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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Sep 23. 2023

내 마음을 짓누르는 내 말

  몇 해 전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나갔을 때 장애아동 지원사업신청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해당 지역아동센터에서 유일한 장애아동이었던 정민(가명)이는 나를 의지하는 것이 순간순간 느껴질 정도였고, 나 역시도 정민이에게 짧다면 짧은 실습기간 동안 유독 잘해주고 싶었다.
  정민이를 위해 작성한 지원사업신청서는 남 보여주기 처참한 수준이었지만, 꼭 이 사업을 통해 적절한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어 내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썼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음에 바윗돌처럼 남은 문장이 있다. '해당 아동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기능하기 위하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가 뭐라도 된 양 찍 갈긴 한 줄이다. 나는 저 문장을 쓴 시점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사회구성원으로 제대로 기능한 적이 없다. 주제넘은 걱정이었다 생각되니 이만저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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