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지 못한 글들이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의 중심에 서있다.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눈까지 내리니, 오늘이야 말로 다시 글쓰기 딱 좋은 날이라 생각된다.
거리에 눈이 내리면 쌓이고 밟히고 얼룩지고 그러다 녹아 사라진다.
22년 나의 글들이 그랬다.
내뱉지 못한 말들을 마음에 하나둘 쌓아두고 하루하루 살아냈다는 위로로 글들을 밟았다.
삶의 무게는 꽤나 다채로워 여러 색깔로 얼룩이 졌다.
그 얼룩이 희미해지며 녹을 때쯤 23년이 다가왔다.
그러나 나의 글들은 눈처럼 사라지게 둘 수 없기에 얼룩을 붙잡고 다시 글을 쓰려한다.
온몸에 새겨진 얼룩들을 하나둘 꺼내 다시 글을 쓰려한다.
마른 가지에 쌓여가는 눈송이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