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운 음식이 대세라 특히 젊은이들은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다. 예전 기성세대의 입맛에 비하면 대부분음식들이 많이 매워진 것은 사실이다. 매운 떡볶이부터 흔히 불러먹는 치킨과 족발은 물론 라면도 매운 라면이 잘 팔리고 심지어 카레 전문집에 가면 매운맛의 강도를 정해 주문할 정도이며 매운 아귀찜을 못 먹는 사람은 맵지 않은 아귀찜은 먼저주문해야 한다. 그런 추세에 따르는 이유인지 대기업에서 출시하는 고추장은 매운맛, 보통 매운맛, 순한 맛으로 나누어 판매를 한다. 학자들은 매운 음식을 먹는 이유가 사회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 즉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이 매운맛을 찾게 되는 원인이란 분석을 했으며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많다.
흔히 화가 나면 매운 음식이 당기는데 어찌 보면 열이 받을 때 매운 음식으로 달래는 이열치열 효과라고도 할 수 있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캡사이신(capsaicin)이다.
매운맛이 사람의 기분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매운 음식을 찾게 되지만 사실은 캡사이신이 신경 세포에 작용하여 기분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매운 음식을 섭취하면 신경세포가 느끼는 매운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체내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하기 때문이며 매운맛에 의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땀이 나게 되므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원래 한국인은 짜고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민족이었고 그 사유를 들자면 가난했던 옛날, 양반을 제외한 백성들은 먹을거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밥과 함께 먹는 반찬이 짜고 매워야 노동에 필요한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었고고기나 생선 같은 단백질 음식은 명절에나 기껏 맛을 보는 귀한 음식이었다.
한국인의 대표 양념, 고추는 라틴 아메리카의 열대 식물이며 페루에서는 2,000년 전부터 고추를 재배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6세기말 한반도 중부지역에서 고추가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도입 배경은 여러 가지 설이 있고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주장이 많지만 임진왜란 이전부터 조선에서 '고쵸'와 ‘초장’을 먹었다는 기록을 통해 고추로 만든 고추장이라는 근거로 전해지므로 일본에서 고추가 전래됐다는 사실은 신빙성이 없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capsaicin)은 해독작용, 항암작용과 함께 통증을 감소시키는 진통작용을 한다.
혈액순환에 좋고 입맛을 돋우며 열을 내기 때문에 대사기능에 도움이 되고 지방을 연소시키는 작용도 있지만 많이 먹으면 위점막을 자극해 위와 장에 좋지 않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는 매운 고춧가루로 발효시키는 음식이다.
김치의 옛말이 딤채이고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딤채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았다.
원래 조선의 전통 음식에 고춧가루는 쓰이지 않았고 궁중요리와 임금님 수라상에 매운 음식은 전혀 없었으며 양반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도 매운 음식은 없었다.
오늘날에도 몇 대째 이어온종갓집 전통 음식에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 사실은 조선시대에 양반들의 음식이 맵지 않았다는 증명이 된다.
조선시대 후기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딤채에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가 등장했고 임진왜란으로 양반들도 음식이 궁했기 때문에 김치가 양반 사회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추와 젓갈은 당시에도 귀한 음식이어서 서민들은 김치를 접하기 어려웠고조선시대에는 양반이 먹는 음식과 서민이 먹는 음식은 큰 차이가 있었다.
고추와 함께 한국인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자극적인 양념, 마늘은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고 백합과 식물이며 백합과 식물 중에서 가장 매운맛을 내는 작물이다. 마늘에 함유된 알리신(allicin)은 강한 항균 작용과 함께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여 당뇨병에 도움이 되며 항암 효과가 높은 훌륭한 음식이며 2002년 뉴욕 타임즈에 마늘이 세계 10대 건강 음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마늘이 한반도에 들어온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삼국사기에 마늘밭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시기에 한반도에 마늘이 재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늘은 고대부터 정력에 좋고 원기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라미드 건설 당시 노동자들이 섭취했고 로마 군인들이 전투에 나가기 전에 먹었던 강장제이기도 하며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건설할 때 노동자들이 힘을 내기 위해 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까지 고추와 마늘은 조상께 예를 갖추는 제삿상에 절대 올리지 않았고 아직도 전통을 중시하는 종갓집에서는 제사와 차례상에 고추와 마늘 양념은 쓰지 않는다.
또한 모든 양념에 들어가는 후추는 후추의 주성분 피페린(piperine)이 항산화, 항염, 항균 작용도 하는 세계인의 향신료로 역사 또한 깊다. 과거 유럽의 육식문화는 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염장을 하고 소시지와 햄을 만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누린내가 심했다.
후추의 등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신께 받은 만나(manna)와도 같은 신비의 향신료로 고기의 독특한 냄새를 없애고 방부제의 효능과 함께 맛을 상승시키는 최고의 양념이었다.
인도의 남부가 원산지인 후추는 서기 400년 경 유럽에 보급되었고 스파이스 루트(spice route)라는 알렉산드리아와 베이루트를 통해 아랍 상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졌으며 아랍 상인들이 베네치아로 후추를 가지고 가면 지중해 무역을 장악하던 베네치아 상인이 유럽 전역으로 공급했다.
당시 후추는 왕실과 귀족들만 먹을 수 있는 부의 과시로 원산지의 100배가 넘는 가격이었고 하도 귀한 탓에 금 항아리에 넣어 보관하기도 했다.
당시 후추 1 상자의 가격은 노예 1명의 가격 보다 3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었고 왕실과 귀족들의 전유물로 금 보다 비싼 귀한 재료로 서민들은 후추를 접할 기회조차 없었다.
12~13세기 십자군 전쟁으로 후추 가격이 급등했고 15세기 오스만 트루크 제국이 성장하면서 알렉산드리아와 베이루트의 후추 교역로를 오스만이 점령하고 독점하면서 후추에 엄청난 세금을 올렸다.
이어 오스만 제국이 후추를 무기화하자 후추 가격은 폭등했으며 후추 전쟁은 시작이 되었다.
이후 유럽의 열강들은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비싼 향신료를 찾기 위해 포르투갈의 엔리케 왕자를 선두로 항해를 시작했고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바닷길을 통해 포르투갈의 함대가 1498년 인도에서 포르투갈로 후추를 들여오게 되었다.
이어 콜럼버스가 후추를 찾아 탐험을 떠나지만 콜럼버스는 후추 대신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다. 16세기 스페인 왕실의 후원으로 포르투갈의 마젤린은 인도네시아의 몰루카 제도에서 후추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고 유럽의 후추 시장을 장악한다.
이어 엄청난 돈이 되는 후추에 영국과 네덜란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17세기에 이르러 해양 강국 네덜란드가 동인도 회사를 통해 엄청난 양의 후추를 유럽으로 들여오면서 후추 가격이 폭락하자 그때야 평민들도 후추를 먹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가 후추를 확보하기 전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파티를 할 때 후추를 식탁에 쌓아 부를 과시하였고 후추를 넣은 술은 귀족들에게 최상의 대접이었다.
오늘날 동서양의 모든 식탁 위에 소금과 후추가 놓여있는 유래는 중세 유럽의 귀족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양으로 후추가 전래된 시기는 중국 육조시대(六朝時代 229~589년)에 인도에서 직접 중국으로 들여왔고 우리나라에 후추가 들어온 시기는 1220년 고려로 전해지는데 동양에서도 후추는 매우 귀한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특권층만 맛볼 수 있었고 한방의 약재로 사용되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이렇게 전래되었으며 이젠 고추와 마늘, 후추가 빠진 음식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워도 너무 매운 음식을 먹는 젊은 층이 증가하고 있지만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실제로 미각을 마비시켜 진정한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없을뿐아니라 건강에도 좋지 않다.
음식에 국경이 없는 시대여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한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음식이란 어느 나라 요리이든 고유한 풍미가 있는 법이고 무턱대고 섞어 먹는 음식을 결코 퓨전 요리라 할 수는 없다.
요리란 본연 식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영양도 살리는 지혜와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 그리고 맛을 상승시키는 레시피에조리 순서와 가열 시간이 함께 어우러져 탄생한 음식이 진정한 요리이지 TV에서 등장하는 한식에 치즈를 범벅한 음식이나 요리하고 남은 국물에 온갖 재료를 섞어 볶아 먹는 음식은 진정한 요리와는 거리가 멀고 영양학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아니다.
요즘은 음식도 유행이 있는 시대이고 특히 유명 스타가 좋아하는 음식이 방송을 타면 비싸도 잘 팔린다.
아무리 자기 입맛에만 좋으면 그만이라 해도 음식은 국적과 지역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것이고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이 있듯 지역에 따라 유명한 특산물과 향토 음식이 있는 것이다.
우려해야 할 사실은 먹방이 몇 년째 인기를 끌면서 모든 TV 예능 프로그램에 먹는 장면은 빠지지 않고 출연진이 맛있다는 음식은 곧바로 유행을 한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도 견물생심처럼 방송에 나오는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당연히 들고 성질 급한 사람들은 야식으로 바로 불러 먹는다.
뿐만 아니라 방송에 나온 식당은 다음날 문전성시를 이룬다.
물론 한식에 치즈를 뿌려 먹든, 온갖 반찬을 한데 모아 볶아 먹든 먹는 사람들의 취향이고 남의 식성을 간섭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이 먹방을 조장한다는 사실이며 형평성에 어긋난 방송의 편성은 대중문화의 발전을 역행한다는 것이다.
한국 음식문화의 발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직도 지구 건너편에는 끼니를 굶는 어린이들이 넘쳐나고 고물가 시대에 우리 엄마들은 가족들이 먹을 삼겹살 사는 것도 망설이고 계란 한 판 사는 것도 부담이 되는 가정이 많다.
더군다나 직장에서 박봉에 시달리는 샐러리맨도 저렴한 편의점 음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한국의 현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먹방은 신께서 주신 일용할 양식에 대한 모독이자 명백한 죄악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놓고 논란이 많다.
어느 정당 소속이든 부디 한국 방송이 진정으로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해 줄 위인이 맡은 바 책무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