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음식
예전에 비해 한국의 음식 문화가 놀라 보게 발전했다.
고물가 시대라지만 맛집은 언제나 문전성시이고 경제는 어렵다 해도 갈수록 TV 음식 프로그램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고물가를 실감하게 하는 뉴스의 엄마들 인터뷰는 채소 값, 과일 값, 걱정과 가족들 먹을 삼겹살 사기도 망설여진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고 오죽하면 식당에서 메뉴를 안 보고 음식을 주문하면 성공한 사람이란 말이 뉴스에 나올 정도이니 서민들의 삶은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TV 토크쇼에선 먹는 프로그램은 경쟁하듯 방송하고 TV에 소개된 음식들은 비싸도 잘 팔린다.
한 나라의 GNP가 오르면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의 음식 문화는 유독 갈수록 화려하고 그에 비율을 맞추듯 음식 관련 TV 프로그램은 봇물 터지듯 방송이 된다.
심지어 해외여행 프로그램에도 음식 방송은 요리법과 시식 장면을 반드시 내보내다 보니 한국 사람들은 먹어 보지 않아도 외국 음식은 모르는 게 없다.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 방송은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에 재미는 있지만 한국 경제의 불균형한 성장의 측면으로 본다면 부정적인 현상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 음식 문화의 발전을 부정적으로 볼 사람은 없고 글로벌 시대에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한류와 함께 세계적인 음식 상품을 수출하는 측면으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세계인의 입맛을 잡은 동양 음식으로는 세계 각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중국 요리가 있고 일본 초밥과 사시미는 미국 도심의 레스토랑에서 'Sushi' 'Sashimi'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이며 미국 식당에선 테리야키 소스를 찾는 손님도 많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한국 음식을 대표할 지명도 있는 음식은 없다.
한류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지만 중국 요리와 일본 음식에 비해 서양인들에게 자리매김을 한 음식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수출 식품은 교포들이 소비자이고 LA와 뉴욕 한인타운에 한국 음식을 먹으러 오는 외국인은 있지만 한국 친구가 있거나 주한미군 출신 또는 한국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손님들을 제외하면 한국의 '불고기' '비빔밥' '김치'를 아는 현지인은 극히 드물다.
즉 현대 자동차와 삼성 스마트폰처럼 세계인에게 각인된 한국 음식은 없다는 것으로 해외로 수출하는 한국 음식 상품은 수요가 미국이나 일본, 중국처럼 한국인이 100만, 200만이 넘는 대도시를 제외하면 한국 음식을 수입하는 나라는 극히 적다는 사실이다.
물론 음식 문화 역시 국력과 비례하는 것이므로 이민 역사가 깊은 중국은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이기 전부터 세계 각지에 진출한 화교들이 음식 문화 전파에 큰 몫을 했고 일본 전자 제품이 세계 경제를 장악할 즈음 날 생선이라곤 손도 안 대는 미국인에게 초밥과 사시미를 전파한 일본인들의 노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코리안 드림이란 말이 실감이 나듯 이젠 거리에서 많은 외국인을 볼 수 있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00만 명이 넘고 있으며 노동인력뿐 아니라 선진국의 지식층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서울의 화려한 거리와 초호화 빌딩들 그리고 무엇보다 거리마다 들어선 식당과 커피숍의 수에 말문이 막힌다는 것이다.
사실 인구와 국토의 면적에 비례하는 커피숍과 식당의 빈도는 서울이 세계 1위이며 경제는 어렵고 한국의 외채가 1,200조를 넘는 현실에서도 맛집을 찾는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
또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에 감탄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데 처음엔 불고기와 갈비의 달달한 맛을 좋아해도 몇 년을 산 외국인은 발효음식으로 맛을 낸 한국의 전통음식들이 중독성이 있다고 말하고 한국에 살게 되면 거의 김치의 매력에 점차 흡수된다고들 한다.
사실 세계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들은 간단한 레시피에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 세프의 노하우가 어우러질 때 훌륭한 요리가 탄생한다.
한국의 음식 때문에 한국에 살게 됐다는 외국인들은 한결 같이 발효 음식에 빠져든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은 대부분 간강과 된장, 고추장을 주요 레시피로 쓰면서 함께 첨가하는 채소나 고기는 서양 소스 요리처럼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기본 베이스가 되는 간장, 된장, 고추장은 짧아야 1년이 소요되는 전통 발효 식품이기 때문에 이 기본 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엄선한 식재료와 우리 어머니들의 정성 그리고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한국인의 소스인 간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식성에 따라 고기나 생선과 채소가 들어가는 양념은 이미 시간과 함께 완성된 간장, 된장, 고추장이 베이스로 깔리기 때문에 우리만의 훌륭한 요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한국에 온 외국인이 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세계인의 입맛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위상이 무엇보다 강해야 하고 세계 각국에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파리에 몇 군데와 유럽 대도시에 한국 관광객을 위한 한식당만으론 우리 음식울 현지인이 알 도리가 없고 미국 대도시 코리아 타운에 즐비한 한식당도 현지인들이 찾아와야 그 맛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애석한 사실은 우리 젊은이들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점차 한국 전통의 맛을 즐긴다는 사실인데 선진국에 살던 외국인들은 달고 짠 서양 음식과 토마토 소스가 주요 양념인 고기 요리에 식상한 상태에서 한국의 전통 발효음식의 고유한 맛을 보고 갈수록 전통 한국의 참 맛을 알게 되는 반면 고물가에 싸고 저렴한 음식을 사 먹을 수밖에 없는 우리 젊은이들은 단짠과 이노신산이 첨가된 가공 음식에 이미 입맛이 길들여졌다는 사실이다.
20세기부터 한국에 점점 들어서기 시작한 서양 패스트푸드의 맛에 서서히 젖어들기 시작한 젊은 기성세대와 요즘 MZ세대는 한식도 불고기와 같은 달달한 양념을 선호하게 되었고 대부분 모든 한식 양념에 설탕을 첨가했는데 우리네 종갓집 전통 음식엔 조미료와 설탕은 예로부터 전혀 넣지 않았다.
즉 우리의 제사상과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 양념이 원래 한국인의 고유한 전통의 맛이지만 식당 음식에 길들여진 기성세대도 설탕이 없는 양념은 맛이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대형 회사에서 판매하는 김치마저 설탕을 추
첨가하는 추세는 대중의 입맛이 이제는 단짠의 맛에 완전히 중독되어 버렸다는 증거이다.
중독성이 강한 단짠의 마력에 반드시 첨가되는 이노신산(inosinic acid)은 원래 숙성된 육류와 선어회와 같은 생선살에 자연 생성되는 화학 유기물로 고기와 생선의 맛을 더 고소하게 하는 천연 감미료이다.
선진국에서 식품을 가공할 때 설탕과 나트륨에 맛을 내기 위해 필수적으로 첨가하는 물질이며 가공되어 만들어진 상품이므로 고기나 생선에서 생성되는 천연 이노신산과는 다르다.
TV로 봐도 알 수 있듯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들은 한국 음식에 감탄하는 것을 넘어 한국 음식을 주식으로 먹는 외국인이 점차 늘고 있다.
또한 젊은이들이 매운맛을 즐기는 추세가 늘고 있어 식당에서는 음식 메뉴에 매운 강도를 기호에 맞게 미리 주문해야 하고 고객층이 많은 젊은이를 겨냥해 예전보다 기존 음식 맛이 매워진 것도 이 시대 음식 맛의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음식 문화도 시대별 유행이 있는 까닭에 고기를 구워 먹고 난 후 그 국물에 밥을 볶아 먹는 것도 요즘 후식 전 마지막 코스이다.
사실 예전의 볶음밥은 중국집 메뉴의 볶음밥이 유일하였고 제사나 차례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볶아 먹는 가정이 많았다.
뭐든 자기 입맛에 맞으면 상관은 없겠지만 워낙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의 특징처럼 마지막 코스인 볶음밥이 이 시대의 대세가 되었다.
또한 한국인처럼 상추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리밥에 된장을 넣어 한입 가득 먹었던 상추쌈이 언제부터인지 고기, 회 및 밥상에 놓인 반찬은 뭐든 섞어 쌈을 싸 먹는다.
그러나 고기나 생선회를 파지와 마늘, 된장과 함께 상추와 깬잎에 싸서 한꺼번에 먹으면 고유한 고기나 생선회의 맛을 느낄 수 없다.
오늘날 고기는 상추와 함께 먹는 게 공식처럼 되었지만 한국 전통음식에 과거부터 고기와 상추쌈을 싸 먹는 방식은 없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한국 음식 문화가 변화를 거듭했지만 한국의 전통음식은 우선 발효 과학으로 완성된 고유의 맛이 대표적이다.
한국인의 전통 음식은 대부분 발효 과학으로 맛을 내는 slow food 인 간장, 된장, 고추장이 한국 음식에 반드시 필요한 양념이며 조리하는 과정 또한 시간이 필요한 음식들이다.
우리의 장은 우선 콩을 불려 만드는 메주가 기본이고 시간이 지난 딱딱한 메주 표면에는 푸른곰팡이가 눈에 띈다.
세계가 인정한 발효 과학의 우수성은 오래전부터 학술지와 외국 방송에서도 극찬을 한 바 있다.
짧은 시간에 만들 수 있는 음식이 간장, 된장 고추장이 아니듯 발효 과정이 최소 1년이 지나야 탄생되는 것이 한국인의 장이므로 발효 과학은 일조량과 시간이 빚어내는 과학적인 음식이다.
TV와 매체를 통해 않은 음식들이 소개되고 한국 유명 셰프의 레시피에는 설탕이 빠지지 않는다.
과거 우리 전통 음식에도 설탕이 아닌 단맛은 있다.
조청과 꿀, 엿기름을 넣고 간을 하는 전통 음식은 원래 양반가에서 만들어 먹었던 귀한 음식이므로 서민들은 구경조차 못하던 음식이었고 불고기, 양념 갈비에 요즘처럼 설탕을 첨가했던 시기는 1970년대 한국에 설탕이 대량으로 보급되면서부터이다.
선진국의 원조를 받았던 아픈 역사는 70년대 맛을 내기 위해 가미했던 설탕과 조미료는 서민들에겐 비싼 양념이었다.
박정희 정권 때 전국 고속도로 공사를 대규모로 건설하면서 당시 현찰이 넉넉했던 노동자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 다름 아닌 언양불고기와 광양불고기이며 달달한 맛의 양념 고기는 이때부터 대중에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세월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정체된 것이고 시대가 변하면 유행과 함께 식습관도 변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다.
하지만 서구 음식에 밀려 고유한 전통 한국의 맛이 사라지는 현실은 민족의 유산이 사라지듯 젊은 세대에게도 안타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가 건강 때문에 패스트푸드(fast food)를 정크 푸드(junk food)라 지적하며 슬로 푸드(slow food)를 권장하는 21세기에 경제적 여건 때문에 값싼 단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오늘날의 세태가 답답하기만 하다.
이것은 바로 세계의 추세에 역행하는 G7 가입을 앞둔 대한민국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