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불면

by Paul

아픔을 겪으면 일상의 평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고 상처가 있어야 회복을 기다리는 인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게 시련이라면 지나간 고통은 시련을 헤쳐가는 양분이 되고 시련의 물살이 잠잠해지면 그 시련은 과거로 묻혀진다. 그러나 시련 후의 성숙이 아무리 가치가 있다 해도 성찰과 승화로 위로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기쁨도 슬픔도 현실에서 겪는 것이며 보내기 싫은 시간도 외면하고 싶은 시간도 나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간은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삶의 무대이다. 고통은 고통일 뿐 의미를 부여하려 애써봐도 가치 있는 고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픔을 성찰로 실패를 승화로 위안하는 것은 위로가 될 수 없는 값싼 핑계 일 뿐 아플 때는 울고 소리치고 부정하고 원망해야 가슴에 상처가 남지 않는 법이다. 세상에는 고통 없는 성장도 많고 상처 없는 가치도 많다. 아무리 포장하려 노력해 봐도 고통은 아름다울 수 없는 아픔이다. 비극이든 희극이든 감당해야 할 현실의 모습에서 붙이고 빼고 돌리며 거부하는 몸부림은 다름 아닌 성찰과 승화라는 위선자의 합리화이다. 기쁨도 슬픔도 주체는 자신이고 고통도 시련도 혼자 짊어져야 할 십자가이기에 삶의 무게는 혼자 감당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허탈한 마음에 상념이 가득 차니 불면의 밤은 길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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