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Jun 04. 2024

인연(因緣)

관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접촉을 하며 살아간다.
어떤 유형의 만남이든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생활을 하고 사람들과의 불협화음도 감수하며 사회생활을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은 사람 사이에 사소한 것 하나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불교의 '타생지연(他生之緣)'에서 유래된 가르침으로 사람과의 관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세상 모든 만남은 현실뿐 아니라 과거 전생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이 전생을 믿는 사람은 독실한 불교 신자 밖에 없겠지만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는 모두 소중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네 하루 일과를 보면 출근 시간 전철에서 눈을 마주치는 사람들부터 타고 내리며 어쩔 수 없이 신체 접촉이 되는 상황, 회사 로비에서 눈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및 엘리베이터에서 밀착되는 사람들과 사무실에 들어 서면 인사를 나누는 동료에서  상사까지 헤아리자면 적어도 100명 안팎의 사람들과 마주치고 업무를 시작한다.

타생지연(他生之緣)과 연결 짓는다면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의 접촉도 모두 소중한 인연이고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인연에 엮이겠지만 바쁜 세상 중요하지 않은 만남까지 의미를 두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대부분 상호적으로  연결된 공동체에서 사는 것이며 우연한 기회가 인연이 돼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이외로 많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해도 인상이 좋고 친절한 사람은 호감이 가고 우연히  이상형의 이성과 연인에서 배우자가 되는 인연도 있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예측 못한 만남이 지속되어 친분을 쌓거나 비즈니스로 연결이 되기도 하지만 잘못된 만남으로 후회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인연이란 전생까지는 아니어도 타생지연(他生之緣)과 연결 지을 수 있고 자연의 법칙처럼 무한한 유기적 반응에 의해 작용하는 우주원리와도 맥을 같이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은 관계로 연결되어 혈연을 이루고 가정에서 시작된 관계가 점차 그 영역을 넓히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구조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고 혈연인 가족과도 마찰이 빈번하다.
없으면 못 살 것처럼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의 이혼도 흔하디 흔하고 상속 문제로 법적 분쟁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빈번한 것을 보면 이해타산을 따질 수밖에 없는 사회의 마찰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간혹 몇 십 년간 친분을 쌓고 호형호제하며 가족처럼 지낸 친구나 지인이 갑작스럽게 태도가 변하는 경우가 있다.
곰곰이 생각해 봐도 상대가 그런 이유를 짐작할 수 없고 특별히 오해를 살만한 도 없었는데 예전 같지 않은 태도가 계속된다면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고민하지 말고 일단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게 좋다.
사람의 심리는 언제나 일정할 수 없고 신체적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있기 마련이며 날씨와 습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심경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예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했던 태도가 계속된다면 진지하게 왜 그러는지 한 번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오해 때문이라면 서로가 확인하고 풀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가 계속 그렇다면 아무리 오래된 사이라 해도 그동안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는지 다시 정리해 본 후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접고  사람과의  관계는 정리하는 것도 자신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친구든 지인이든 오랜 친분이 맺어진 사람에게  감정적 혼란을 사람정서적 교류를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고 서로 간의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뜻이므로 더 이상 친구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한결같지 못한 사람과의 교류는 맺지 않는 게 상책이다

대부분 한국인의 심리는 무슨 문제가 있으면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고 정이 많은 민족기 때문에 지난 기간 쌓아온 우정에 미련고 상대의 잘못이 크더라도 용서하고 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상대의 잘못이 있든 없든 이미 마음이 변한 사람과는 예전 같은 관계로의 회복이 불가능하며 이해타산이 없는 정서적 교류 또한 한 번 시작된 갈등은 나중에도 반복될 수 있다.

워낙 다변화된 세상은 인간의 정서도 변할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도 항상 변함이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상대가 이유 없이 변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관계를 다시 생각하면 되고 더 이상의 친분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물론 사람과의 관계를 아무 감정 없이 싹둑 자르는 것은 어렵지만 때론 신경을 끄는 것도 자신의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방법이다.

특히 요즘 같은 바쁜 시대에는 감정적 소모가 지속되면 정신 건강에 해가 되고 자신의 일에 차질을 주게 된다.

원래 한국인은 혈연 중심의 관계주의가 형성된 까닭에 정이 많고 맺고 끊는데 익숙하지 않다.

시대가 변해도 기성세대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란 연민이 내재되어 있어 단호한 성향이 드물다.

정이란 오래될수록 깊이가 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아무리 절친했던 사이라 해도 상대가 변했는데 자신만 미련을 갖는다면 어리석기 그지없는 감정의 낭비다.

우정이란 친할수록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 법이고 관계가 지속되려면 서로 넘지 말아야 할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2017년 미국의 베스트셀러였던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는 앞뒤 따지지 않는 긍정은 오히려 독이 되기 때문에 때로는 내려놓고 포기하고 더 적게 신경 써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오늘날,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그로 인해 신경이 쓰이고 마음에 앙금이 생기면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일상에 지장을 주게 되며 득이 될 것은 전혀 없다. 

사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은 사소한 것에서  확대되는 경우가 많고 사소한 실책 때문에 비즈니스를 그르치는 상황도 발생한다.

특히 이해관계가 없는 사적인 문제일지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돼서는 되며 우정이란 정서적 교류일 뿐 인생에서 중요한 범위를 차지하는 큰 일은 아니다.

또한 지나친 긍정적 사고는 부정도 덮을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언제나 자신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젊을 때는 사람을 믿어서 낭패를 보기도 하고 그로 인해 상처와 후회가 남기도 한다.

인간의 정과 사랑도 분명 시행착오가 있는 것이지만 성숙이란 안목은 사람과의 관계도 개선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사람, 사람과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언제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게 현명한 세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인의 정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