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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Oct 10. 2023

이해 안 되는 세상과 나

내가 사는 이유는 다만 숨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 이보다 와닿는 말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해가 바뀌어도 내게 충만한 무언가는 생겨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잠든 사이 살아 숨 쉬는 세포가 하나도 없기를.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 하나.


따뜻한 물을 마시고 쩝쩝거리는 입소리, 종일 책상에 쾅쾅 내려놓는 텀블러 마찰소리, 밤새 천장을 쿵쿵 울리는 발소리, 웅얼웅얼 대는 새벽 티비 소음까지. 어찌 보면 이 세상은 이해 안 되는 사람들과  무리 없이 공생해야 하는 것인 듯하다. 이해 안 되는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이해 안 되는 말에 웃어 보이는 것.


단명이 꿈이라는 내게 돌아온 친구의 말


아구가 들어맞지 않는 톱니바퀴 같은 인생을 굳이 굳이 살아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들 왜 기어코 살고 싶은지, 구질구질해도 삶을 지속하고 싶은지.. 나는 수시로 무너진다. 다잡은 마음은 사흘 새에 와르르 내려앉는다. 굳건할 줄 알았던, 하지만 못내 나약한 것. 오래 긁혀 마모된 마음에도 여지없이 생채기는 난다. 어디 한 곳 머무를 새 없이 오늘도 나는 이 텁텁한 공기 속을 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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