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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Oct 16. 2023

덤으로 얻은 삶(1)

  엄마를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한 지 두 해째 되던 때 나는 버릇처럼 말하던 '죽고 싶다'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나는 낙성대 인근에 사는 동향 친구 집에서 월세의 반을 부담하며 얹혀 지내다 시기 좋게 친구와 다툼이 생겨 따로 나와 살게 되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했던지라 서울을 떠나 경기 시흥의 월 26만 원짜리 셋방에 6개월 단기로 들어갔다. 서울 월세를 체감한 뒤로 26만 원짜리 방은 두 말할 것 없이 가성비 좋은 집이었다.

  반 년동안 쓰레기 내놓고, 편의점에서 술을 사고, 코인세탁소를 찾는 일 외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쿠팡에서 주문한 레토르트 식품이나 달고 짠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살았다.


  양 옆집에는 모두 젊은 남자가 살았는데 현관문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쌍욕이 일상인 겜돌이 대학생, 오른쪽에는 잠들 때까지 전화통화만 하는 허세 그득한 영업맨이 살았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노트북을 켜고 옆집의 소음을 bgm 삼아 죽는 방법을 찾았다. 207호 겜돌이 녀석은 내 예민함을 극대화시키기에 더없이 좋은 양분제였다. 종종 살고 싶다는 약한 마음이 들 때 그의 욕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해 주었다.

  소음에 무척 민감한 나는 양 옆집이 잠도 못 자게 시끄러워 좋았다. 북향이라 해가 들다마는 집이라 좋았다. 그 집은 죽고자 마음먹기 딱 좋은 장소였다.


  죽음으로 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 무엇도 쉬운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우울과 불안이 한 몸이 된 나는 결정해야만 했고, 짐을 다 처분한 채 부산으로 향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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