 졸업해도 또 다른 관문을 거쳐야 단역부터 시작이다.
이처럼 세상 모든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지만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늘이 도울까?

사업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대기업에서 평생 한 우물만 파다 중역으로 퇴직한 50대 반의 상무님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과 몇십 년간 친분을 쌓았고 영업에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퇴직금과 어렵게 마련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법인회사를 창업했다.
대부분 SKY 출신의 대기업 중역들은 그렇게 출발해서 제2의 인생을 성공한 사례가 많았으므로 퇴직 몇 년 전부터 데이터 및 각종 자료, 많은 사례와 예상수익, 손실비율 등 치밀하게 연구한 후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개업식에 참석한 사람은 가족과 가까운 친척뿐이었고 죽마고우 딱 두 명을 제외하면 그 많던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다. 초청장을 보낸 수많은 업체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몇십 년 동안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았던 경력과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결과가 개업식 첫날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예상 못한 이런 일이 생긴 까닭은 무엇일까?
그 상무님은 '원님 집 개가 죽으면 사람이 많이 찾지만 원님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는 옛말을 모른 것 같다.
고위 공직자도 아닌데 이런 상황은 없을 것 같지만 대기업 상무님이라면 하청 업체와 거래처도 엄청나게 많고 관계된 중소기업 사장들과 실무진들 그리고 본인 밑을 거쳐간 직원들을 모두 합친다면 적어 1,000명 안팎의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믿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긴밀하고 좋았던 관계는 대기업 중역으로서의 '갑'의 생각이었고 1,000 명 안팎의 수많은 지인들은 '을'의 입장에서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들이다.
몇 십 년간 호형호제하고 관계 유지를 하며 쓴 술 값만 따져도 작은 아파트 한 채 값은 될 것이고 오랜 기간 동안 정들고 믿었던 친분도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대기업에서 상무로 승진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것이고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에서 임원직을 두루 거치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중역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위로는 이사진에게 잘 보여야 하고 부하직원들 관리도 소홀해서는 안 되는 처세술에 도통해야 함은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특출한 업무 능력 없이는 상무 자리는 상상도 못 한다.

그렇게 고생 고생하며 평생을 근무하고 가정을 건사하며 쌓아온 경력은 누가 평가하더라도 실력 있는 중역으로 손색없는 인물이지만 퇴직 후 계획한 제2의 인생은 시작 첫날 처참하게 무너져 버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상무님이 평생 일한 영역은 대기업이라는 울타리였고 한 순간도 울타리 밖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었다.

그 많고 많았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업무로 인한 친분이었으며 중역으로서 수많은  업무와 실적도 회사에서 지시한 프로젝트가 전부였다.

즉 경영진의 명령한 업무만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고 함께 일한 사람들도 모두 그 회사의 직원과 하청업체 및 협력업체 관계자가 전부이니 회사라는 영역 내에서만  특출한 일꾼이었을 따름이다.

대기업이라는 높고 견고한 장벽에서 보호받으며 수 십 년간 살았던 것이며 견고한 울타리 밖의 일은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이다.

사기를 당한 사건이 아니어서 알려지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상황은 심심찮게 발생하는 일이다.

퇴직 후 창업한 식당이나 프랜차이즈점이 폐업하는 경우는 너무 흔한 일이고 통계로 보도된 사실은 창업 후 1년도 안 돼 폐업한 자영업자가 97%나 된다는 뉴스는 너무 많이 접하는 현실이다.

겪어본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고 대출에 사채 빛까지 얻어 시작한 가게라 눈앞이 캄캄할 것이다.

 그러나 법인 회사를 창업한 상무님의 상황은 다르다.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겠지만 따지고 보면 가까웠던 지인들이 배신한 것이 아니라 우물 밖의 현실예상하지 못한 상무의 오산이 너무나 컸다.

50 후반의 나이라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겠으나 대기업 밖의 세상을 전혀 예측 못한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나마 더 큰 피해 없이 그런 상황을 겪게 해 준 지인들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준 솔직한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좋은 자리에서 오래 일하면  많은 업무에 몰입되어 딴 세상 일에 시선을 두지 못한다.

특히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에서 장기간 근무하면 수많은 업무들을 경험했자부하더라도 다른 분야를 모르기 마련이고 세상에는 모든 분야를 총망라할 수 있는 컴퓨터 같은 사람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상무는 중역으로 근무하면서 누려왔던 많은 것들을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골프도 계속하고 싶고 평소 다니던 고급식당과 술집도 드나들며 대접받고 싶었을 것이며 명품옷을 계속 입고 해외여행도 출장 가듯 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 상무가 계획했던 제2의 인생은 뜬구름 잡는 일은 아니었고 분명 확률적으로 가능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 상무가 저지른 가장 큰 오산은 사람을 너무 믿은 것이 아니라 마감할 시기를 인식하지 못한 까닭이다.

세상 모든 일은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고 끝낼 때 겸허히 감사하며 마감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퇴직 후에도 계속 변함없는 생활이 지속되리라는 착각, 그것은 과욕이었다. 

봄이 있으면 반드시 겨울이 오듯 사람에게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자연은 순환하지만 인생은 순환이 없는 이며 마감할 때 마감을 준비하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이다.


은 계속 순환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은 결코 다시 오지 않는다.




 







.

작가의 이전글 나이는 숫자가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