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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무개 Oct 13. 2023

마마보이

너는 나를 좋아했다
너는 네 이야기를 들어주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귀여운 네가 좋았다
나보다 큰 키가 마음에 들었다
네가 조잘조잘 내뱉는 말이 듣기 좋았다

네 말을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모습에 취했다

나는 슬슬 네 이야기가 벅찼다
네가 어두마다 붙이던 '엄마'소리가 듣기 싫었다
나는 네가 마마보이인 걸 인정하고야 말았다
이윽고 흐릿한 필터는 사라지고 없었다

너는 나를 보챘다
듣고 있냐는 물음이 반복됐다
너의 말이 귀에서 멀어졌다
듣고 있냐는 말조차 먹먹하게 들려왔다

너는 내가 변했다고 했다
변했다는 말이 한 음절마다 확성기처럼 귀에 울렸다
너를 향한 내 시선은 색이 바랬다
내가 공들인 시간은 홀홀 날아가 없어졌다

너는 군대를 가야 했다
나는 네가 입대를 앞두고 있어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 내가 혐오스러웠다

나는 너를 놓았다

너의 입대와 내 일신상의 문제가 핑계였다
너도 더 이상 받아주지 않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내가 수집했던 귀여운 너는 흔적 없이 사라졌다
너와 나는 서로를 말끔히 지웠다
너와 나는 우리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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