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치
필자는 중년이 되기까지 비즈니스를 하며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만남을 가졌다.
직접 만난 짧은 관계나 긴밀한 업무 관계, 그밖에 지인들과의 관계까지 세어 본다면 아마 2,000명이 넘는 사람들과 접촉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좋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도 많았지만 비즈니스란 원래 냉혹한 여건일 수밖에 없는 까닭에 경쟁에 이기려면 선과 악 이전에 이익만이 존재하는 법이어서 눈앞의 이윤 앞에서는 원래 선한 사람도 딴 사람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엔 고의로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인간들이 너무 많고 양심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인간 말종들이 선한 얼굴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바쁜 세상 우리네 일상을 살다 보면 좋은 일 보다 나쁜 일이 더 많은 것 같아도 실상은 행복과 기쁨의 시간은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나쁜 일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이고 변함없는 일과가 지속되는 까닭에 우리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공이란 보다 높이 오르고 보다 많이 소유하는 것이란 말들을 하고 자본주의의 국가에선 그렇게 살기 위해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하며 젊음을 불태운다.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은 남들보다 높은 직위를 차지하고 남들보다 더 노력한 사람은 많은 돈을 버는 법이다.
그러나 위로 올라가고 많이 갖으려면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밝은 미소로 사람들을 대해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경쟁자이고 새벽부터 눈코 틀새 없이 장사를 해야 남들보다 많이 버는 것이다.
즉 성공이라는 결과는 편하고 감상적인 시간을 포기해야 그나마 목표에 근접이 가능하지만 무턱대고 노력만 한다고 해서 성공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현대를 사는 사람은 누구나 직장에서 품을 팔아야 크든 작든 수입이 생기고 생활이 가능하므로 모두가 열심히 사는 사회에서 노력만으로는 결코 성공이 불가능하다.
어찌 보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열심히 살아도 여유가 없으니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며 월말에 카드 값 갚고 나면 내 달이 걱정이니 연휴 때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도 엄두를 못 낸다.
하나뿐인 자식 학원비 내는 것도 힘겹고 어쩌다 아프면 큰일이니 몇 달 전 가입한 보험금도 걱정이다.
TV에선 치매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방송을 쉴 새 없이 하고 나이가 드니 시간은 참 빨리도 가는데 이렇게 살다가 늙을 것을 생각하면 인생은 덧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남들도 다들 이렇게 산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또 하루를 보낸다.
그나마 아직은 건강하니 일은 할 수 있고 속 썩이는 자식 없다는 것도 복이라 여기며 힘을 낸다.
경제가 안 좋아 장바구니 물가는 자고 나면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이니 어찌할 방법이 없다.
서민들은 갈수록 어려운데 방송에선 정치 공방으로 하루도 좋은 뉴스를 볼 수 없다.
민심은 천심이란 말이 있듯 사는 게 힘겨우면 누구나 정부 탓을 하고 현 정권의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월드 뉴스를 보면 세계 경제가 모두 어렵다 하지만 경제가 나빠지면 남의 나라 사정 생각할 겨를이 없고 시위하는 사람들 목소리에 공감이 된다.
직장에서도 무능한 현 정권 험담이 끊이지 않고 술자리에선 격양된 어조가 높아지는데 어느 나라나 물가가 올라가면 정부 탓을 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하소연할 곳 없는 대중의 불만이 포화상태에서 공격 대상을 찾는 투사 현상이 한 곳으로 쏠리는데 그 대상은 바로 현 정권이 된다.
이럴 때 등장하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며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인지도를 쌓고 없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 정곡을 찌르는 말로 조회수를 늘린다.
조회수가 100만, 200명이 넘으면 곧 스타가 되고 어느새 그 스타의 강연은 민심으로 둔갑한다.
방송에서 섭외가 들어오고 공중파를 타면 지지하는 팬 층이 증가는 현상이 다름 아닌 팬덤이고 일단 다수의 팬층이 확보된 인물은 갈수록 인기 가도에 박차를 가하며 대중에게 어필하는 입바른 소리를 해댈 때마다 팬들은 증가한다.
이른바 용병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이미지 정치이다.
곧 인기에 빌붙는 신진 세력이 모여들고 공감된 소리가 합창이 되면 빠른 시간에 기회주의자들이 절호의 찬스를 잡는 것이다.
그들은 여론몰이를 통해 인기에만 급급하지만 실제론 정치적 세력은 전혀 없는 협잡꾼일 따름이다.
방송과 매체를 통한 인기만으로 무장한 협잡꾼들은 MZ 세대의 지지를 바탕으로 마치 정의의 투사인양 광장으로 나선다.
이미 지지율이 바닥 친 현 정권은 공격하기 쉬운 타깃이므로 민심을 내세운 선동은 득세를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설득력 있는 감언이설로 합리적 이론을 내세우고 영어를 섞어가며 역사적 사실들을 들먹인다.
현혹된 사람들이 증가하면 그 씨가 불꽃이 되고 여기저기 흩어진 동요가 한 곳으로 모이면 긍정과 부정은 찾아볼 수 없는 집단이기주의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 정치가 레밍(lemming:군중심리로 행동하는 사람들)과 결합하면 불난 만을 조장하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주범이 되는데 그들은 박쥐와 같은 기회주의자이며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다가 혼란을 이용해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위정자이며 인간말종들이다.
선천적으로 인성이 글러먹은 동물만도 못한 것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는 무리는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했고 정국의 혼란이 그들의 무대이므로 혼란 속에서 자신들의 이득을 채우는 타고난 악인들이다.
필자가 서두에 언급한 고의로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인간형으로 천성적으로 타고난 악행을 감추며 살다가 기회를 틈타 남을 공격하는 종족이어서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면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많은 사람들이 그 눈물에 속기 마련인데 악어가 포식하고 나면 눈물을 흘리는 생리현상처럼 결코 속죄나 양심의 가책이 아닌 그들의 본성을 드러내는 행동일 뿐이고 간악한 생쇼이다.
그들이 목적을 이룬다 해도 지지 세력이 없으면 곧 와해되기 마련이고 여론은 언제나 기류와 같아서 방향이 바뀌는 법이며 인기를 업은 여론은 어느 쪽으로 불지 모르는 바람과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정치란 후원금과 지지기반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것인데 미래가 불확실한 집단에게는 후원자도 없고 여론의 인기는 금세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또한 자기편을 들어주었던 반대파는 곧바로 본색을 드러내고 기회가 되면 불씨를 제거하기 때문에 수장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고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힘 있는 편으로 등을 돌리는 법이다.
아무리 인기와 여론몰이로 득세를 했다 해도 이미지 정치는 역사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다.
이윽고 레밍들은 빌붙을 곳을 찾는 신세로 전락하지만 그들을 받아 줄 곳은 어디에도 없다.
세기의 배신자로 불리는 인간이 있었다.
기원전 410년에 태어난 정치가이자 장군이었던 알키비아데스는 용모가 수려하고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학식도 갖춘 인물이며 뛰어난 외모로 자신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동성 연인으로 유혹했지만 소크라테스는 완강하게 거절했다는 설화가 있다.
알키비아데스는 조국인 아테네에서 신성모독죄로 재판에 회부되자 조국 아테네를 버리고 적국인 스파르타로 망명하였고 스파르타의 국왕 아기스 2세의 왕비와 불륜을 저지르다 발각이 되어 페르시아로 도주를 했다.
정치적 기지를 발휘해 페르시아 왕조의 태수인 티사페르네스의 보좌관 역할을 하고 후에 아테네로 돌아오지만 장군으로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패전으로 이끌어 결국 조국 아테네를 패배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마지막 망명국인 프리기아(아나톨리아의 고대왕국)에서 스파르타에 지시에 의해 암살되고 비참한 최후를 맞지만 문란한 여자 문제로 측근에게 피살당했다는 설도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배신자들의 말로는 항상 비참했다.
유다 가리옷은 자살을 했으나 그의 후손 유대인들은 대대로 홀로코스트와 같은 탄압과 핍박 속에 살아야 했다.
중국 배신자의 전형으로 불리는 여포는 교수형으로 목이 졸려 죽은 뒤 다시 목을 베였고 얼굴이 장대에 꽂히는 효수형을 당했다.
이완용은 병세가 악화될수록 그의 재산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만 갔지만 결국 병환으로 사망했고 사후 그의 묘소가 지속적으로 훼손이 되자 그의 자손이 화장을 했고 그의 묘지는 나중에 채석장이 되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친일파를 샅샅이 찾아내어 척결하겠다던 민주세력은 노무현 정권부터 애매하게 일제 강점기에 활동하던 사람들을 모두 친일파로 매도하고 덮어 씌우는 발표만 했을 뿐 여의도의 7.7배가 넘는 이완용의 토지 중 0.05%만 환수하였고 그의 후손들은 재산 환수 소송에서 승소하고 캐나다로 이주했다.
어쩌다 이완용처럼 수명이 길어진다 해도 그것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조선인으로의 이완용이 일본에게 이용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며 배신자는 반대 정권에게 소유물로 사용되다 필요가 없어지면 처참한 종말을 맞는 법이다.
지지층이었던 대중은 어떻게든 진실을 알기 마련이며 역사는 그들을 대대로 심판한다.
이와 같은 위정자들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악행을 저지르는 DNA를 보유한 자들이며 정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도 틈만 나면 다시 이권을 쟁취하는 노력을 하는 구제불능의 족속들이다.
애석한 사실은 우리는 모두 그런 종족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선량한 얼굴로 활동하는 그 족속들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선동 정치는 대중 즉 많은 다수에게 악을 전염시키는 바이러스와 같아서 사멸된 후에도 다시 번식하는 습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