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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Oct 11. 2021

우정은 만드는 것이다

친구의 의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A man is known by the company he keeps)는 속담은 동서양이 꼭 같고  '친구 좋다는 게 뭐야.' (What are friends for?)라는 말도 미국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면 정서로 연결된 친구 역시 소중한 존재이다.

가족에게 못하는 말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고 기쁨도 슬픔도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은 당연히 친구이다.

젊은 날 시련의 아픔을 달래 주는 사람은 가족이 아닌 친구이고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사업에 실패했을 때 가족보다 먼저 얘기할 수 있는 대상은 친구이다. 부모님 장례식에 헤어진 여친이나 이혼한 전처는 찾아오는 일이 없지만 장례식장에 한걸음에 달려와 밤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당연히 친구이다. 어쩌면 가족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는 친구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하노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친구들과의 추억이고 정겨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소중한 자취이다.

술 한 잔을 하더라도 직장 동료나 친지보다는 친구가 편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고 오랜 친구의 우정은 존재만으로 훈훈한 위안이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친구의 개념은 달라지기 마련이고 친구들과 공유하던 정서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정도 여과되면서 질적 가치를 따지게 되는데 친구를 가려 만나는 것이 그런 사유라 할 수 있다.

누구나 허물없는 친구라면 어린 시절을 함께 나눈 옛 친구라 할 수 있지만 사는 곳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다 보면 자주 만나기 힘들다. 예전에 비해  동창회에 참석하는 경우도 드물고  바쁜 생활 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젊을 때야 격이 없는 친구 사이가 가능하지만  세월의 세파에 사람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고 나이 40이 넘고 중년에 접어들 무렵에는 각자 사회적 위치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만나는 친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랑은 감정이지만 우정은 결코 감정에 좌우되는 관계가 아니다.

친구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라 할 수 있고 서로에 대한 믿음에 변화가 생기면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 하더라도 친구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우정은 같은 세대에서 형성되는 정서적 교류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관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적인 공감대는 물론 생활수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즉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공감대가 없는 만남은 존재할 수 없고 필요에 의한 관계라 하더라도 유형이든 무형이든 주고받는 게 없는 상황에서는 만남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사실 친구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 받아들이는 사이를 말하기 때문에 친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정서적 교류 외에는 주고받는 거래는 없는 것이다. 몇 년 간 연락이 끊겼다 다시 만나도 어색함이 없는 반가운 존재가 친구이고 어린 시절 주먹질하며 자주 싸웠던 동창을 오랜만에 만나도 그냥 반갑기만 한 것이 친구라는 존재이다.

일 때문에 맺어진 관계가 오래되고 정이 들게 되면 친구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공적이거나 돈이 오가는 거래 관계는 매개체가 없다면 지속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목적이 있고 이익이 발생하는 관계의 우정이란 술친구의 우정과 같은 것이므로 술이 떨어지면 우정도 사라지듯 두 사람 사이에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쉽게 마감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주위에 친구가 많다. 서로 진실한 소통을 나누는 가까운 친구도 있지만 이해타산을 따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접근하는 사람이 많고 목적을 위해 자신을 속이고 다가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친구가 많다고 그 사람의 인간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는 것이고 우정 또한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성공의 유효기간이 끝날 무렵에는 그 사람의 주위에 많았던 친구도 종적을 감춰 버린다.

옛날 속담에 ‘원님 집 개가 감기에 걸리면 사람들이 넘쳐나고 원님이 죽으면 개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해타산이 있는 관계에는 신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이런 관계는 가까운 친구 사이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고정적일 수 없는 이유로 아무리 오래된 좋은 친구 사이라 하더라도 돈이 개입되고 이익배분의 문제가 발생하면 정도 우정도 내 팽개치는 심리가 일반적인 사람의 마음이다. 특히 돈이나 이익의 양이 크면 클수록 이런 심리는 강하게 작용하는데 탐욕 때문에 각종 범죄가 일어나고 돈 때문에 부모, 자식이 민사소송을 하고 부부, 형제가 재판을 하는 경우는 바로 우리의 주위에서 발생하는 빈번한 사례이므로 친구 사이가 돈 때문에 깨지는 경우는 그다지 충격적인 일은 아니다.

흔히 힘들 때 곁에 있는 친구가 좋은 친구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은 그 친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지난 1년간 바쁘다는 이유로 전화는 몇 번 했는지 경기가 안 좋을 때 안부는 물어봤는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관계란 일방통행은 없는 법이고 고객관리만 관리가 아닌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말 좋은 친구란 귀한 음식이 있으면 나누고 싶고 술자리에서 보고 싶고 연락이 없으면 궁금해지는 친구이다.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먼저 연락을 하자.

관계란 만드는 것이고 우정도 마찬가지이다.

오래될수록 가치를 더하는 것은 진실한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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