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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May 28. 2024

한국인의 정서

배려 없는 사회

시대가 변하면서 갈수록 정서가 메말라진는 말을 많이 한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옛날에 비하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양극화된  이 시대에는 당연한 푸념일 수밖에 없다.
정서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 사고와 행동에 관련된 정신적, 생리적 상태라 정의한다.
정서는 유아기, 아동기, 청년기를 거치며 발달하는데 유아기의 정서는 신체적 감각 작용의 반응이 대부분이고 단순하며 지속력이 짧은 게 특징이다.
이어 아동기의 정서는 대체로 외적 요인에 대한 반응과 불안한 감정이 많이 나타나고 부모의 교육이 가장 필요하며 또래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민감한 영향을 받는 시기이다.
성년기 이전의 청년기 정서는 자아실현의 자각이 심화될 이며 애정욕구와 자기부정, 열등감도 나타나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시기이므로 정서적 발현이 심하게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
정서는 이렇게 발달 과정을 겪으며 성년기에 접어드는데 청년기까지 본능적 정서가 1차적 정서라면 2차적 정서는 자극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하고 반응을 하게 되는 인지적인 성인기의 정서를 말한다.
정서는 주위의 환경과 교육을 흡수하는 과정을 통해 함양되는 것이고 부모와 가정의 영향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흔히 동양권과 서양권으로 구분되는 정서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관에 따라 나타나며 동양의 문화는 인내와 겸손을 강요하는 동양 철학과 연결되는 교육과 대가족 중심의 문화가 길었고 근대화를 이룬 역사가 서양에 비해 짧다.
반면 서양은 감정의 반응이 솔직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토론 문화가 일찍이 발달한 사회이고 고차원적인 동양 철학과는 거리가 먼 현대 교육이 오래전부터 정착된 문화이며 동양보다 직선적인 문화가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외국에 가지 않아도 동서양의 정서를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영화이며 노래 가사에서도 문화적 정서의 차이는 드러난다.

감정 표현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서양 영화 대사에서 No! 란 표현을 윗사람에게도 직접 하고 스킨십도 많이 보는 장면이라 어색하지 않다.

반면 한국 드라마에 키스신이 나오면 "영화도 아닌데 왜 저래?" 하는 반응을 누구나 하게 된다.

기성세대는 배려와 양보의 미덕을 1차적 예절로 여기는 문화가 있으나 서양 문화는 매너가 좋고 인사는 잘하지만 이유 없는 배려는 단호히 거부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대접이나 접대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흔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직속 상사의 명절 선물을 고민하고 부담이 돼도 비싼 선물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서양에서는 고마운 분에게 쿠키나 와인 한 병이면 아주 큰 선물이다.

특히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면 좋아서 감탄사를 연발한다.

초대를 받고 방문할 때 선물과 함께 꽃다발을 건네 우리네 격식은 서양에서는 너무 거창하게 받아들이기도 하므로 거절하는 사례도 있다.

인정이 많았던 과거 한국의 정서는 배려가 과분할 정도로 넘쳤고 씨족 사회의 잔재로  이어진 혈연 중심의 사회는 필요하면 사돈의 팔촌 도움도 받아야 하는 관계주의를 만들었으며  그러한 문화는 산업화가 진행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잔치상을 차릴 때는 옆집에 나눠주는 음식도 준비하고 동네 이웃집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인정이 넘치고 배려가 충만한 사회였지만 자세히 짚어 보자면 배려는 규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나친 배려는 간섭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줄을 서서 기다리다 노인에게 양보를 하면 차례의 순서가 바뀌고 뒷사람이 기다리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며 이웃에 밝히고 싶지 않은 안 좋은 일이 생길 때 걱정하는 뜻에서 안부를 묻는 행위는 분명 결례가 된다.

이와 같은 문화는 미국 사회와 비교하면 배려가 아닌 명백한 간섭이며 개인주의가 팽배한 선진 문화와는 큰 차이가 있는 전통일 뿐 아니라 합리적인 문화는 결코  아니다.

미국의 화장실에 사람이 많을 때 문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한 줄로 기다리다 문이 열리면 차례로 들어간다.

그리고 관공서나 은행에서 앞사람이 끝나기를 창구 앞에서 기다리지 않고 한 줄로 대기하다 빈 창구가 나오면 일을 본다.

한국에서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상황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물론 합리적인 미국 사회도 기본적인 매너는 생활화되었고 약자를 위한 기부 문화도 동양에 비해 발달하였다.

차이가 있다면 남의 사생활에는 전혀 간섭을 안 하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았으며 빽을 이용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능력 위주의 사회가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잊을만하면 아빠 찬스, 동문을 통한 취업 비리가 빈번한 한국의 그룻된 문화가 21세기에도 존재하는 이유는 한국인의 독특한 심리가 작용한다  

한국 사람은 상대가 아니라고 하면 상대를 설득하려 노력을 하고 내가 좋은 것은 남들도 좋아해야 하며 내가 싫은 것은 남들도 싫어해야 한다는 공동체적 의식이 매우 강하다.

그런 성향들이 모이고 군집화 돼서 빚어진 부정적 현상이 단이기주의이며 설득이 안 되면 상대를 적으로 비난하는 양극화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너무 빠른 시기에 발전한 경제 성장과 서구 자본주의를 여과 없이 흡수한 시대적 상황, 가족 구조의 변화에 이어 나 홀로 가정이 급증한 현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 까지 확산된 인터넷 문화가 이 시대의 부정적 사유로 판단할 수 있다.

무엇이든 변화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서히 진행돼야 무리가 없는 법이며 아무리 최첨단이 좋다 해도 서구 선진 문화를  그대로  도입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글로벌 시대는 당연히 세계 각국의 정보를 신속히 접해야 할 당위성은 있지만 우리의 것은 내팽개치고 새것만을 선호한다면 마찰을 피할 수 없고 기존의 유용한 콘텐츠가 자칫 사장될 우려가 있다.

어떤 분야이든 기본이 되는 콘텐츠가 정상적인 구동을 안 하면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며 경제를 포함한 각 분야의 이상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므로 각박한 정서가 확산되면 긍정의 문화가 들어설 자리가 없거니와 그릇된 문화가 우후죽순 자라게 된다.

세게 경제 서열 11위의 한국은 지표상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그로 인한 자본주의의 폐해도 증가하고 있다.

거기에 갑작스러운 정서의 변화마저 가중되면 옳고 그름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이른바 핫하다는 인기를 이용한 기업의 소비 주체는 다름아닌 인기를 형성한 대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진행된 기형적 대중문화의 성장에서 보듯 조화 없는 문화의 범람을 지식층도 지켜볼 따름이고 이제 와서 균형 있는 성장과 공익을 찾는다 해도 정상적인 문화를 뒷받침해 줄 국민의 정서가 변했기 때문에 너무 멀리 와 버린 것은 사실이다.

기본적 예의와 배려가 사라진 사회는 긍정의 동력이 구동을 못하고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비춰 줄 빛마저 가로막는다.

희망이 차단된 시기라는 말이 유행한 지 몇 해가 흘렀다.

하지만 젊은 에너지가 여전히 사회를 만들고 아직 긍정의 힘은 소멸하지 않았으며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새벽은 오는 법이다.

역사적으로 위기에 강한 한민족의 저력을 발휘해야 할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지금 한국은 집단이기주의의 물결이 넘치고 사회는 양극화로 분열되었으며 젊은이들은 박봉에 시달려도 할부로 명품 옷을 사고 가정을 갖는 것을 포기했으며 저출산은 국가의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가정이 있어야 우리라는 개념이 싹트고 가정은 사회를 밝히는 불빛이다.

금융위기 때 금 붙이를 서슴없이 내놓았던 단합된 힘을, 태안 앞바다에 유출된 검은 기름을 손으로 닦아 낸 한국인의 훈훈한 정서가 아직 메마르지 않았다면 경제 위기도 양극화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늘은 인간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고통만 주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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