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팬덤이다

팬덤 문화

by Paul

팬덤(fandom)을 흔히 대중문화의 산물로 이해하지만 그 범위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꼭 팬이 아니어도 특정 인물이나 책, 게임, 브랜드, 정치에 대한 공통된 관심이 상호 연결이 되는 광범위한 소셜 네트워크가 팬덤이다.
팸덤의 시초는 1893년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에서 캐릭터 셜록 홈스의 죽음을 소설의 팬들이 모여 애도 시위를 하고 최초의 팬 소설 일부를 창작하며 팬들이 구성한 것을 최초의 팬덤이라 하고 1930년대 인기 공상과학소설의 클럽과 협회를 만들고 세계 공상과학 대회를 개최하며 'Fanspeaks'라는 말이 등장했던 시기를 팬덤의 초기 역사라 할 수 있다.
1970년대에 이르러 TV 영화 시리즈 스타트랙을 계기로 미디어 팬덤이 시작되었고 그 후 미디어 팬덤은 뮤직 비디오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같은 시기 일본에서 만화 팬덤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 불기 시작한 팬덤 문화는 1990년대의 오빠부대를 최초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베스트셀러 소설이 유행하고 음악다방이 있던 시절이어서 TV와 라디오를 제외하면 대중예술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인기스타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의 화제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스타들의 사생활은 특히 학생들의 관심사였다.

예전에는 주로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층에게 통용되던 팬덤 문화는 이제 세대를 초월한다.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이 세대를 극복한 이유도 있지만 다양해진 대중예술의 장르가 취향에 따라 사랑받기 때문이다.
우리의 한류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 전세기를 타고 한국 스타를 보러 온 일본 아줌마 부대에서 중국과 아시아 전역의 한류 열풍은 연령을 초월한 팬덤 문화를 만들었고 한국의 이미지와 예술 산업에 기여한 바가 크다.

트로트는 변함없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장르이지만 대형가수의 콘서트에 팬들이 선물을 준비하고 어떤 경우에는 무대에서 현찰도 건네는 팬들은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였지만 지금 한국의 트로트 열풍과 함께 젊은 층에게도 옮겨진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어찌 보면 좋아하는 장르에 따른 관객과 애호가는 나이의 고하에 관계없는 두터운 팬 층을 만들었고 콘서트뿐 아니라 스포츠와 다른 장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동체는 세대에 따라 취향은 다르지만 공유의 개념으로는 동일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기가수의 열성팬들의 오빠부대로 시작된 우리의 팬덤 문화는 우려의 목소리와 부정적 시각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1990년대 초에 10대 청소년과 20대 젊은 층의 대규모의 열광적인 현상을 기성세대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문화였다.
특히 1992년 'Step by step '이란 노래로 유명한 미국 '뉴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의 내한공연에서 몰려드는 관중들에게 무대 앞 관객들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하여 70여 명이 중경상을 입고 1명이 사망했던 사고는 당시 어른들에게 젊은이들의 팬덤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팬덤 현상은 대중예술산업에 기여한 몫도 높게 평가된다. 음반 사전심의제를 폐지하게 된 동력이었고 음반저작권협회 개혁을 이끌어내어 관례화 되었던 제약에서 벗어나 대중음악의 질적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준 부분도 팬덤의 역할이었다.

근래에는 팬덤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산업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열성팬에서 스타와 관련된 제품, 콘텐츠를 구매하는 단계를 넘어 기획,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팬슈머(fansumer)의 기능도 팬덤의 영역에 포함된다. 외국의 경우 슈퍼스타의 이름을 브랜드 한 패션 산업과 화장품 산업이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즈니스는 단지 스타와 기업이 만들어낸 성과 이외에 팬덤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하나의 구조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브랜드 팬덤은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고 구매하는 것을 넘어 같은 취향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삼성 갤럭시는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갤럭시 팬 파티를 개최한다.
참석한 2000명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상호작용을 하면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게 되며 팬 파티에 참석한 팬들에 의해 파급된 광고효과는 같은 공동체에서의 소통이므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팬덤 마케팅은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에서 활용하는 마케팅으로 스타와 팬들과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기업 활동이며 스타의 팬 사인회나 유명 작가의 출판기념회의 특성을 기업의 마케팅에 적용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우려해야 할 현상은 팬덤은 대다수가 하나의 공감대로 형성된 단체이므로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에 반대되는 세력이나 집단과 마찰이 있는 경우 폭력사태나 극단적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훌리건 난동 사건이나 이른바 팬덤 정치라 말하는 정치 서포터들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여론몰이와 증오, 보복성 문자 폭탄이나 악플 테러를 감행하는데 편향되고 비정상적인 행동이어도 단체 행동에는 동질감과 강한 유대감이 작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목적에 의해 통일된 행동을 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 된다.
특히 팬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성격이 배제될 수 있고 특히 정치 진영에서의 팬덤은 극단적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양극화를 조장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무력으로 점령했던 폭력사건은 트럼프 진영의 정치 팬덤의 극단적 사례라 할 수 있고 팬덤 현상은 대상이 톱스타, 유명인에서 정치인처럼 유명세가 높으면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기 때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파급효과는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정치 팬덤은 사실여부와 관계없는 편향된 사상이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대규모의 단체 행동이 언론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 혼란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편향된 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포장이 되면 인지적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그에 따른 영향은 국민과 대중의 양극화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현상이든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은 있고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은 있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과되고 변화되며 사회로 흡수되면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를 잡는다.
팬덤 Fandom은 광신자를 뜻하는 Fanatic의 fan과 나라, 영지를 뜻하는 dom이 결합된 합성어로 단어가 의미하듯 광적인 집단, 열광적으로 특정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 또는 집단으로 해석되며 하위문화로 규정한다.
그러나 점차 증가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대규모의 단체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을 하위문화로 단정 짓고 부정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것은 아니다.
그들의 움직임이 이미 형성된 보편적 정서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사회의 다양한 문화는 충분히 즐길 권리가 있고 정치 진영의 서로 다른 주장도 공익을 위한 목소리라면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멈추면 도태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분야가 변화하고 진화하듯 팬덤 현상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로 바뀌어야 하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의 공익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긍정의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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