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어야 잘 걷지

2025.07.06

by 여전히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5시부터 걷기를 시작하니 7시가 되면 무척이나 배가 고파왔다. 나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하루의 길이 끝나고 알베르게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다. 소화시킬 겸 씻고 빨래를 하고 나의 일과를 정리한 후 간단한 저녁을 먹는 것이다.

그러나 이틀째 걸어보니 저 계획은 아주 큰일 날 일이었다. 몸에 들어가는 열량이 없어서일까. 겨우 이틀째였음에도 머리가 조금은 어지럽고 무엇을 위해 내가 여기 있는지 의심하게 되며 빨리 마을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걷고 있는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우선 자판기 커피라도 마시기로 했다.

cafe con leche를 한잔 뽑았다. 우유를 넣은 커피라는 말로 카페라떼를 생각하면 된다. 무척이나 달더라. 그러나 종이컵 한잔은 한 시간도 못 가 나를 다시 배고프게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준비해 온 아침이 없었기에 버티기로 결심하는 찰나, 열려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순례길에 떠나오기 전부터 토르티야가 궁금했는데 마침 팔고 있었다. 거기에 샌드위치, 삶은 계란까지 해서 든든히 아침을 먹었다. 파리에서부터 느낀 식문화 중 하나는 어딜 가나 바게트빵을 조금 얹어준다는 것이다.

나름 훌륭한 식사였다.

아침을 먹고 수비리로 이동하며 내일부터는 아침을 챙겨다니기로 결심했다. 수비리에 도착해 체크인 시간을 기다린 후 체크인을 하고 오늘의 저녁과 내일의 아침을 샀다.

저녁으로는 볶음밥과 맥주를 마셨다. 냉동식품이어도 완제품이 아니라 해동을 한 후 프라이팬에 낮은 온도로 오랫동안 익혔다. 새우, 완두콩, 당근, 계란이 들어가 나름의 조화를 이루었고 무엇보다 딱 맞게 간이 돼있었다. 내일 아침으로는 사과, 빵, 바나나를 먹기로 했다.

잘 걷는 것만 생각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늘의 기록>

이동도시 론세스바에스 5:09 -> 수비리 12:10

거리 24.7 km

걸음 49.973

내일도 부엔까미노.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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