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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전히 Jan 30. 2023

너도 오랜 친구구나

 2021년 12월, 당황스러운 소식이 나에게 전해져왔다.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소식. 말하자면 알 필요도 없던 소식. X의 결혼식 알림이었다. 

 아침 8시 쯤이었나. 아니, 그 보다 더 이른시간이다. 머릿속에 왜?라는 의문으로 가득찬찼던 그 어느 날. 


 그래, 결혼하는구나. 축하해. 근데 나한테 왜 알려?

 그래, 와서 축하해달라는 건가. 근데 나한테 축하를 왜 받아?

 만약에 내가 정말 가기라도 하면? 

 .

 .

 .


 만난 세월이 4년, 그 뒤 연락끊긴게 4년쯤 되려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의도에 황당해하길 한참. 그의 의중을 알고싶어 남자에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남자친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향친구에게 물어봤지만 이 친구는 결혼식을 준비하는 친구였고 당연히 미친거아니냐는 말뿐이었다.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자니 전X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20대 초반에 알았던 친구들은 다들 연락이 끊겼으니까. 그렇게 멍때리고 있는데 눈앞에 동생이 왔다갔다 하더랬다. 

 아, 쟤는 걔를 알지. 

 동생은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동생도 몰랐다. 알리가 있나.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싶었는데. 


 올해 1월1일, 다시 또 연락이 왔다. 때마침 나는 침대에 뒹굴며 핸드폰을 쥐고있었고 상단바에 알람이 떴고 내용은 사진이었다. 손목시계를 찍은 사진 한장.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동생에게 향했다. 

 야, 이것봐봐. 

 이번에 동생은 빵텨졌다. 그래 웃길만하지. 나도 이제 실소가 나왔다. 이젠 그냥 X가 아니라 유부남이 된X였으니까. 그리곤 둘이 머리를 싸매 고민을 시작했으나 결과가 나올리가 있나.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 의도를 알기란 불가능했고, 나는 물어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 상황이 재밌어졌다. 8살이나 어린 동생과 X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다는 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얘도 내 옆에 오래 있었구나. 그래서 나의 20대 초반의 연애사를 알구나. 그래서 내가 지금 말할 수 있구나. 

 20년 넘게 안 나의 친구구나. 


 여전히 X의 의도는 파악할 수 없다. 추측하자면 내가 사준 시계가 아닌가 싶은데, 뭐 중요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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